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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귀향’…위안부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중앙일보 2016.02.29 00:19 종합 3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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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논설위원

세계 최고의 ‘박물관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박물관 수는 무려 3만5000개. 미국 내 스타벅스(1만2000개)와 맥도날드(1만4000개) 전체 매장을 다 더해도 게임이 안 된다.

 이 중엔 남북전쟁, 인디언 학살 등 슬픈 과거사에 대한 박물관도 수두룩하다. 유대인 학살을 다룬 홀로코스트 박물관만 51개다. 이스라엘·독일·폴란드 세 나라를 합친 숫자의 두 배 이상이다.

 하지만 마땅히 있을 법한 노예 박물관은 최근까지 전무했다. 재작년 말 백인 독지가가 뉴올리언스 교외 사탕수수 농장에 첫 노예 박물관을 세워 화제가 됐다. 하지만 변변치 않은 시설인 데다 도심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진 외딴곳이었다. 수도 워싱턴은 물론이고 50개 주에 하나씩 있어도 모자랄 노예 박물관이 왜 이토록 없는 것인가.

 놀랍게도 흑인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인종 차별이라는 현대판 노예제가 버젓이 살아 있는데, 과거를 이야기하는 박물관이 웬 말이냐”는 논리다.

 지난 주말 가슴을 짓누르는 위안부 영화 ‘귀향’을 보면서 떠오른 게 이 얘기였다. 지난해 말 한·일 양국은 외교장관회의에서 위안부 문제를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다. 살아 숨쉬는 위안부 문제를 박제로 만들려 한 셈이다. 지난해 9월 한·일 관계의 재조명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린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 전문가인 정진성 서울대 교수는 단언했다. “위안부 문제는 결코 덮을 수 없다”고. “최근 태국에서 나이·이름 등이 상세히 적힌 위안부 명단이 나오는 등 앞으로도 중국·일본·미국·영국 등지에서 무궁무진한 자료가 쏟아질 텐데 어떻게 막겠느냐”는 얘기였다.

 영화·소설·연극·만화 등 온갖 위안부 관련 창작물도 계속 불꽃을 태울 것이다. 영화 ‘귀향’에서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이 학살당하는 장면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생존 위안부 할머니들만 피해자가 아니다. 조상들이 억지로 끌려가 능욕당했는데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아파하는 우리 후손들 역시 피해자다. 아무리 정부가 끝냈다고 주장한들 제2의 ‘귀향’이 만들어져 상영되면 또 민족 감정이 분출될 게 분명하다.

 위안부 문제는 과거사가 아니다. 아베 신조 정권이 강제동원을 부정한다는 사실조차 현재진행형인 위안부 역사의 한 자락이다. 지난해 위안부 문제가 일단락됐다고는 하나 일본 정치인의 망언은 이어진다. 일본 정부의 지원금 10억 엔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는 형국이다. 내일은 삼일절. 이제 어쩔 건지 냉정하게 돌이켜 볼 적기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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