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란 개혁파 총선 압승…핵 포기 뒤 개방 선택했다

중앙일보 2016.02.29 01:26 종합 16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로하니 대통령

이란 개혁파가 26일(현지시간) 이란 의회(마즐리스) 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로하니 친서방 정책 탄력

영국 BBC는 27일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개혁파가 이란 총선에서 승리를 거둬 친(親)서방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 총선은 2012년 이후 4년 만의 총선으로 국회의원 290명과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 88명을 선출해 “쌍둥이 선거”로 주목 받아왔다.

총선 전 최고권력기구인 혁명수호위원회가 후보 적격 심사를 통해 개혁파 후보 절반 가량을 실격 처리했음에도 개혁 세력이 우세한 성적표를 받아 들며 사실상 개혁파의 완승이라는 평가다.  

 28일 오전 10시(현지시간)까지 진행된 개표에서 개혁파는 수도인 테헤란에 배정된 30석을 싹쓸이했다.

개혁·중도파 연대인 ‘희망의 명단’의 대표 인사 무함마드 레자 아레프 전 부통령이 선두를 달리는 등 30위까지 모두 개혁·중도파 인사가 차지했다. 강경 보수파의 간판이자 대선 주자였던 골람알리 핫다드 아델 전 국회의장은 31위에 그치고 있다.

 총선과 함께 치러진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 선거에서도 개혁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테헤란에서 선출되는 16명의 위원 중 개혁파는 14명, 보수파는 2명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개혁파의 대부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득표 1위, 로하니 대통령도 2위에 올라 당선이 확실하다.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이란 최고지도자를 임명하는 헌법 기구로 임기는 8년이다.

 이번 선출 위원들의 임기 중 보수파로 평가되는 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76)의 후계자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 결과에 따라 이란 전체의 국가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라프산자니는 이란 국영통신사 IRNA에 “경쟁은 끝났고 통합과 협력의 시대가 왔다”며 “역내 상황이 불안한 가운데 선출된 이들이 민주주의 모델을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헤란 외 지역에서도 개혁·중도파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언론 메흐르 통신은 당선이 유력한 개혁파와 중도파가 135석(개혁 63석, 중도 72석)이고 보수파는 101석이라고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국민들이 변화를 원했다”며 “실용주의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핵 개발로 인한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강경 보수파에 대한 불만이 깊어졌고 변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란은 경제 제재 당시 연 40%의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혁파의 승리 동력은 젊은 층의 지지였다. 이번 선거는 8000만 명의 유권자 중 60%가 30세 미만(2013년 세계은행 통계)이었다. 이들은 개혁개방을 통해 해외 투자를 유치해 이란 경제를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확대하길 원하고 있다.
 
기사 이미지

이란 핵협상 이후 첫 총선을 맞아 26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 남부 도시 콤에서 이란 여성들이 히잡을 쓴 채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콤 AP=뉴시스]


실제로 이란에서는 35세 이하 의 실업률이 25%를 기록해 전체 국민 평균의 2.5배나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란의 젊은 유권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투표를 독려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일부 투표장에서는 사람이 몰리며 투표 시간이 3차례나 연장되기도 했다. 최종 투표율(잠정)은 60%를 넘어섰다.

 로하니 대통령은 IRNA와 인터뷰에서 “이란 경제 개발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이라며 “유권자들이 현 정권에 신뢰를 보여주고 힘을 실어 준 것”이라고 밝혔다.

BBC는 2013년 서방과 핵 협상을 주장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로하니 대통령이 재신임 성격을 담은 이번 총선을 승리를 이끌며 2017년 재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2012년 치러진 총선으로 구성된 현재 의회는 290석 중 보수파가 180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총선 최종 개표결과는 다음달 2일 나온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