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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강박관념이 빚은 치명적 실수

중앙일보 2016.02.29 00:01 경제 7면 지면보기
<본선 8강전 1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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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보(81~93)=81로 따냈으나 82로 가만히 내려서니 별 게 없다. 백의 집을 조금 깎아낸 정도에 불과한데 83으로 연결한 흑의 움직임은 족쇄를 채운 듯 무거우니 흑▲와 백△의 교환은 치명적이다.

 앞서 박정환의 ‘1인자 강박관념’을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정환의 평소 심리상태라면 흑▲ 같은 실수는 절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우하 일대에서 탕웨이싱의 능란한 완급조절의 전술에 말려 원하지 않은 구도가 된 것도 언짢은데 흑▲, 백△가 교환되는 순간 아예 진흙탕에 스스로 뛰어든 꼴이 돼버렸다.

 84, 86으로 하변 흑의 근거가 무너지고 88로 끼워 ‘참고도’ 백 1 이하의 7까지의 암울한 진행이 예상되는데 89에 멈칫, 뜸을 들이던 탕웨이싱은 슬그머니 우변 90으로 손을 돌린다. 노회하다. 일류의 프로가 아니더라도 이쯤이면 ‘참고도’의 진행을 그릴 수 있고 머리속에 그런 괴로운 그림이 떠오르면 입안이 바짝바짝 마를 정도로 초조할 텐데 그 수순을 바로 실행하지 않고 슬쩍 방향을 튼다.

 우변이 뚫리면서 한가하게 흑A로 이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괴로운 심정은 폭증된다. 91, 93은 문자 그대로 가슴에 칼을 꽂는 인내. 92로 끊었을 때 흑A로 잡지 못하는 심정은 쓰라리기 짝이 없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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