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전도 측정 스마트폰, 백혈병 진단 컴퓨터 …

중앙선데이 2016.02.28 00:24 468호 2면 지면보기

2 센서와 무선 칩이 장착돼 눈물로 혈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구글의 스마트 콘택트렌즈. 3 망막을 확대 촬영할 수 있는 장치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이동식 안구진단장치로 활용한 ‘픽 비전’ 사례. 4 IBM의 인공지능 수퍼컴퓨터 ‘왓슨’은 환자의 DNA를 분석해 맞춤 치료법을 제시한다. 5 의약품 상자에 부착된 라이블리의 무선 센서가 약 복용 여부를 자동 감지한다. [각사 홈페이지]



SF영화 속 의료기기 구현 대회SF영화 ‘스타트렉’에는 각종 스캔 센서가 달린 소형 의료기기 ‘트라이코더’가 나온다. 기기로 사람을 한번 훑으면 신체 징후를 분석해 질병을 바로 진단한다. 말 그대로 꿈의 기기인 셈이다. 이 상상 속의 의료기기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무선통신 연구개발 기업인 ‘퀄컴’ 덕분이다. 퀄컴은 2012년 ‘퀄컴 트라이코더 엑스프라이즈 대회’를 시작했다. 대회의 미션은 트라이코더를 실제로 구현해 내는 것. 우승자에게는 무려 10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의사 영역 넘보는 첨단 ICT

?퀄컴이 내세운 참가 기준은 이렇다. 개발 기기는 빈혈·심방세동·만성폐쇄성폐질환·당뇨병·수면무호흡증 등 10여 개의 질병과 혈압·심박수·산소포화도·호흡 같은 주요 활력 징후를 필수적으로 진단·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기기의 무게도 약 2.2㎏을 넘지 않는 조건이다. 벌써 예선을 거쳐 10개의 결선 진출팀이 뽑혔다. 약 1년간 테스트와 평가를 거쳐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영화 속에만 존재하던 만능 휴대용 의료기기가 현실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연산 능력, 센서로 진찰첨단 기술이 의사의 영역에 도전한다. 질병의 예방·진단은 전통적으로 의사의 몫이었다. 의사의 의학 지식과 임상 경험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최근에는 최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거나 아예 대체되는 추세다. 스마트폰 기술은 헬스케어 혁신의 선두주자다. 각종 의료장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서다. 스타트업 ‘얼라이브코’가 개발한 휴대전화 케이스를 끼우는 순간, 스마트폰은 심전도 측정기로 탈바꿈한다. 케이스에 부착된 두 개의 전극을 양손으로 잡거나 가슴에 대면 심전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심전도 데이터는 고스란히 기록·저장된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도 진단용으로 쓰인다. ‘셀스코프’가 개발한 특수렌즈를 달면 귓속 고막의 염증 여부를 검사하는 검이경이 된다. ‘픽 비전’이 만든 보조장치와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을 검안 도구로 만든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환자의 시력, 백내장, 근시, 난시 같은 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개발도상국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쓰이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 최윤섭 소장은 “스마트폰에 내장돼 있는 카메라, 마이크, 터치스크린 같은 다양한 센서가 사용자의 데이터를 측정하는 데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며 “스마트폰의 연산 능력과 센서를 활용하면 사람을 진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진단 분야에서 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는 유전체 분석이다. 개인 유전체를 분석하면 암이나 심장질환 같은 질병 발병의 위험을 미리 알 수 있다. 미국 배우인 앤젤리나 졸리가 암이 발병하기도 전에 가족력과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유방 절제 수술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는 암 치료에도 유전자 분석 기술이 활용된다. 벤처회사 ‘파운데이션 메디신’은 환자의 암세포에서 암과 관련된 유전자 200여 개를 한번에 분석한다. 어느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지 파악해 가장 이상적인 치료제를 찾아낸다. 이 서비스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항암제는 물론 임상시험 중인 약의 정보까지 제공한다. IBM 수퍼컴 ‘왓슨’ 암 치료 기여이제껏 최적화한 치료법을 찾아내는 건 온전히 의사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이 헬스케어 분야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쇼 ‘제퍼디!’에서는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다. 인간 챔피언 2명과 IBM의 인공지능 기반의 수퍼컴퓨터가 승부를 겨뤘다. 결과는 왓슨의 압도적인 승리. 왓슨은 사람이 쓰는 문장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단어의 의미와 뉘앙스도 알아챈다. 인간처럼 혹은 그보다 더 뛰어나게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왓슨이 더욱 각광받는 이유는 이 능력을 의료현장에서 발휘하고 있어서다. 특히 암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IBM은 약 60만 건 이상의 진단서, 200만 쪽의 의료 전문 서적, 150만 건의 환자 기록을 확보해 학습시켰다. 병원에 가서 가상의 레지던트가 돼 임상 현장을 경험하고 배우기도 했다. 왓슨은 세계 최대 암센터인 MD앤더슨에 도입돼 백혈병 환자의 진단을 돕고, 암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도출한다. 엘지경제연구원 이승훈 책임연구원은 “다양한 헬스케어 기기가 왓슨과 같은 지능형 의료 플랫폼과 접목되면 단순한 모니터링이 아닌 질병의 진단과 처방에 이르는 의료 서비스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 3D 프린터로 체형과 개성을 살려 제작한 비스포크 이노베이션의 맞춤형 의족.



?최근 의료의 화두는 ‘맞춤형’이다. 3D 프린터 기술은 맞춤의료 시대를 앞당기는 일등공신이다. 3D 프린터는 액체·분말·고체 기반의 재료를 3차원적으로 분사해 층층이 쌓아 물체를 만든다. 특징은 모양에 구애 없이 제작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특히 환자의 신체구조에 딱 맞게 인체 모형을 제작할 수 있다. 수술 전에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어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시간을 단축한다. 현재 치과, 정형외과, 성형외과에서 활용하고 있다. 맞춤형 보청기, 치아 보철물, 의수·의족 등이 대표적이다. 영남대 나노메디컬유기재료공학과 김세현 교수는 한국공업화학회 저널(2015)에서 “미래에는 3D 프린터에 세포를 넣어 인공 장기를 출력하거나 자신에게 필요한 효과만을 모은 맞춤형 의약품을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눈물로 혈당 재는 렌즈 개발 착수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 인류의 영원한 숙제다. 이를 해결할 열쇠는 ‘셀프케어’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기술이다. 병원에 가서 의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서비스가 확대되는 배경이다. 인체에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항시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와 부착형 센서 등이 셀프케어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구글’은 이미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에 착수했다. 당뇨병 환자의 눈물을 이용해 혈당 수치를 측정하겠다는 게 목표다. 두 겹의 부드러운 렌즈 사이에 아주 작은 혈당 측정 센서와 무선 칩을 장착해 눈물로 혈당을 재는 식이다.



?‘라이블리’는 부착형 센서 기술을 이용해 노인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입문, 냉장고, 의약품 상자에 센서를 부착한다. 센서는 동작을 감지하고, 여기서 모인 데이터는 통신 허브로 전송된다. 통신 허브는 정기적으로 복용해야 할 약을 먹지 않거나 냉장고 문이 열려 있는 등 이상 현상을 감지해 알린다. 노인용 스마트 슬리퍼도 나왔다. 슬리퍼 바닥에 달린 센서가 압력과 보폭 데이터를 수집한다. 평소의 걸음과 상이하면 가족이나 의사에게 알려 사고를 예방한다. 최 소장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같은 첨단 디지털 기술과 의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갈수록 예방 중심, 정밀의료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선영·박정렬 기자?kim.sunyeong@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