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교 깊이보기] 부산국제고, 8개국 10개교와 자매결연…교환학생·문화탐방 등 교류 활발

중앙일보 2016.02.24 00:26 Week& 4면 지면보기
국내 1호 국제고
 
기사 이미지

부산국제고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원어민 교사가 많다. 이들은 외국어 수업뿐 아니라 여러 특강을 통해 학생들과 국내외 이슈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김경록 기자



수업 내용부터 체험학습까지 학생이 주도적으로 기획
전 과목 토론식으로…원어민 교사와 외국인 학생 많아
한국과학영재교 오가며 인문·자연 넘나드는 과제 연구



부산국제고(교장 박인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국제고등학교다. 외국어고등학교가 영어·중국어·스페인어 등 어학 계열 특기자를 교육하는 기관이라면, 국제고등학교는 정치외교나 국제통상 등 사회과학 분야의 영재 교육을 담당한다. 이 학교 최종원 교감은 “국제고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게 설립 취지”라며 “인류애를 바탕으로 다양성을 포용할 줄 알고 국제 이슈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게 우리의 교육 목표”라고 강조했다. 교육과정 역시 글로벌 리더로서의 소양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사 이미지

학생·교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커리큘럼

자율과 절제. 부산국제고 교육과정에서 엿볼 수 있는 교육 철학이다. 학생들은 “부산국제고는 수업 내용은 물론이고,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 등 비교과 활동까지 학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건 없다”며 “학생이 주도적으로 기획하면 학교가 지원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은 어떤 과목이든 토론이 원칙이다. 3학년 임예지양은 “한 반 정원이 20명밖에 안 되고, 교사 1명당 학생 수가 8명 정도라 수업 시간에 수시로 토론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일례로 국어 시간에 ‘춘향전’에 대한 내용을 다루다가 교사가 ‘춘향이가 과연 열녀일까’라고 주제를 던진다. 학생들은 곧바로 4~5명씩 모둠을 이뤄 찬성과 반대 주장을 펼치며 토론을 이어나가는 거다. 2학년 성지명군은 “이런 토론 주제는 학생들이 평소 궁금한 주제를 쪽지에 적어 제출하면 선생님이 그 중 타당한 주제를 골라 토론할 수 있게 수업 중에 제시해 준다”고 말했다. 성군은 “수학 시간이나 과학 시간에도 선생님은 이론 설명만 간단히 해주고, 문제 풀이와 보충 설명 등은 모두 친구들과의 대화와 토론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미국·중국·프랑스·스페인·일본 등 다양한 나라 출신의 원어민 교사들도 부산국제고의 토론 분위기를 북돋는 역할을 한다. 2학년 조원정양은 “한국에 관심이 많은 원어민 선생님들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항상 관심을 보이며 학생들과 토론을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원어민 교사가 한국 교육의 경쟁적 분위기나 통일 문제, 동아시아 역사 분쟁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자기 생각도 들려주는 것이다. 조양은 “이런 대화를 통해 우리나라의 이슈에 대해 외국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비교과 활동에서는 학생의 자율성이 보장된다. 1학년 학생이 참여하는 ‘창의체험 집중 프로그램’이나 2학년 학생을 위한 ‘테마별 체험학습’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김한희 교무부장은 “학생들이 학습 주제를 직접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를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 제출하면 교사들이 검토한 뒤 실현 가능한 것을 선정해 그대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전북과 충남 지역의 선사·삼국고려·조선·개화기의 역사 유적지를 답사하는 ‘자연 속에서 피어난 역사 기행’, 만주 지역과 백두산을 등정하며 항일운동 유적지를 탐사하자는 기획안 등이 채택돼 ‘테마별 체험학습’으로 진행됐다.

매년 30~40명 학생 외국 학교서 공부

부산국제고는 국제 교류가 활발한 학교다. 자매결연을 맺은 곳이 미국·일본·중국·프랑스·러시아·스웨덴·호주·인도네시아 등 8개 국가의 10개 학교에 달한다. 결연을 맺은 학교와 교류도 활발하다. 매년 주제토론과 조사보고서 작성 등과 같은 학술적인 교류는 물론, 역사·문화체험과 봉사활동 참가 등 비교과 활동도 함께 하며 친목을 다진다.

