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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랄 정도로 따뜻하고 관대한 한국인들에게 반했죠”

중앙일보 2016.02.19 01:26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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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한국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 중인 영국인 필립 고먼은 이문열 소설가, 임권택 영화감독, 황지해 정원 디자이너, 원일 음악감독(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등과의 만남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사진 필립 고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한국 관련 행사마다 늘 모습을 드러내는 벽안의 영국 신사가 있다. 어느 날 명함을 내밀었는데 경남 산청군 홍보대사였다. 필립 고먼(53)이다. 문화계 인사인가 싶겠지만 금융의 중심지인 시티에서 일하는 옥스퍼드대 출신의 금융인이다.

한류사이트 10년째 운영하는 고먼
옥스퍼드대 출신의 영국 금융인
음악?영화 등 한국 관련 자료 실어
매년 방한 ? 산청군 홍보대사도 맡아


그가 한국이 좋아서 시작한 웹사이트 ‘런던 코리안 링크스’(londonkoreanlinks.net)가 내달 1일로 10년을 맞는다. 한국 관련 행사가 날짜별로 정리돼 있고, 영화·책·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그의 리뷰를 볼 수 있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땐 10년씩 하게 될 줄 몰랐다”면서도 “앞으로도 최소 10년은 더 할 수 있다”고 했다. 매년 한 차례 10일 정도 한국을 방문한다는 그를 인터뷰했다.

 -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00년경 한국 영화와 한국인 친구들을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책을 읽었다. 5년 정도 지나자 그간 보고 읽고 들었던 걸 웹사이트 형태로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6년 3월 1일 시작했다.”

 - 10년을 했다.

 “처음엔 다소 정적이었다. 그러다 새로운 걸 업데이트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느덧 한국과의 만남을 기록한 일기장이 돼 있더라. 몇 년이 흘러선 웹사이트가 한국 정보에 대한 아카이브(기록보관소)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로 인해 지속할 의지가 더 생겼다. 영국 국립도서관에 웹페이지를 기록해 달라고 요청했다. 언젠가 누군가 나 대신 이 일을 해줄 사람을 찾아야할 게다.”

 -관둔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없었다. 관심이 조금 바뀌긴 했다. 또 목표도 달라졌다. 처음엔 한국 관련 정보를 모두 다루겠다는 게 현실적인 목표였다. 이젠 (너무 많아서) 불가능해졌다. 외부 필진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진정 흠모하는 이들을 인터뷰할 때다. 음악인 황병기·원일, 재즈 가수 나윤선 등이다(고먼은 아마추어 피아노 연주자다. 오케스트라나 교회에서 합창도 한다. 웹사이트를 시작하기 전만 해도 그의 주된 관심은 음악이었다). 런던영화제 때마다 영화인들을 만난 일도 기억난다. 2014년 런던도서전 때 유명한 한국 작가들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몇 년 전 한국 문화부의 지원으로 종묘와 산청한방약초축제, 하동차축제에 갔고 그때 소회를 책으로 낸 일도 있다.”

 -산청 홍보대사가 됐는데.

 “산청한방약초축제에 관해 쓴 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2013년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에서 테이프커팅을 했다. 2014년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찰인 산청 법계사의 범종을 처음으로 타종할 때도 그 자리에 있었다. 운이 좋았다.”

 -한국인의 어떤 점에 끌리나.

 “놀라울 정도로 따뜻하고 관대하다. 언젠가 한국어를 배워, 언어의 장벽을 느끼지 않고 소통하고 싶다. 그때까지 다소 이상한 외국인을 참아줬고 참아줄 한국인 친구들이 고맙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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