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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점 깔면 이세돌 이길 실력…이창호·유창혁도 “놀랍다”

중앙일보 2016.02.24 02:53 종합 7면 지면보기
“인공지능의 수준이 프로기사와 대국할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이창호 9단)

프로기사들이 본 ‘알파고 기력’

 그간 바둑에서 컴퓨터는 인간의 적수가 아니었다. 지난해 제1회 미림합배 세계컴퓨터바둑토너먼트에서 우승한 한국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돌바람’도 프로기사와 4점 정도 기력 차이가 있었다. 4점은 큰 차이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난달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 Go)’가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을 이긴 사실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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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상 9단은 “알파고가 생각보다 너무 사람같이 바둑을 둬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유창혁 9단도 “인공지능이 인간 실력에 근접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알파고의 기보를 분석한 프로기사들은 알파고의 기풍이 침착하고 균형감이 좋다고 평했다.

송태곤 9단은 “하수는 바둑판 한쪽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다른 쪽은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파고는 전반을 고려해 수 읽기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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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 8단은 “알파고는 ‘컴퓨터’답게 절대 무리하지 않고 단단하게 두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기력은 이세돌 9단과 ‘선(先)’ 정도 실력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진단했다. 즉 한 점 정도의 기력 차이다.

최철한 9단은 “대부분 프로기사가 알파고가 두 점을 깔면 이세돌 9단이 질 것이라고 본다”며 “인공지능의 수준이 프로기사에게 ‘선’까지 왔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물론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점을 고려하면 알파고의 기력이 더 향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로기사들은 알파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수 읽기와 계산 능력을 꼽았다. 특히 수 싸움이 많은 중반전과 정교한 끝내기가 필요한 후반전이 강점으로 꼽혔다. 뛰어난 계산 능력을 바탕으로 한번 유리한 바둑에서는 절대 무리하지 않고 끝까지 승세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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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라 감정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이현욱 8단은 “사람은 아무리 최고의 기사라도 그날 대국 환경이나 컨디션에 따라 대국 내용이 달라지고, 바둑이 유리해지면 저도 모르게 방심해 승부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알파고는 그런 면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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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큰 장점은 끊임없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알파고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통해 사람이면 1000년 걸리는 100만 번의 대국을 4주 만에 소화했다고 밝혔다. 이론대로라면 앞으로 알파고는 무한대의 데이터를 축적해 ‘신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초반 포석이다. 초반은 바둑판 위 돌의 개수가 적어 경우의 수가 많고, 수 읽기나 계산으로 바둑을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은 “초반 포석은 계산이 아닌 감각으로 두는 경우가 많은데 알파고가 포석 감각까지 갖추려면 엄청난 데이터가 쌓여야 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변수를 처리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아직 입력돼 있지 않은 정보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의외로 쉬운 수에서 엉뚱한 실수를 하는 약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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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9단은 “알파고가 정석같이 전혀 실수할 수 없는 곳에서 몇 번 실수를 하더라”며 “바둑은 실수 하나로 바로 국면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알파고의 취약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유행에서 벗어난 구식 바둑을 두는 것이 단점으로 언급됐다.

 대다수 기사는 아직까지는 이세돌 9단이 전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철한 9단은 “이 9단이 5대 0으로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박승철 8단은 “이 9단이 5대 0으로 이길 것 같다”면서도 “알파고가 남은 시간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라고 덧붙였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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