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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안 보고 뽑는 서울 지역 자사고, 학력 떨어졌을까

중앙일보 2016.02.24 00:05 Week& 1면 지면보기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 3년 차

추첨·면접 전형 사실상 꼴등도 합격 가능
성실한 학생 가릴 수 있다고 학교 측 주장
“최상위권 줄었지만 면학 분위기 좋아져”


올해 중3이 되는 자녀를 둔 신모(48·서울 도곡동)씨는 아이 고입 때문에 벌써 머리가 아프다. 외국어고나 과학고 같은 특목고나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에 지원하기는 성적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주변 일반고에 보내자니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 주변에 자사고가 생겼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자사고에 보내야 할지도 고민이다. 성적에 상관없이 추첨과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니 면학 분위기가 좋을지 의문이다. 신씨뿐이 아니다. 면접을 실시한 후 자사고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해하는 학부모가 많다. 일반고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3배에 가까운 등록금을 내고 자사고에 보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면접만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게 가능할까.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 3년 차에 접어든 자사고의 선발 효과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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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1.2 이상일 때만 면접 전형 치러

지역 자사고는 현재 서울에 22개교, 지방에 14개교가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에 따라 설립됐지만, 일반고보다 등록금을 3배까지 받을 수 있어 ‘귀족학교’라는 비난을 받은 것은 물론, 일반고 학력 저하의 주범으로 몰려 많은 부침을 겪었다. 특히 서울 지역 자사고는 2014년 조희연 교육감의 ‘일반고 살리기’ 정책으로 폐지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현재는 선발 방식만 바꾼 채 기존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설립 초반 중학교 내신 성적 50% 내에서 추첨으로 학생을 뽑았던 서울 지역 자사고는 2015학년도부터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했다. 하지만 실상은 반만 자기주도학습전형이다. 전국단위 자사고와 달리 중학교 내신 성적을 평가 요소로 활용할 수 없어서다. 서울 지역 자사고는 성적과 관계없이 1단계에서 추첨을 통해 모집 정원의 1.5배수를 선발한 후 2단계에서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려낸다.

모든 학교에서 면접을 실시하는 건 아니다. 지원자가 모집 정원의 1.5배수 이상일 때만 1단계 추첨 후 2단계에서 면접을 치른다. 보통 지원자가 정원의 1.2배수를 넘지 않을 때는 100% 추첨으로 뽑고, 1.2~1.5배수 사이일 때는 전원에게 면접 기회를 준다. 또 지원자가 모집 정원을 넘지 않을 때는 따로 추첨이나 면접 없이 전원 합격한다.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윤미선 장학사는 “2016학년도에는 전체 22개교 중 17개교가 면접을 실시했다”며 “미달된 신일고·경문고·숭문고·장훈고·경희고 등 5곳은 지원자 전원이 합격했다”고 말했다.<표 참조>

2017학년도 입학전형 계획 발표 전이지만,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성적으로 줄 세워 학생을 뽑는 게 아니라 정성 평가를 통해 학교가 원하는 인재를 선발한다”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서울 지역 자사고 선발 방식에는 불만이 많다. 꼴등 학생도 합격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3 자녀를 둔 이소정(45·서울 가락동)씨는 “자사고의 가장 큰 장점이 중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학구열을 불태우는 건데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입학하면 학습 분위기가 나빠질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주변 친구들에게 자극받아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자사고를 보낼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 어떻게 집중하는지 설명하라”

하지만 자사고 교사들은 “면접만으로도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는 게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 정도 선발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안광복 중동고 홍보팀장(철학교사)은 “첫해에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2016학년도에 두 번째 면접을 치르면서 성실하고 적극적인 학생을 가려내는 노하우가 생겼다”며 “앞으로 4~5년 정도 자료가 축적되면 이 방식도 입학전형으로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자사고가 선발 학생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인적사항·학적사항·수상경력·교과학습발달상황 등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자기소개서와 진로희망사항·창의적체험활동상황·독서활동상황·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에 대한 정보만으로 학생의 잠재력과 우수성, 인성 등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동원 휘문고 교감은 “이 자료만으로 학생의 성적이나 지적 수준을 자세히 살피는 건 어렵지만 성실성과 적극성을 확인하는 자료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담임교사가 작성한 종합의견만 봐도 어떤 성향의 학생인지 대충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우수한’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가 써진 학생이 수업 태도가 좋고 교사와의 관계도 친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자기주도학습능력에 좀 더 노력을 보이면 우수한 성적을 거둘 것 같음’이라는 평가는 사교육에 대한 의존율이 높다는 걸 보여준다. 또 ‘교우 관계가 좋으나 좀 더 깊은 친구를 사귀면 좋겠음’이라고 쓰여 있으면 이기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일 확률이 높다.

면접을 통해서도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는 게 가능하다. “수업 시간에 어떻게 집중하는지 설명해 보라”는 질문에 대한 답만 봐도 성실성을 파악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을 벗어나는 일에 관해 얘기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집중해보지 않은 학생은 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할 수가 없다. 실제로 수업을 열심히 들어본 학생이 ‘선생님과 항상 시선을 마주치려고 노력하고, 졸음이 쏟아질 때는 책상 뒤 스탠드 책상에 서서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이 A라는 개념에 관해 설명하면 예전에 배웠던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머릿속으로 그려봤다’는 식으로 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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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 바뀐 후 모의고사 점수는 낮아져

진로희망사항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아이가 보고 자란 환경이 꿈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진로희망사항이 개그맨인 학생과 외교관인 학생은 유치원과 초·중학교 때 성장 과정이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개그맨을 꿈꾸는 학생보다 장래 희망이 외교관인 학생이 신문이나 책을 읽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거로 추측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형 방법이 바뀐 후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서울 자사고의 한 교사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나면 중학교 때 성적이 50%를 넘어가는 학생들이 최소한 20% 정도 된다”며 “지난해 모의고사 결과를 전년도와 비교해보면 전체적인 수준이 떨어졌고, SKY에 들어갈 만한 최상위권 학생들의 비율도 1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면학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안광복 교사는 “면접을 통해 성실하다고 인정받은 학생들이기 때문에 수업 분위기는 오히려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사고 교사는 “내신 50% 커트라인 내에서 선발한 학생들에 비해 수업 태도 등은 뒤지지 않는다”며 “이런 학생들의 수준을 끌어올려 좋은 진학 실적을 내는 게 자사고의 숙제”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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