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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김무성 자작극” 비박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나”

중앙일보 2016.03.01 02:55 종합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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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 참석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새누리당을 흔든 40명의 현역 의원 살생부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25일 김무성 대표와 전 이화여대 교수인 K씨와의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정두언·유승민 의원 등 비박근혜계 의원들의 공천 배제를 원하는 당내 세력’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김무성, 전 이대 교수 K씨 만나
비박 현역 일부 공천배제 대화
K씨, 논란 커지자 외부 접촉 끊어

이튿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정 의원을 만난 김 대표는 이 얘기를 다시 꺼냈다. K씨와 이미 접촉했던 정 의원이 “나도 들었다”고 답하면서 한동안 대화가 이어졌다. 여기까진 등장인물들 증언이 일치한다.

그런데 오간 대화 내용에 대해선 증언이 상충한다. 김 대표나 측근 인사들은 일제히 “‘찌라시’(증권가 정보지) 내용에 대해 K씨와 대화한 것” “정 의원에게도 ‘찌라시에 이름이 올랐던데 괜찮느냐’고 물은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살생부 파문의 핵심이 ‘청와대 핵심 참모나 친박근혜계 주요 인사가 김 대표에게 비박계 현역 의원 물갈이를 주문했느냐’인데, 그런 일은 없었다는 뜻이다.

반면 정 의원은 29일에도 의원총회장 밖에선 “김 대표가 ‘내가 (당 대표로서 살생부에 입각한 공천장엔) 결코 도장을 찍어 주진 않을 것’이라고 반복해 얘기했다”고 했다. 김 대표가 누구로부턴지 알 수 없지만 비박계 공천 배제와 관련한 요구를 구체적으로 받았고, 이를 거부하기로 한 뒤 자신에게 “안심하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취지다. K씨는 외부와 접촉을 끊은 상태다.

누구 말이 맞느냐를 떠나 현재 새누리당에 살생부를 봤다는 사람은 없다. 거기 적혔다는 40명이 다 공개된 것도 아니다. 서울 여의도엔 10명짜리, 20명짜리, 30명짜리 등 조각난 명단만 돌아다닌다.

설사 살생부가 존재한다고 해도 실행할 길도 없다. 2014년 ‘컷오프(공천 배제)’ 제도를 없앤 새누리당에서 현역 의원을 40여 명이나 콕 찍어 날려 버리는 공천은 불가능하다. 일단 새누리당은 29일 의총에서 진실게임을 덮기로 했다.

하지만 재발 가능성은 충분하다. 논란의 본질이 공천 국면에서의 파워게임이기 때문이다. 실제 친박계는 김 대표가 K씨나 정 의원과의 대화를 인정한 것만으로도 ‘자작극’이라 공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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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김영삼(YS) 정부 때부터 정치권에 조언을 해 와 ‘그림자 스핀닥터(책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땐 이명박 후보 캠프를 간접적으로 도왔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김 대표가 하필 K씨를 불러다가 친박계의 공천 개입이 실재하는 듯한 대화를 나누고, 그걸 언론에 확인해 줬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김 대표와 비박계의 ‘자작극’”이라고 비판했다.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까지 언론 인터뷰에서 “ 당 대표라는 사람이 자작극을 만들어 청와대와 우리(친박계)를 부도덕한 사람들인 양 만들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박계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태세다. 김 대표와 측근들은 지난달 27일 비공개 회동에서 논란이 계속될 경우 친박계를 향해 고강도 발언을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 비박계 재선 의원은 의총 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고 했다.

글=남궁욱·현일훈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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