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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깨져 땜질 비용 연 9억…애물단지 된 광화문 돌길

중앙일보 2016.02.24 01:37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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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돌길이 아스팔트로 흉하게 덮여있다. 주변 돌들은 사이가 벌어져 울퉁불퉁하다. 서울시는 돌길 보수 비용으로 지난해에만 9억원을 썼다. [사진 신인섭 기자]

덜컹덜컹.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옆을 지나가면서 차는 좌우로 흔들렸다. 차량 계기판 위 고양이인형도 손을 부지런히 앞뒤로 흔들었다.

1.2㎞ 구간에 59곳 임시 보수
고쳐도 기초 약해 다시 파손
보수비용, 일반 도로 100배
교통대란 우려, 재공사 못해

잠시 후 KT 사옥 옆을 지날 때는 낮은 도로턱을 지나는 것처럼 앞뒤로 출렁였다. 23일 오후 1시 본지 기자가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돌길(총 1.2㎞)을 ‘∩’형으로 도는 3분여간 차는 17차례 흔들렸다.

 광화문광장 돌길은 서울에서 가장 비싼 도로다. ‘디자인서울’을 시정철학으로 내걸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09년 8월 광화문광장을 조성했다. 좌우 도로(2만3601㎡)에 70억원을 들여 화강암 재질의 판석 돌길을 만들었다. 아스팔트 도로(㎡당 2만원)의 15배인 ㎡당 30만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하지만 서울시가 2008년 9월부터 9개월간 공사해 야심차게 내놓은 광화문 돌길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 사이의 틈이 벌어지거나 도로 일부가 내려앉았다.

2011년 5월과 7월에는 집중호우로 60곳이 파손돼 대대적인 복구공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수차례 보수 공사가 반복됐다.

 23일에도 확인해보니 아스팔트로 땜질한 부분이 59곳, 돌이 깨진 부분은 28곳이 발견됐다. 반면 돌길과 비슷한 면적과 교통량의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서울시청 구간에서는 땜질한 곳이 3곳뿐이었다.

 시민들도 불만이 많다. 택시기사 이한명(70)씨는 "다른 도로보다 미끄러워 사고위험도 높고 승차감도 나쁘다” 고 말했다. 서울시에는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민원이 매달 2건씩 접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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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 고민도 깊다. 돌길을 유지하는데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어서다. 서울시 북부도로사업소에 따르면 2014년과 2015년 광화문광장 돌길의 유지·보수에 들인 비용은 각각 7억6000만원과 9억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종로·성북·강북·노원·도봉구의 모든 도로(537만㎡)를 관리하는데 쓴 돈은 연간 18억원이다. 돌길은 매년 보수비용이 ㎡당 7만336원으로, 일반 도로(㎡당 670원)의 100배가 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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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손된 도로를 복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송상영 서울시 도로관리과장은 “돌길을 들어내 기초 부분을 담당하는 모르타르(모래+시멘트+물의 혼합물)를 깔아야 하는데 겨울에는 온도가 낮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위에 아스팔트를 붙여놓는다”며 “봄에 아스팔트를 떼어내고 새로 복구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설계는 교통량을 감안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졸속 공사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조윤호 중앙대 건축학과 교수는 “모르타르는 충분히 건조돼야 하는데 마르기도 전에 돌을 덮어버려 작은 충격에도 내려앉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영찬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도 “공사를 서두르다 보니 유럽처럼 땅을 파서 콘크리트를 붓는 대신 기존 아스팔트를 살짝 깎아내고 그 위에 모르타르를 깔아 공사가 부실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재공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통행을 차단할 경우 교통대란이 예상된다”며 “현재로서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복구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김나한 기자·김준승(동국대 4) 인턴기자 kim.naha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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