 학술 교류는 학생들이 방문하고 싶은 국가와 연구 주제를 정해오면 이를 검토해 일주일간 해당 국가의 학교로 보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홈스테이를 하며 외국 학교의 수업도 듣고 자신이 정한 연구 주제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한국에 돌아와 연구 소논문을 발표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어와 한국어의 비교 연구’라는 주제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고등학교에 다녀오기도 하고, 프랑스 블루아 지역에 있는 까미유끌로델 고등학교에 방문해 ‘한국과 프랑스의 사회 인식과 행복지수의 관계 연구’에 대해 연구한 학생도 있었다.

 학술교류는 물론 교환학생으로 자매학교에 방문하는 학생은 매년 30~40명 가량이다. 지난해에는 중국에 7명, 미국 3명, 스웨덴 4명, 스위스와 캐나다에 1명씩, 인도네시아 학교로는 20명이 학술교류를 다녀왔다. 교환학생은 스웨덴에 4명이 1학기 동안 머물며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외국에 머무는 학생들은 왕복 항공료와 개인 생활비 이외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없다. 박연욱 연구부장은 “외국 학생의 집에서 무료로 홈스테이를 하고, 자매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그 나라의 문화 체험도 함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국제고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도 적지 않다. 김 교무부장은 “올해도 일본에서 부산국제고로 유학 신청한 학생이 승인을 받았다”며 “학년마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 10여 명, 유럽과 몽골에서 온 학생이 5~6명 정도”라 설명했다. 조양은 “제2 외국어로 일본어를 전공하는 데, 교환학생이나 유학생으로 온 일본인 친구가 많아 평소에도 일본어로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 친구들과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일상 속에서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게 학교의 큰 장점이라는 게 이들의 말이다.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부산국제고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 외국 학생과 교사 80명을 초청해 국제 이슈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행사다. 정식 국제 행사 못지않은 규모와 분위기에서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진다.


 부산국제고의 대표적인 국제 프로그램은 매년 10월 개최되는 ‘글로벌 포럼’이다. 글로벌 포럼이란 자매결연을 맺은 외국 학교의 교사와 학생 80여 명이 방문해 국제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모의유엔 형태의 행사다. 졸업을 앞둔 임양은 글로벌 포럼에서 부산국제고 대표로 주제 발표를 했던 경험을 “학창시절 최고의 추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대표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청소년의 역할’이라는 주제에 대해 강단에 서서 영어로 발표를 했는데, 외교관이 돼 국제 무대에 데뷔한 것처럼 긴장감과 짜릿한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성군은 “글로벌 포럼을 통해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분석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고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발표 내용에 완성도도 높고 딱딱하게 격식을 차리는 발표를 하는 데 반해, 프랑스에서 온 친구들은 강단에 단체로 우루루 몰려 나가 역할극을 하듯 자유롭고 재미있게 발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외국 학생들이 공식적인 행사에서도 여유있게 즐기는 태도를 보여 신기하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과학영재교 특강 들으며 과학에도 관심

부산국제고는 한국과학영재학교와 100m 거리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두 학교는 매년 학술제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스포츠 경기를 함께하는 등 다양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박 연구부장은 “국제고 학생들은 외교관 등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미래의 글로벌 리더”라며 “이들이 미래에 다룰 국제 이슈는 사회과학과 인문학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에 한국과학영재학교와의 교류를 통해 자연과학적인 분석력과 사고방식을 배우게 하려는 게 두 학교 간 교류의 취지”라고 밝혔다. 임양은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명사 초빙 특강이 있을 때면, 자주 참석해서 강의를 들었다”며 “나노 기술이나 생명과학 등 문과생들에게는 생소한 주제의 강연이지만, 자꾸 듣다 보니 국제 이슈와 맞닿는 부분이 많아 사고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교생이 1인 1논문을 쓰는 과제 연구도 시행한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주제를 택하면 학교 교사와 외부 전문가에게 연구 지도를 받아 논문을 완성하게 된다. 외부 전문가는 부산 소재의 대학 교수나 연구 기관의 연구원들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에 대해 논문을 썼던 성군은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부산에 탄소배출권 거래소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게 됐다”며 “논문을 쓰면서 ‘탄소배출권 거래사’라는 직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과후활동으로는 ‘1인 1예술 1스포츠’를 시행한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7교시가 끝나면 70분간 10명 내외의 학생들로 구성된 특기 적성 수업이 진행된다. 예술 분야는 플루트·해금·사물놀이·동래학춤·미술·가야금, 체육 활동은 골프·요가·방송댄스·필라테스·테니스 등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대표 비교과 활동 - 글로벌 포럼

