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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기프트백’ 이스라엘 여행권 포함 정치적 논란

중앙일보 2016.02.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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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엔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후보에게 ‘기프트백(Giftbag)’이 제공된다. 한 마케팅 회사가 상품 홍보를 위해 시작한 것이 연례 행사로 자리잡았다. 마케팅 효과가 나자 유명 브랜드가 앞다퉈 협찬에 나서는 상황이다. 값비싼 제품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미용 시술권이나 길거리 기념품 같은 재미난 것들도 포함돼 매년 기프트백 품목들이 화제가 된다.

그런데 올해 선물꾸러미를 두고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 기프트백 구성품 가운데 가장 가격대가 비싼 이스라엘 여행 상품권 때문이다. 이스라엘 관광청이 제공한 상품으로, 왕복항공권·고급호텔 10일 숙박권·이스라엘 관광 등이 포함됐다. 총 5만5000달러(6644만원)어치다.

이밖에 △250달러(약 30만원)어치 성인용품 △가슴 시술권(1900달러) △미용크림 평생이용권(3만1200달러) △동물사료 기부권(6300달러) △아우디A4 1년 렌탈권(4만5000달러) △일본 여행 상품권(5만4000달러) △유명 헬스트레이너와의 PT 10회권(900달러) △스위스제 화장지(275달러) △홈스파(5060달러) 등이 포함돼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사회단체가 기프트백 구성품 중 이스라엘 관광상품이 적절한지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팔레스타인과 영토 분쟁 중인데 이스라엘 정부가 제공한 관광 상품을 아카데미가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게 요지다.

팔레스타인 사회단체 관계자는 “안그래도 아카데미가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을 전부 백인 배우로 채워 ‘백인 잔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기프트백마저 인종차별적인 것이냐”고 꼬집었다. 또 “이스라엘이 제공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이·팔 분쟁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게 되겠느냐”고도 했다.

이 단체는 기프트백을 받게 될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이스라엘 여행 상품권을 사용할지 공개 질문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 ‘브릿지 스파이’의 마크 라이언스는 어떤 기프트백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의견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논란이 일자 이스라엘 관광청은 “여행권은 분쟁지역이 아닌 해변가와 역사적 유적지를 관광하는 것으로 구성됐다”며 “팔레스타인 측의 반응은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아카데미 측은 “기프트백은 민간기업이 마련하는 것으로 아카데미 행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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