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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마약과 같은 중독”…질병코드 신설해 치료한다

중앙일보 2016.02.29 01:33 종합 12면 지면보기
게임이 마약이나 알코올처럼 중독으로 규정돼 질병으로 관리된다.

정부는 지난 25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종합대책을 확정했다. 정부가 게임을 알코올·향정신성의약품·인터넷·도박 등과 함께 5대 중독 중 하나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새누리당 의원이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했다가 업계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대에 부닥쳐 법제화가 무산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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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이 중독으로 규정됨에 따라 정부는 올해 안에 노출 정도와 위험성 등을 분석하고 적정 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게임의 산업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엄연히 중독현상이 있기 때문에 산업 육성과 함께 중독자 관리를 같이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게임 중독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독자 선별체계도 강화된다. 내년 중 초·중·고교는 인터넷게임·스마트폰 중독 조기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고위험군에 대해 중독관리치료센터·Wee센터 등과 연계해 관리한다.

직장·대학에도 선별검사 도구가 보급된다. 복지부는 게임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고 국립정신병원 5곳에 치유 과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중독자의 외래 진료를 돕기 위해 2018년 정신과 병·의원을 중독 치료 전문기관으로 지정한다.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 뒤 건강보험 신규 수가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기숙형 치유센터(인터넷 드림마을) 대상자를 연간 300명에서 4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만 게임은 중독이란 점을 법령에 명시할지 여부는 추후 검토키로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게임 과몰입(중독) 인구는 청소년이 0.7%, 19~35세 성인이 2.4%다. 과몰입 위험군은 각각 1.8%, 6.2%다. 인터넷 중독은 성인·청소년 구분 없이 6.9%, 스마트폰 중독은 14.2%다(미래창조과학부·2014년).

복지부는 인터넷·게임 중독자가 68만 명이며 인터넷 중독으로 인해 연간 5조4000억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들어간다고 추정했다.

 이번 조치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과 인터넷을 중독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겠다는 조치가 늦긴 했지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복지부가 방향을 잘 잡았다. 법률이 없더라도 보건 측면에서 게임을 중독으로 다루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성희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게임 과몰입은 부모와 학교 같은 사회적 환경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다거나 별도의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복지부나 여성가족부가 이를 추진하면 반대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향후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게임업계도 여전히 반대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게임 중독이 질병이라는 결론이 나온 게 없다. 게임 과몰입은 가정 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협회는 매출 감소 등의 영향이 나타나면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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