8개국 교사·학생 80명 초청
국제 이슈 영어 토론

재학생들은 부산국제고를 “국제고다운 국제고”라고 입을 모은다. 외국에서 온 유학생이 학년별로 20명 정도 있고, 매년 10월이면 대규모 글로벌 포럼이 열리기 때문이다. 글로벌 포럼은 부산국제고와 자매결연을 한 8개국의 10개 고등학교의 교사와 학생 80명을 초청해 국제 이슈에 대해 영어로 토론하는 행사다. 김 교무부장은 “청소년판 유엔(UN)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토론의 수준이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의 글로벌 포럼의 주제는 ‘지역화’였다. 각 학교별 참가자들이 지역화와 관련된 세부 주제를 정해 발표하고 토론을 이어나가는 식이다. 2학년 조원정양은 “또래 학생들이 국제 이슈에 대해 완성도 높은 내용을 발표하는 걸 들으면서 존경스럽기도 하고 좀 더 공부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도 많이 된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글로벌 포럼은 하루 동안 진행되는 행사지만 외국에서 온 80명의 학생과 교사는 일주일간 학교에 머문다. 이 기간은 글로벌 위크라 부른다. 이 기간 동안 부산국제고 학생들이 이들의 ‘버디‘(Buddy·친구)가 되어 생활을 도와준다. 조양은 “제2 외국어가 일본어라 주로 일본에서 온 학생과 교사를 도왔다”며 “이 기간에 친구가 되어 본국에 돌아간 뒤에도 자주 연락하며 지낸다”고 말했다.

글로벌 위크 기간에 부산국제고를 경험해 본 외국 학생들이 아예 유학을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한희 교무부장은 “바로 며칠 전에도 일본 고베에서 고등학생 2명이 우리 학교로 유학을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며 “이들은 지난해 글로벌 위크에 참여했던 학생”이라고 말했다.

부산국제고는 다른 학교에 비해 원어민 교사 수도 많다. 영어 교사는 3명, 중국어는 1명이 학교에 상근하고 있다.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는 외부 강사가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돕는다. 3학년 임예지양은 “원어민 교사가 많아 제2 외국어를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것도 부산국제고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임양은 “원어민 교사가 다양한 특강을 수시로 열어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에 대한 생각도 들려준다”며 “이런 대화를 꾸준히 나누다 보니 시사 이슈를 볼 때,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기준으로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부산국제고 진학하려면

진로·학습·인성 3개 면접

‘글로벌 리더 양성’ 목적

부산국제고 입시는 11월에 서류 전형을 시작으로 12월 면접을 거쳐 2단계 전형으로 합격자를 가린다. 서류 평가에서는 중학교 2학년과 3학년 영어 내신 성적과 출결 사항을 확인한다.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도 검토한다. 남재구 입학부장은 “합격자의 80%는 영어 내신 성적이 ‘AA11’이고, 20% 정도가 ‘AA12’로 합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학년 영어 내신은 1학기와 2학기 모두 A를 받아야 하고, 3학년 때 한 학기 성적이 2등급인 경우가 간혹 있다는 의미다.

당락을 결정하는 건 면접이다. 면접의 영역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지원 동기와 진로 계획을 묻는 영역,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영역, 마지막은 인성 영역이다. 3개의 영역마다 면접을 따로 치른다. 영역마다 면접 전형위원이 3명씩 앉아 공통 질문과 개별 질문을 던진다. 남 입학부장은 “영역별 면접 시간은 3분 남짓이고, 세 개 영역 모두 면접을 마치면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통 질문은 일정한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을 바탕으로 학생의 논리적인 판단과 사고력을 평가한다. 남 입학부장은 “단순히 논리적 사고력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 창의성과 학생 고유의 학습 태도 등을 두루 평가하기 때문에 사교육으로 준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종원 교감은 지원 동기와 진로 계획을 면밀히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 “부산국제고는 국제계열 특목고이기 때문에 ‘글로벌 리더 양성’이라는 분명한 설립 취지가 있다”며 “진로 계획이 이에 부합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아무리 성적이 우수해도 선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성 평가를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최 교감은 “리더란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끼치는 사람이라 인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할 경우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칠 수 있어, 국제고 지원자의 인성 평가는 특히 꼼꼼하게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남 입학부장은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에 대해 특히 강조했다. 그는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라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 힘든 곳”이라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만들어지지 않은 학생이라면 생활 관리가 안 돼 오히려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