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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의 오! 마이 미디어] 애플 “컴퓨터 코드도 표현 자유 필요” 아이폰 잠금해제 논란에 반격

중앙일보 2016.03.01 01:15 종합 18면 지면보기
“이는 일개 아이폰에 대한 사건이 아닙니다.”

지난달 25일 애플이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재정신청은 이렇게 시작한다. 샌버나디노 테러범이 남긴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도록 ‘단 한 번’만 뒷문을 여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라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요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문장이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은 이 소프트웨어가 ‘위험한 선례’가 될 우려가 있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FBI가 테러범을 잡겠다는데 도움을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최근까지 아이-클라우드 정보를 제공하는 등 기술적으로 협조해 왔다. 그러나 FBI가 2월 16일 ‘모든영장법(All Writs Act)’을 이용해 뒷문열기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달라는 요지의 법원 명령을 얻어 내자 태도를 바꿨다. 애플은 국가 안보만큼이나 시민의 안전과 사생활도 중요하다는 이유로 소송에 나섰다.

처음엔 애플이 불리해 보였다. 14명을 죽인 테러범을 수사한다는데, 그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하락해 해외 시장을 잃고 주주 등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말하면 이기적이고 비애국적으로 들린다.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애플은 논변의 틀을 바꿔 장기전을 준비했다. 애플이 구성한 최강의 법률가 진영은 크게 두 갈래 논변을 만들어 냈다.

첫째, FBI가 ‘모든영장법’을 이용해 얻어 낸 법원 명령이 월권이란 것이다. 뒷문열기 소프트웨어를 만들라는 요청 자체가 현행 ‘법 집행을 위한 통신지원법(CALEA)’의 금지조항(미국 법전 1002(b)조)에 대한 위반이다.

이 조항은 의회가 개정 여부를 논의하다가 2015년 결국 포기한 것이기도 하다. 의회가 개정을 포기한 사안을 우회하기 위해 ‘모든영장법’을 이용하는 것은 월권이며 따라서 불법이란 주장이다.

강력한 논변이다. 여기에 더해 애플은 수정헌법 1조 ‘발언의 자유’를 꺼내 들었다. 이게 두 번째 논변을 이룬다. 애플은 ‘컴퓨터 코드도 일종의 발언’이란 판례를 들춰 냈다. 1999년 연방 항소심 판결이다. 이를 적용하면 뒷문열기 소프트웨어를 만들라는 요구는 ‘강요된 발언’이 된다.

정부부처가 특정 발언을 강요하는 일은 내용 규제와 같으며, 이는 정부가 강력한 정책적 근거를 갖고 좁게 규정해 추진하지 않는 한 위헌이다. 과연 FBI가 충분히 강력한 정책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애플은 또 잠금장치 소프트웨어가 ‘안전과 사생활’이란 가치를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말 흥미로운 접근이다. 애플의 소프트웨어가 ‘특정 가치를 담은 발언’이라고 말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가치를 담은 발언을 규제하려는 FBI의 요구가 수정헌법 1조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반인 ‘관점 차별’에 해당한다고 항변한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FBI가 이길 가능성은 매우 작다. 역시 두고 볼 일이다.

결국 이 사건은 ‘일개 아이폰 사건’이 아닌 세기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국가 안보 대 개인의 안전, 수사권 대 사생활이라는 근본적 가치가 충돌한다. 그러나 미국이란 나라에서 이런 대결이 어느 한쪽의 완승으로 결판나는 경우는 드물다. 의회 청문회가 열리고, 언론 기고문이 이어지고, 법원에서 증언이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의회는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수렴해 새 법을 만드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아갈 것이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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