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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방 공항과 지방 도로, 지자체에 맡겨야

중앙일보 2016.02.29 00:29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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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헌구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서울 내부순환로에서 케이블이 끊어진 게 발견되면서 일부 구간이 급작스레 폐쇄됐다. 이 길을 다니던 하루 9만5000대의 차량이 우회하느라 일대 교통이 평소보다 혼잡해졌다. 이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예 나서지 않는 차량도 꽤 있다고 한다. 지난해 말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가 번개를 맞은 케이블을 교체하기 위해 통행이 차단됐을 때도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회간접자본(SOC)의 중요성을 우리는 이런 사고를 겪고서야 역설적으로 체감한다.

적자 노선, 지방 도로 중복 투자는
중앙정부가 모든 것 맡기 때문
수요 변화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SOC 정책을 고민할 때다


 한국의 SOC 투자는 도로·철도·공항·항만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며 물류비 절감과 국민 편익 증진에 기여해왔다. SOC 투자는 경제성장의 견인차였을 뿐 아니라 경제위기가 발생할 경우 고용 및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유용한 경기 대응 정책 수단이 돼 왔다. 예를 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의 방안으로 SOC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SOC 투자 예산은 1990년 2조4000억원에서 2010년 25조5000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가 이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 SOC 예산은 21조5000억원이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지났고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4대 강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SOC 투자의 방향을 재설정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SOC 수요 증대에 한계가 있었다. 정부의 재정수입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복지예산 투입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북한 핵문제 등 동북아시아에서의 지정학적 상황이 변하면서 국방예산에 대한 부담도 늘었다. SOC 투자예산을 줄이는 압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요인들이 효율성을 기본으로 SOC 투자정책을 재설정하자는 지적이 대두되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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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2000년대 이후 SOC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예산 낭비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됐다. 고속도로와 국도 노선이 중복되거나 이용자가 적은 곳의 국도가 불필요하게 고사양으로 건설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항공사들의 운항 중단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지방 공항이다. KTX가 개통되면서 김포·김해·제주 노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내 항공 노선이 적자 노선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또한 국제 체육대회 유치 때마다 체육시설 과잉 건설도 단골로 지적되는 문제다. 이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SOC 투자를 축소하거나 수요 변화에 대응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SOC 정책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우선 SOC 투자의 중심을 지역 간 간선교통시설에서 광역도시권 및 연계 교통시설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도시와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보다는 순환도로나 광역철도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환승센터, KTX역과 연계되는 연계교통시설, 물류거점의 연계 교통시설 투자 등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능형 교통관리시스템 확대, 복선전철화 투자 등 기존 시설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투자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둘째, 안전 및 기존 시설의 유지관리를 위한 투자를 증대해야 한다. 현재 도로교량의 약 54%, 철도교량의 약 48%, 도로터널의 31%, 철도터널의 77%가 건설된 지 10년 이상 된 노후시설이다. 이런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비용은 2014년 3100억원이었는데 연평균 10% 정도씩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고 등 심각한 사회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셋째, SOC 투자평가 시스템의 합리화를 추진해야 한다. 예비타당성 평가 및 본 타당성 평가로 돼 있는 제도를 조정해 유명무실해진 본 타당성 평가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타당성 평가를 위한 기초연구 투자를 확대하고 도로 철도 외에 다양한 사업들에 대한 평가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평가체계 합리화는 투자 효율화에 어떤 정책보다 큰 효과를 낼 것이다.

 넷째로 민간 투자를 늘려야 한다. 복지 및 국방 예산이 늘면서 공공부문의 SOC 투자는 지속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시설의 특성에 따라 민간이 참여하는 다양한 사업 방식을 도입해 SOC 운영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 도로와 지방 공항의 지자체 이양을 추진하는 등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방 공항의 운영 적자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공항을 유치 및 유지하려 하고, 도로의 중복투자가 일어나는 등의 문제는 시설의 건설과 운영을 중앙정부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SOC 투자는 적재·적소·적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5년 정도 시간이 지난 뒤 혼잡 등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효율적인 SOC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막대한 세금 낭비가 발생하기도 한다. 새로운 SOC 정책 방향을 위한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헌구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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