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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세계 1위 … 해외선 각광, 국내에선 ‘찬밥’ 신세

중앙선데이 2016.02.28 01:30 468호 3면 지면보기

부산시 기장군 해수담수화 시설의 핵심 설비인 역삼투 플랜트 내부.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반투과막(멤브레인)이 든 대형 원통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 마치 거대한 정수기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취수한 바닷물의 절반은 담수로 바뀌고 나머지 절반은 바다로 배출된다. 강찬수 기자



중부지방의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의 강수량은 2014년 808.9㎜, 2015년 792.1㎜로 평년 강수량(1450.5㎜)의 절반이다. 최근 금강 백제보와 보령댐을 연결하는 도로수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보령시 등 충남 지역 8개 시·군의 제한급수가 풀렸지만 항구적인 가뭄대책으로 해수담수화 시설 설치가 검토되고 있다. 정부도 신성장동력으로 해수담수화 산업을 주목하고 있으나 신기술 개발 없이는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안전성 논란에 휩싸여 신기술이 적용된 시설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논란 휩싸인 신성장동력, 해수담수화

정부와 부산시가 신기술 실증시설로 설치한 기장군의 해수담수화 시설(하루 생산량 4만5000㎥ 규모)의 핵심은 역삼투(RO) 공정이다. 반투과막을 이용해 물에 녹아 있는 오염물질을 걸러낸다. 막으로 오염물질을 걸러내다 보니 미네랄까지 제거돼 물이 너무 깨끗해 걱정일 정도다. 두산중공업 안호걸 현장소장은 “이 시설에는 에너지를 줄이는 새로운 기술 등이 다수 적용돼 있다”며 “정수가 끝난 다음에는 미네랄을 보충하고 산도(pH)를 조절한 다음 공급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과 환경단체에서는 1년 넘게 가동을 막고 있다.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방사능 물질이 수돗물에 섞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다음달 19일부터 이틀간 해수담수 공급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박헌휘 단국대 원자력융합과 교수는 “바닷물의 방사능 수치는 L당 0.3베크렐(Bq, 방사능 단위)로 결코 높지 않다”며 “보통 음식물을 통해 흡수하는 게 연간 1350만Bq이지만 담수화 수돗물로는 하루 2.5L씩 마셔도 연간 274Bq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부산 지역 상수원수인 낙동강에도 자연방사능이 바닷물보다 높게 측정된다는 것이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김용순 수질팀 연구관은 “낙동강물은 갈수기에 공업용수 수준인 3급수로 악화되지만 바닷물은 1급수에 해당될 만큼 깨끗하다”고 강조했다.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 전체 모습. [사진 두산중공업]



충남도, 가뭄 대책으로 해수담수화 제안부산시가 해수담수화 시설을 유치한 건 ‘해수담수화 글로벌 허브(Hub) 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부산시는 지난달 2025년까지 해수담수화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제2담수화 시설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영환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파일럿 실험센터와 연구·산업 단지 등 해수담수화 클러스터가 들어설 부지로 기장 담수화 시설 부근 혹은 낙동강 에코델타시티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해수담수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충남도는 지난 22일 금강~보령댐 도수로 통수식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태안·서산 등 충남 서해안 두 곳에 각각 하루 10만㎥ 규모의 해수담수화 시설을 설치해줄 것을 건의했다. 해수로 만든 담수를 공업용수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임재림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상하수도연구소장은 “수자원공사에서는 보령댐 고갈로 문제가 됐던 충남의 대산공단 등 임해산단을 대상으로 하루 10만㎥ 규모의 담수화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르면 올해 안에 착공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해수담수화를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따른 신(新)물관리방안 대토론회’에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수담수화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임해산업단지에 선도사업을 추진하는 등 대체 수자원 기술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5년 세계 시장 규모 48조원 전망국제담수화협회(IDA) 집계에 따르면 하루 2만㎥ 이상의 규모를 갖춘 해수담수화 시설은 전 세계적으로 2만 개에 육박하고 있고, 세계 인구의 1% 정도가 담수화 수돗물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절반은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이, 나머지 절반은 아시아와 미국 등 미주 지역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 해수담수화 시장은 2015년 12조원에서 2025년 48조3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한국도 세계 해수담수화시장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 1978년 해수담수화 사업에 뛰어든 두산중공업이 지난 30여 년 동안 중동 지역에서 수주한 담수화 플랜트 전체 규모만 하루 640만㎥로 서울시 전체 수돗물 생산량보다 많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중동에 건설한 담수화시설 중에는 역삼투 방식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단증발방식(MSF) 등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방식이라 담수 생산단가가 높다.임재림 소장은 “국내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설치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운영해서 실적을 쌓아야 수출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과학기술원 글로벌담수화연구센터의 황문현 박사도 “담수 1㎥ 생산 전력을 3.5㎾ 이하로 낮춰야 경쟁력이 있다”며 “한국 기업은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LG화학은 2014년 3월 미국 수처리 필터 전문업체인 나노H2O를 인수했고, GS건설도 스페인 회사를 인수해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포스코건설도 이 분야에 적극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토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 등에 흩어져 있는 해수담수화 관련 업무를 한 부처로 일원화하고 전력요금을 낮춰주는 등 산업 육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장=강찬수 환경전문기자?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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