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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칼럼] 개성공단 폐쇄, 과정 없는 통일정책의 결과

중앙일보 2016.02.29 00:19 종합 3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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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최선의 선택일까?’ 나 자신에게 여러 번 질문했다. 그때마다 ‘아니다’고 스스로 답한다. 개성공단 폐쇄 이야기다. 북한의 핵무기화와 미사일 발사 성공은 우리에게 큰 안보 위협이다. 맞다. 정부가 북한제재 카드를 꺼내 든 이유를 분명 알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쓰면서도 ‘최선의 방법이었을까?’라고 물을 때 여전히 ‘아니다’고 답하게 된다.

 개성공단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난 16일 국회연설에서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폐쇄 이유로 두 가지를 거론했다.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의 볼모 가능성과 북측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핵·미사일 개발비로의 전용이다. 대통령이 지적한 두 가지 사항은 개성공단 건설합의서가 체결된 2000년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반대론자들이 줄곧 주장해 온 내용이다. 그런데 ‘임금 전용’은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증거 없다고 고백했다. 하기야 돈에 꼬리표가 달려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므로 반대 이유로는 ‘볼모론’ 하나만 남는다. 국가의 의무 중 하나가 국민의 생명 보호임을 고려하면 볼모론 하나로도 개성공단의 폐쇄 이유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두 가지 점에서 개성공단 폐쇄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나는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조치가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 핵과 미사일을 무력화하고 전쟁이 아닌 평화를 지킬 수 있는가? 개성공단은 단순한 ‘공단’이 아니다. 평화의 상징이자 남북 동반성장의 모범이고 남북 사이의 안전핀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뿐 아니라 직접 도발해 46명이 천안함과 함께 희생되고, 연평도가 포병 공격까지 받았지만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은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후방으로 이동했던 부대들이 다시 전진 배치되면 개성에서 수도권까지 거리가 60㎞ 정도이기 때문에 사정거리가 54~65㎞에 이르는 북한군의 장사정포 사격권 내에 서울과 수도권 서부 시민이 포함돼 안전에 대한 위협이 증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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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하나는 개성공단의 여러 가지 유용성이다. 첫째, 경제적 유용성이다. 이는 지난 15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개성공단 폐쇄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해 한국의 국가 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한 데서 쉽게 확인된다. 무디스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우리나라의 자본·경상·재정수지가 훼손되며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북한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고자 한다면 중국을 고려해야 한다.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은 약 1억 달러의 인건비 손실만 발생한다. 그런데 5·24조치로 북한은 모래 수출 같은 일반 교역 4억 달러와 위탁가공 교역 4억 달러의 수입이 사라졌지만 북·중 무역 확대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둘째, 개성공단은 평화통일의 교두보라고 할 수 있다. 옛 동독 출신인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의 뤼디거 프랑크 교수는 북한 동향 분석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독일 통일 전 동독인이 서독인을 접촉하는 경험은 물론이고 그냥 바라보는 경험만으로도 동독 체제에 매우 파괴적”이었다며 “개성공단은 거대한 남한 측 선전기구” 역할을 하게 돼 북한 노동자들은 “남쪽이 풍요의 땅이라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따르면 개성공단은 그 자체만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셋째, 통일비용을 감소시킨다. 우리가 통일을 추구하는 이유는 분단보다 통일이 남북한 모두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지금 북한이 붕괴한다면 남한 경제는 그 충격을 감당하기 어렵다. 서독은 통일 이후 오랫동안 경제 침체를 겪었다. 지금 남북한 경제력 격차는 독일 통일 때의 동·서독보다 훨씬 크고, 남한 경제는 서독보다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공멸이다. 제2, 3의 개성공단이 계속 생길수록 통일비용은 낮아지고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 그 밖에도 개성공단의 유용성은 많다. 그래서 ‘폐쇄가 최선일까?’라는 질문에 아직도 ‘아니다’고 답하게 된다.

 평화통일을 추구한다면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려는 외교안보적 노력을 계속하되 개성공단은 다시 살려야 한다. 안보적 관점과 경제적 관점에서 폐쇄보다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대북정책은 남북한 간 경제력 격차를 줄이고 통일 이후 한반도 경제 건설의 싹이 될 수 있는 개성공단 같은 사업은 ‘평화통일 기반 조성’사업으로 분류해 정치·군사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3년 8월 14일 남북한이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하기로 합의했음을 상기하자. 정경분리 원칙이 그리운 시절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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