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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대상포진·당뇨병 초기에 잡지 않으면 평생 끙끙 앓는다

중앙일보 2016.02.29 00:02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치료 후에도 남는 만성통증 가이드

통증은 증상이다. 보이지 않는 몸의 이상을 알려주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계속되는 통증은 치료가 필요한 병(病)이다. 당뇨병과 대상포진으로 인한 신경병증성 통증이 대표적이다. 질환으로 손상된 신경이 질환 치료 후에도 남아 통증이 계속되는 병이다. 초기 관리에 실패하면 평생 만성통증으로 고생할지 모른다.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상철 교수는 “신경병증성 통증은 일반적인 진통제나 대증요법으로 낫기 어렵다”고 적극적인 대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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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주부 최모(62)씨는 집 밖을 나서기 두렵다. 바람만 불어도 살을 에는 통증 때문이다. 담이 온 듯 가슴이 답답했던 게 세 달 전. 다음 날 띠 모양의 수포가 보여 결국 대상포진으로 진단받았다. 피부과를 꾸준히 찾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통증은 계속됐다. 진통제도 바꿔보고 면역력에 좋다는 음식을 먹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령자는 대상포진 치료해도 통증 지속

대상포진은 몸에 숨어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한 틈을 타 발생한다. 바이러스의 1차 공격 대상은 피부가 아닌 신경이다. 이 교수는 “이 때문에 초기에는 감기·몸살에 걸린 듯 몸이 욱신거리고 아프다가 며칠이 지난 뒤에 발진, 물집 등 피부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가 침범한 신경을 따라 몸의 한쪽에만 띠 모양의 피부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대상포진의 특징이다.

바이러스는 신경세포를 파괴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대상포진 환자가 ‘출산에 버금갈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겪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신경 손상이 바이러스를 제거해도 쉽게 낫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령일수록,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을수록 이럴 가능성이 크다. 잠복 증상이 심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상포진을 치료해도 통증이 계속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는 2010년 9만706명에서 2014년 13만502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증상이 심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도 같은 기간 13%쯤 증가했다. 이 교수는 “증상 지속시간은 환자마다 다르다. 단, 나이가 많을수록 통증 개선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에는 신경계에 작용하는 항우울제나 항경련제 등이 사용된다. 빠른 회복이 필요하면 국소마취제를 사용해 신경차단술이나 고주파열응고술, 척수강내 약물주입술을 적용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초기 대처다. 이 교수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신경통을 앓을 확률도 높아진다”며 “이 증상이 다른 질환을 유발하진 않지만 전신 또는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증, 무감각은 가장 흔한 당뇨 합병증

당뇨병은 혈당이 장기간 조절되지 않아 생기는 합병증이 더욱 위험하다. 흔히 심뇌혈관 질환이나 망막, 신장합병증을 생각하지만 가장 많은 합병증은 신경 손상으로 인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이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고경수 교수는 “이 통증은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앓을 정도로 흔하다”며 “합병증 중에서도 초기 증상이며, 다른 합병증이 오고 있다는 ‘경고등’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았다. 단,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혈당 조절이 잘 안 될수록 신경 손상 가능성이 크다. 밤 시간, 양쪽 다리에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찾아오는 게 특징이다.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 저려 잠에 들지 못한다. 고 교수는 “피로가 쌓이면 혈당 조절이 제대로 안 돼 당뇨병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반대로 무감각 또는 이상감각도 신경병증성 통증의 주요 증상이다. 고 교수는 “증상 완화를 위해 미지근한 물에 담그거나 심한 마시지를 하면 오히려 위험하다”고 말했다. 화상과 상처가 궤양으로 번지기 쉽고, 심할 경우 다리를 절단하기도 한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혈액순환장애로 오해하기 쉽다. 고 교수는 “혈액순환이 원인일 땐 걷거나 움직이면 증상이 심하고, 가만히 쉬면 나아진다. 신경이 문제일 땐 이와 반대로 몸을 써야 덜 아프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진행성 질환이므로 이로 인한 통증 역시 참는다고 낫지 않는다. 신경계 손상을 악화하는 음주와 흡연은 피하고, 비타민C 등 영양 공급을 충분히 하는 게 좋다. 고 교수는 “궁극적인 예방책은 당뇨병을 조기 발견하고 대처하는 것”이라며 “통증을 줄여주는 신경계 약물치료도 사용할 수 있다. 정기적인 혈당 측정과 신경기능 검사를 통해 진행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증상 악화를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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