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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선수 신지애 아빠 아닌 사진작가 신제섭의 도전

중앙일보 2016.02.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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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스타 신지애(28) 프로의 아버지 신제섭(57) 씨가 사진작가로 명성을 알리고 있다.

신 씨는 2월 한 달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리고 있는 치앙마이 다큐멘터리 사진전에 참여하고 있다. 치앙마이에 마련된 36개의 전시장 중 한 곳에서 신 씨의 개인 작품전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신 씨는 지난해 수원화성국제사진축제에 이어 두 번째로 국제 사진전에 작품을 출품하는 등 사진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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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세계를 제패하고 나서야 신 씨는 자신이 꿈꿔왔던 인생의 길로 다시 돌아섰다. 사진작가의 영역을 넓히기 올해 광주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에 진학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입학 35년 만에 전남대 수의학과를 졸업했던 만학도이기도 하다. 신 씨는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일인데 여러 가지 사정상 하지 못했다. 2012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고, 이번 전시회에서는 지난해 작업했던 중국 차간호의 치열한 삶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길림성 장춘시 북쪽으로 200km 떨어진 차간호는 1월이면 영하 30도의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다. 신 씨는 “혹한 속에서도 이곳 사람들은 70~100cm 얼음 구멍을 뚫어 물고기를 잡으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 사람과 말이 2km의 그물을 얼음 구멍 속에 집어넣은 뒤 끌어 올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자연에 순응하면서도 생활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인간 본연의 삶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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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는 ‘잃어버린 순간들’을 주제로 삼고 있다. 문명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어 한다. 주로 중국과 동남아의 소수민족들의 삶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는 “문명 혜택을 못 받고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소수민족들은 우리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소수민족들도 점점 문명화 되다 보니 소중한 역사들이 사리지고 있다. 이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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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오지를 다녀야 하고 교통수단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고행이 뒤따르는 작업이다. 그래서 친구들이 “왜 나이 들어서 위험한 곳을 다니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신 씨는 “목표가 분명하게 있고, 느끼고 깨닫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과정이 고단하더라도 행복하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런 작업들은 혼자서 외로운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골프와 유사하다. 신 씨는 “주로 혼자 배낭을 메고, 산을 타면서 출사하는 경우가 많다. 원하는 장면을 담기 위해서 구도를 잡고 무턱대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시간과의 싸움이며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사진작가들은 보통 한 지역에 2, 3일 정도 머무는데 길게는 2주 동안 있을 때도 있다고 한다.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해외로 나간다. 지난해는 미얀마를 5차례나 방문했다. 특히 미얀마 므락우 친족들의 삶이 감명 깊었다. 그는 “므락우는 미인이 많이 나오는 지역이다. 왕이나 군주들에게 여자들이 많이 끌려간다고 한다. 안 잡혀가기 위해서 여자들이 어릴 때부터 얼굴에 문신을 하는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며 “얼굴에 문신을 한 여자가 이제 12명 생존해 있다고 하는데 60세가 가장 젊은 분이라고 한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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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얼굴에 문신을 해야 했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미얀마 므락우의 소수민족의 한 할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은 신제섭 씨. [신제섭 제공]

딸 신지애는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상금왕과 세계랭킹 1위 기록을 썼다. 아버지 신 씨는 인간 본연의 삶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소수민족들의 문화들도 이야기로만 남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기록해야 할 역사들”이라고 털어 놓았다.

신지애는 ‘최초의 한미일 투어 상금왕 석권’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신 씨는 딸의 도전에 대해 “이젠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이 즐기고 의미를 찾는 플레이를 하고 있는 듯하다”며 응원했다. 사진작가 신 씨도 포부가 크다. 그는 “동양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 기회가 되면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전시회를 갖고 싶다”며 쉼 없는 도전을 예고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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