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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한번 수확 청정 미나리, 삼겹살 싸 먹으면 꿀맛이죠

중앙일보 2016.03.04 00:01 Week& 4면 지면보기
ㅣ 이달의 맛 여행 경북 청도 한재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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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삼겹살쌈. 미나리 수확철 한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week& 이 매월 첫째 주 제철 먹거리를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낸 우리의 먹거리를 즐겨보세요. 여행 추억의 절반은 여행에서 먹은 음식이랍니다.


경북 청도군 한재마을에는 시방 미나리가 지천이다. 무릎 높이까지 자란 미나리를 바지런히 수확하는 농사꾼과, 싱싱한 미나리를 산지에서 맛보려는 여행객이 한데 어울려 한재마을의 왁자한 봄 풍경을 연출한다.
week& 도 혀끝으로 봄을 만나러 한재마을로 맛 나들이에 나섰다. 아삭한 미나리 한 줄기 베어 무니 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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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 한재마을 미나리 작업장에서 한재미나리를 지하수에 헹구는 모습. 미나리의 색과 향을 타고 싱그러운 봄기운이 밀려왔다.

미나리는 봄을 여는 맛이다. 쑥·달래·냉이 등 여느 봄나물보다 앞선다. 이르면 2월 초부터 식탁에 오른다. 본디 노지에서는 미나리를 4월께나 수확하지만 지금은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것이 보통이다. 덕분에 제법 두툼한 옷을 차려입어야 하는 이른 봄에도 싱싱한 미나리를 맛볼 수 있다.

봄이면 전국 어디서나 나는 게 미나리라지만, 일반 미나리보다 몸값이 갑절인 명품 미나리가 있다. 경북 청도에서 나는 ‘한재미나리’다. ‘한재’는 청도군 초현리, 음지리, 평양 1·2리, 상리 일대를 부르는 지명으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미나리 재배 단지다. 청도농업센터 박혁목(50) 지도사는 “한재에선 1980년대부터 미나리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현재 225가구가 한해 1800t의 미나리를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나리가 전해오는 봄기운을 느끼러 2월 중순 한재를 찾아갔다. 한재는 화악산(932m)·남산(851m)·철마산(633m)·오산(514m) 등 4개 산이 주변을 두르고 있는 분지 마을이다. 널찍한 평야가 아니라 한 뙈기 한 뙈기 힘겹게 얻어낸 계단식 밭에 한재미나리 하우스 시설이 들어서 있다.

“미나리 재배에는 오히려 제격인 땅이에요. 돌이 많아서 밭에 물을 대면 4시간 만에 물이 빠집니다. 물을 대면 논이 되고 물이 빠지면 밭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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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수확한 미나리를 들어 보이는 박진동·강옥순 부부.


2005년부터 한재에서 미나리를 재배했다는 박진동(56)씨가 미나리를 낫으로 썩썩 베어내며 말했다. 한재 일대 땅이 배수가 잘 되는 화산암으로 이뤄져 일부러 물을 갈아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된다고 한다. 고여 있는 물에서 자라는 미나리보다 한재미나리 줄기가 꽉 차게 여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도 특별하다. 한재미나리 농가는 집집 마다 관정(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수리시설)을 하고 지하수를 끌어 쓴다. 그런데 지하수 온도가 한겨울에도 10도가 넘고, 높을 때는 32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한재미나리 비닐하우스에 보일러 시설이 없는 까닭이다. 청도농업센터 박현주(55) 지도사는 “한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온천이 있다”며 “이 온천의 영향을 받아 지하수 수온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동씨의 아내 강옥순(50)씨도 “보일러를 떼지 않아 미나리가 매연에 오염될 염려도 없고, 물을 댄 밭에 도롱뇽이 서식할 정도로 지하수가 깨끗하다”고 자랑했다. 청도농업센터는 145.6㏊에 달하는 한재미나리 밭을 무농약 재배단지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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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으로 팔려가기 직전의 한재 미나리.


보통 미나리는 줄기를 여러 번 벤다. 그러나 한재미나리는 1년에 딱 한 번 수확한다. 대신 밭마다 지하수를 대는 날짜를 달리해 수확 시기를 조정한다. 2월 초순∼3월 중순 거두는 미나리는 부드럽게 씹히고, 3월 하순∼4월 하순 수확하는 미나리는 특유의 향이 짙다. 5월을 넘기면 미나리가 질겨지기 때문에 영농조합이 자체적으로 생산을 금지한다.

한재에서 미나리를 수확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날라치면, 대구·부산은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손님이 몰려온다. 한재에서 미나리를 경험하려면 준비물이 있어야 한다. 삼겹살이다. 한재에서는 미나리 작업장에 시식코너를 마련해 두고 있는데, 작업장에서 휴대용 가스버너와 불판을 빌려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다. 이 삼겹살을 미나리로 쌈을 싸서 먹는다.

“봄에는 미나리 작업장마다 삼겹살 냄새가 진동을 해요. 주말에는 한재에 관광버스 40여 대가 몰릴 정도로 관광객이 밀려듭니다. 한재미나리 덕에 펼쳐지는 청도만의 이색적인 봄 풍경이지요.”

5년 전 청도에 정착했다는 홍상선(50)씨가 미나리 쌈 제조법을 일러줬다. 미나리를 입에 넣기 좋은 크기로 둘둘 말아 삼겹살·마늘·고추·된장을 차례대로 올려서 탑을 쌓고 한입에 꿀떡 삼키면 그만이다. 미나리는 잎을 먹는 채소인 줄 알았는데, 진미는 여린 줄기에 있었다. 시금치보다 굵은 줄기가 상추만큼 부드럽게 씹혔다. 씹으면 씹을수록 상큼한 향이 배어들어 고기 맛을 한껏 돋웠다. 자연이 빚은 청청한 맛이 입안에 오래도록 맴돌았다. 봄이 입안에 찾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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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 서울시청 기준으로 경북 청도 한재 마을까지 4시간 소요된다. 한재마을에 가면 즉석에서 한재미나리를 맛볼 수 있는 작업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30여 농가가 영업 중이다. 미나리를 구매하면 시식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미나리는 1㎏ 단위로만 살 수 있다. 식당이 아니기 때문에 고기나 술은 팔지 않는다. 2000원을 내면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도록 가스버너·불판·식기 등을 빌려준다. 한재미나리를 집에서 받아먹는 방법도 있다.  지역 특산물 온라인 장터인 농마드(nongmard.com)로 주문하면 된다. 한재미나리 1㎏ 1만500원 4㎏ 3만9500원. 택배비 3000원 별도. 전화 주문도 가능하다. 02-2108-3410.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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