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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지도] 바 찾는 이 늘어났다, 다시 반짝이는 골목 청담동

중앙일보 2016.02.24 00:10 강남통신 1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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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오픈한 ‘카페 74’가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는 ‘청담언덕’. ‘메종카테고리’를 시작으로 ‘정식당’ ‘카페74’ ‘고센’이 모여 있다. 왼쪽 골목으로 꺾으면 ‘르 챔버’와 ‘앨리스’가 있는 바 골목이 나온다.


강남통신이 ‘맛있는 지도’를 연재합니다. 오래된 맛집부터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까지 골목골목의 맛집을 해부합니다. 빼놓지 말고 꼭 가봐야 할 대표 맛집은 별도로 추렸습니다. 한 주가 맛있어지는 맛있는 지도, 첫 회는 ‘청담언덕’을 중심으로 한 청담동 일대 맛집을 소개합니다.


홍대·이태원과 다른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싱글 몰트 위스키, 창작 칵테일 바 모여 시너지 효과
90년대 브런치·파인다이닝 원조 명성 잇는 레스토랑



청담동은 ‘요즘 뜨는 동네’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동네입니다. 요즘 뜨는 동네들이 누리는 전성기를 1990년대, 2000년대 이미 누렸죠. 하지만 한동안은 조용했습니다. 그랬던 청담동이 요즘 다시 북적입니다. 위스키 바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미식가들이 혹할 만한 공간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부활하는 청담동을 구석구석 걸어봤습니다. 브런치를 즐기고 커피를 마신 뒤 칵테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동네, 청담동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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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밤 9시. 일명 ‘청담언덕’으로 불리는 선릉로 158길에 고급 외제차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발레파킹 담당자에게 차 키를 건넨 주인들은 근처 레스토랑과 카페 안쪽으로 사라졌다. 이 도로에서 5년 넘게 발레파킹 일을 해 온 조형섭(54)씨는 “한동안 조용했던 청담동 분위기가 최근 들어 달라졌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 1~2년간 청담동 곳곳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과 칵테일 바 때문이다. 이곳들을 찾는 사람들로 거리가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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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언덕에서 압구정 대로를 내려다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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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창작 칵테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앨리스’의 인기 칵테일 메뉴 ‘쿵푸펀치’.


달라지는 청담동 지도에서 주목할 곳은 바(bar)다. 2007년 일본의 유명 바인 ‘커피바케이’가 입성하면서 비슷한 분위기의 칵테일·위스키 바가 청담동 곳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발렌타인이나 조니워커 같은 고가의 블렌딩 위스키를 마시는 게 청담동 바 문화였지만 요즘 손님들은 오너 바텐더가 만들어주는 창작 칵테일이나 희귀한 싱글 몰트위스키를 마시며 각자의 방식대로 즐긴다. 창작 칵테일로 유명한 ‘앨리스’, 전설적인 헤드 바텐더들이 포진한 ‘르 챔버’, 조용하고 클래식한 분위기로 승부하는 ‘스틸’ ‘루팡’ ‘셜록’, 라운지 스타일의 ‘콴시’ ‘디브릿지’ ‘Y1975’ 등 저마다의 개성이 다 다르다. 앨리스의 이진용 바텐더 말에 따르면 청담동에는 올해 안에 약 7~8개의 바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각 바들은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한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손님들이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시너지를 내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청담동이 서서히 들썩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동네에서 오래전 자리 잡고 있던 파인 다이닝(고가의 고급 요리) 식당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청담동은 학군이 좋아지고 건축 붐이 일면서 1970년대 후반부터 인구가 급증한 동네다. 1980년대 명동에서 활동했던 1세대 디자이너들이 청담동으로 옮겨왔고, 성북동 부자들도 트렌디한 청담동으로 이사를 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 많고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이 모여들자 식당 수준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패션 마케팅 디렉터 박성목 실장은 “해외에서 고급 미식 문화를 충분히 경험한 계층이 머물렀던 게 바로 청담동”이라며 “손님과 셰프, 서비스하는 스태프가 거의 대등했던 특수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셰프는 고급 음식을 조리하고, 손님은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매너를 갖췄으며, 서비스 스태프는 손님이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세련된 서비스를 했다는 뜻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청담동은 파인 다이닝이 가능한 서울 시내 몇 안 되는 동네다. 지금은 사라진 이탈리아 레스토랑 ‘안나비니’를 비롯해 소박한 가정식 레스토랑 ‘미피아체’,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본뽀스또’가 초기 청담동 레스토랑 거리 형성에 일조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이들을 1세대라고 한다면 2세대로의 세대교체에 신호탄이 된 건 미국 유명 요리학교 CIA 출신 토미 리 셰프의 프렌치 레스토랑 ‘비스트로 드 욘트빌’과 에드워드 권의 ‘랩24’ 같은 식당이다. 다른 곳에서 식당을 시작했던 임기학 셰프나 뉴욕 트라이베카에서 미슐랭 투스타를 획득한 임정식 셰프도 청담동으로 식당을 이전하며 미식의 거리 청담동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 지금은 몇 발자국만 걸으면 ‘더반스테이크’나 뉴욕에서 온 ‘울프강 스테이크’, 이찬오 셰프의 ‘마누테라스’ 같은 식당이 줄지어 있어 뭘 먹을지 즐거운 고민을 하는 동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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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초기부터 클래식한 인테리어를 고수하는 ‘카페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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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오일에 새우를 넣고 끓인 카페74의 ‘감바스 알 아히요’. 브런치로 유명해진 이곳은 요즘 와인과 어울리는 안주 메뉴를 강화했다.


