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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가 라커룸에?" 화장실 찾는 김현수

중앙일보 2016.02.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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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소타=김식 기자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에 있는 에드스미스스타디움에서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만났습니다. 오리올스 로고가 새겨진 언더셔츠를 입은 그가 낯설면서도 대견해 보이더군요.

김식 기자, 스프링캠프에 가다

오리올스의 스프링트레이닝 공식 오픈은 20일입니다. 정식 오픈을 하루 앞두고 한국 취재진이 에드스미스스타디움을 찾자 오리올스 구단은 미국 언론과 합동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오전 8시 50분 라커룸으로 들어온 김현수는 한국과 미국 취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시간을 정해놓고 라커룸을 개방합니다. 이때 기자들은 자유롭게 오가며 선수를 취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선수도 마음껏 옷을 갈아입고 편히 쉬기도 하는데요. 여기자가 있어도 전혀 상관하지 않고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죠. 한국에서는 라커룸을 개방하지 않기에 김현수는 이게 영 어색한가 봅니다.

김현수는 "(기자들이 보고 있어서) 화장실 가서 옷을 갈아 입어야 겠다. 아직 이런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웃었습니다. 통역원은 "김현수가 문화 충격을 입었다"고 전했는데요.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관례를 알고 농담한 것이지만 미국 기자들은 그대로 믿은 모양입니다.
 
| 김현수 인터뷰 영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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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소타=김식 기자

김현수가 인터뷰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습니다. 담벼락의 꾀꼬리(오리올·oriole)는 화가 난 것 같은데, 둘의 표정이 잘 대비됩니다.

한국과 미국 취재진 10여명 사이에서 차분히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메이저리그에 왔지만 크게 긴장되지는 않는다. 다만 지난해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워낙 잘해서 나도 기대 만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좀 있다. 그래야 후배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올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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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소타=김식 기자

김현수가 본격적인 훈련 시작에 앞서 공을 만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썼던 공인구와 메이저리그 공인구(롤링스)는 다르기 때문에 외야수라 할지라도 손에 잘 익어야 하겠죠. 매 순간 즐거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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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소타=김식 기자

오전 10시쯤 김현수가 외야로 나갔습니다. 동료들과 가볍게 펑고를 받는 시간이었는데요. 낯선 동료들과 허물없이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김현수는 "한국에서는 내가 외국인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잘 적응하라'고 얘기해줬는데, 여기선 그들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할 줄 아는 선수들이 꽤 된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기사 [김현수 인터뷰] "타순? 포지션? 포수라도 봐야죠"

실제로 김현수는 매일 아침 선수들을 만나면 영어 대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합니다. 동료들이 더 좋아한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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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소타=김식 기자

김현수는 전날(18일) 벅 쇼월터 오리올스 감독을 처음 만났습니다. 한국 야구팬들에게 워낙 카리스마 있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현수가 느낀 쇼월터 감독의 인상은 '편안했다'입니다.

김현수는 "감독님이 별 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그저 '운동 잘하고 있으라'고만 했다"면서 "포지션과 타순은 정해진 바 없지만 선수는 감독의 지시대로 나가야 한다. 난 열심히 준비만 하면 된다. 포수를 하라면 포수라도 해야 되니까"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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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소타=김식 기자

김현수는 두산에서 뛸 때부터 '메이저리그 박사'였습니다. 빅리그 선수가 되겠다는 야망을 갖기 보다는 그저 메이저리그를 동경하는 팬에 가까웠죠. 그래서 메이저리거 된 것, 이렇게 하루하루 훈련하는 것이 더더욱 꿈만 같을 겁니다.

그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부담, 설렘, 걱정, 기쁨을 모두 똑같은 비중으로 느낀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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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소타=김식 기자

수비훈련을 가볍게 끝내고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타격훈련을 하지 않았습니다. 스프링트레이닝 공식 개막 전까지는 선수가 훈련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취재진으로서는 미국에서 김현수의 타격을 보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다 상대해 보고 싶다. 그들의 공을 보고 내 스윙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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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소타=김식 기자

김현수는 한국 시절부터 훈련량이 많은 선수로 유명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훈련 강도가 낮기 때문에 시즌 준비에 지장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김현수는 "한국에서 배팅 1000개씩 치긴 했어도 모든 스윙을 전력으로 한 건 아니었다. 미국 훈련은 강도가 낮아 보여도 휴일 없이 매일 진행되니까 여기 스타일에 맞추고 있다"며 "야구는 (세계 어디서나 똑같으니까) 새로 적응해야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야구는 똑같이 하되, 야구장 밖 문화에 적응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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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소타=김식 기자

김현수의 에이전트 이예랑 리코스포츠 대표는 "메이저리그가 얼마나 대단한 무대인지 김현수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지난해 말 오리올스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조건을 욕심내거나 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김현수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입단식도 없이 베어스에 입단한 연습생이 10년 뒤 볼티모어 주전 외야수가 됐습니다. 그러나 한국산 '타격기계'는 잘 압니다. 이제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는 것을, 전혀 새로운 야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요.
 
 
 
새러소타=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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