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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실상을 반영 못하는 사교육비 통계

중앙일보 2016.02.29 00:30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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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성
사회부문 기자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4만원? 그 돈으로 국·영·수 중 하나라도 해결하면 소원이 없겠다.” “북한을 조사했나. 학습지와 태권도만 합쳐도 그보다 많다.”

 26일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에 대한 학부모의 반응이다. 이날 온라인 포털 등엔 통계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댓글 수천 개가 달렸다. “초3 아들 영어학원비만 25만원”이라는 지적부터 “통계가 맞다면 애 넷도 낳겠다”는 농담까지, 표현은 달랐지만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2007년부터 매년 2월 전년도 사교육비 통계를 작성·발표하고 있다. 사교육비의 추세를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자는 취지다. 통계법에 의해 조사하는 정부 ‘지정통계’다. 조사 규모(학부모 4만3000명)도 상당한 편이다. 그럼에도 매년 발표 때마다 조롱거리가 되고 만다. 조사 방식(설문)의 한계로 응답자가 과외비 등을 낮춰 말해도 검증 불가능하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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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시민단체들은 무엇보다 ‘평균의 함정’을 간과한 채 형식논리에 매달리는 당국의 태도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가 발표한 1인당 사교육비는 사교육비가 ‘0원’인 학생도 분자(사교육비)·분모(학생 수)에 포함한 평균이다. 가령 특성화고에 다녀 입시용 사교육이 필요 없거나, 일반고에 있지만 대학 진학 의향이 없는 학생도 모두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통계는 실상을 반영하지 못한다. 고등학생의 경우 올해 발표 결과를 토대로 ‘사교육 참여 학생(전체 50.2%)’만의 사교육비를 재계산하면 1인당 월평균 47만원이 나온다. 발표 수치(23만6000원)의 두 배다. 사교육비를 집계하면서 방과후학교 참가비용, EBS 교재 구입비를 빼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사교육 대체를 위한 공교육 프로그램인 만큼 제외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선 어차피 ‘한 주머니’에서 나오는 교육비다.

 ‘부처 입장’에 충실한 듯한 통계 해석도 불신을 키운다. 이날 교육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엔 ‘사교육비 총규모가 6년 연속 줄었다’ ‘자유학기제를 적용한 중1은 사교육비가 줄었다’ 식의 긍정적인 제목 일색이다. 반면 같은 날 공개된 통계청 자료는 1인당 사교육비가 지난해에 비해 1.0% 늘었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증가세라는 점을 제목이나 표로 ‘솔직하게’ 밝혔다. 교육부 담당 기자들 사이에서 “차라리 통계청 자료를 보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학생·학부모 대다수가 직·간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교육정책은 더욱 그렇다. 교육부는 투명하고 현실감 있는 통계로 학부모의 신뢰부터 얻길 바란다.

천인성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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