청담동은 브런치도 강세다. 1999년 문을 연 ‘카페74’가 에그 베네딕트, 팬케이크 같은 미국식 브런치 메뉴를 팔면서 이 동네를 드나들던 부유층과 연예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바로 맞은편 ‘고센’은 지금도 주말에 가면 줄 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붐빈다. 2006년 오픈한 ‘버터핑거팬케이크’로 정점을 찍은 청담동 브런치의 맥은 ‘오아시스’와 ‘먼데이투선데이’가 잇는다. 오아시스의 에그 베네딕트는 외부인들도 찾아와서 먹는 명물 메뉴가 됐고, 먼데이투선데이는 전성기 못지않게 연예인들이 상주하는 브런치 식당으로 유명하다.

막걸리와 크래프트 맥주에 밀려 인기가 한풀 꺾였다지만 와인 바의 위상도 청담동에서는 여전하다. 수백 종의 와인을 갖춘 ‘까사델비노’, 라이브 재즈 연주가 가능했던 ‘원스인어블루문’, 와인과 음식 마리아주가 강점인 ‘55도 와인앤다인’,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의 와이너리에서 인증을 받은 ‘베라짜노’는 2000년대 초반 전성기 못지않게 인기 있는 와인바다.

패션 마케팅 디렉터 박성목실장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주름 잡던 청담동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퓨전’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궁’과 ‘시안’, 1분도 걷기 부담스러운 연예인들을 위해 발레파킹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포토그래퍼 김용호의 ‘카페 드 플로라’, 뉴욕의 사업가 주수암씨가 연 유러피언 상류층 스타일 카페 ‘하루에’가 지금의 청담동을 있게 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요즘은 해방촌이나 연남동처럼 허름한 분위기에서 막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었지만 청담동만이 가진 고급스럽고 독특한 문화의 경쟁력은 언제든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담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여행 칼럼니스트 나보영(38)씨는 “최근 샤넬이 까르띠에가 있던 부지를 매입해 2년 안에 공사를 끝낼 예정이고, 디올 하우스도 완공돼 점차 도쿄 긴자처럼 상위 1% 공간으로 새롭게 부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페 74 이현주 매니저는 “셰프가 실력 발휘를 했을 때 그걸 알아봐 주는 손님이 있는 동네가 청담동”이라고 했다.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스타일을 갖춘 실력파 셰프나 바텐더가 꾸준히 유입될 가능성이 다른 동네보다 높은 곳이라는 것이다.


대표 맛집
파인 다이닝 미피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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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문 연 30석 규모의 작은 이탈리아 식당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청담동 주민 중에 미피아체 단골 아닌 사람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식당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I Like’라는 뜻. 음식은 기교나 장식 없는 이탈리아 현지 가정식 스타일이다. 단품 메뉴부터 런치·디너 코스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 대표 메뉴: 성게알 파스타 3만원, 이베리코 스테이크 4만2000원
○ 운영 시간: 오후 12시~오후 11시
○ 전화번호: 02-516-6317
○ 주소: 강남구 청담동 97-22 삼영빌딩
○ 주차: 발레파킹

브런치 카페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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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개점한 ‘카페74’는 뉴욕 74번가에서 유학했던 대표의 추억이 담긴 카페다. 당시엔 호텔에서나 먹을 수 있던 에그 베네딕트, 팬케이크 같은 브런치 메뉴를 판매해 유학생이나 외교관 같은 손님이 많았다. 안쪽에 들어서면 15년 전 분위기를 고수하는 클래식하고 우아한 홀이 펼쳐진다. 가볍게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바 공간도 신경 써서 꾸몄다. 잠깐 판매를 중단했던 브런치 메뉴는 단골들의 성화 때문에 메뉴 개편을 검토하는 중이다.

○ 대표 메뉴: 감바스 알 아히요 2만1000원, 렌틸콩과 차지키 1만8000원
○ 운영 시간: 오후 6시~새벽 2시
○ 전화번호: 02-542-7412
○ 주소: 강남구 청담동 83-20
○ 주차: 발레파킹

위스키 바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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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하얏트 호텔 ‘JJ 마호니스’와 동대문 JW 메리어트 호텔 동대문 스퀘어 ‘그리핀 바’에서 일했던 김용주 오너 바텐더가 오픈했다. 꽃집을 지나야 바가 나오는 입구부터 다소 독특하다. 클래식하고 묵직한 가죽 소파와 낮은 테이블이 있는 실내는 유럽 상류층의 응접실 같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다. 약 여섯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바는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렵다. 앨리스는 창의적이고 기발한 칵테일이 특징이다.

○ 대표 메뉴: 쿵푸펀치 2만7000원
○ 운영 시간: 오후 7시~새벽 3시
○ 전화번호: 02-511-8420
○ 주소: 강남구 청담동 84-20
○ 주차: 발레파킹

와인 바 베라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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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청담동 와인바 전성시대를 이끈 전설적인 와인바다. 와인 마시며 의기투합한 각계각층의 친구 여섯 명이 2002년 함께 시작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에 있는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 와이너리의 인증을 받고 운영하는 곳이라 마치 현지에 있는 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분위기다. 각각의 공간을 도서관·응접실·테라스 같은 각기 다른 콘셉트로 꾸며서 매번 다른 곳을 방문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와인 종류는 약 300가지. 그중에서도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고급 레드·화이트 와인과 이탈리아 부티크 와인이 많다.

○ 대표 메뉴: 티본스테이크 16만5000원, 해물찜 7만원
○ 운영 시간: 오후 6시~새벽 2시
○ 전화번호: 02-517-3274
○ 주소: 강남구 청담동 88-29
○ 주차: 발레파킹 

글=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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