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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한국 청년도 ‘삼촌’ 정치인 갖게 될까

중앙일보 2016.02.19 00:55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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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정치국제부문 차장

‘샌더스 삼촌이 당신을 원한다(Uncle San WANTS YOU)’. 미국에서 ‘엉클 샘(Uncle Sam)’을 패러디한 광고물이 등장했다. 별이 그려진 모자를 쓰고 군 입대를 요청하는 포스터로 유명한 엉클 샘은 미국을 의인화한 것이다. 이 이미지에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의 얼굴을 입혀 샌더스 삼촌을 만들어냈다. 75세인 이 삼촌은 젊은 층의 지지에 힘입어 최근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22%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미국 대선에서 1980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들의 표를 얻으려고 고심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2000년대 들어 성인이 된 이 세대는 50~70세 인구와 비슷한 규모라고 한다. 샌더스는 소득과 연령에 관계없이 국가가 의료를 보장하는 ‘센더스케어’와 공립대 무상교육 실시 등을 공약했다. 비현실적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양극화를 방치한 ‘워싱턴 정치’에 대한 청년층의 반감은 샌더스 현상을 낳고 있다.

 총선을 54일 앞둔 한국에서도 청년층이 처한 환경은 다르지 않다. 금수저·흙수저 논란에서 보듯 젊은이들의 사회적 자립이 쉽지 않다. 서울 상위권 대학을 나와도 문과생은 취업이 어렵다. 그나마 있는 일자리는 비정규직이 많다. 취업난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부모 세대의 부담도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그런데도 한국 선거판에서 청년층은 주요 변수가 아니다. 행정자치부의 1월 말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20~30대는 1435만 명가량이다. 60대 이상은 970만여 명, 50대는 837만여 명이다. 경제·안보 정책에서 정부·여당과 야권에 대한 지지가 팽팽한 40대(887만여 명)를 제외하면 청년층과 50대 이상의 인구 격차는 400만 명 수준이다. 원인은 낮은 투표율이다. 19대 총선 투표율을 보면 20~30대는 40% 초반대인 반면 50대 이상은 60% 중후반이다. 실제 표에서 고령층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본지 기자들이 총선 민심을 살피려 대학가에서 젊은이들을 만났더니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이가 꽤 많았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서른 살 여성은 “조카가 있어 보육대란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정부의 노동개혁 법안과 야권의 취업수당 지급 공약 등에 찬반을 밝힐 정도로 내용을 아는 이가 상당수였다. 청년정치참여모임을 꾸려 세미나를 열고 있는 장다예(21·서울대 정치외교)씨는 “정치적인 대화를 하고 싶은 젊은이는 많지만 사회적으로 터부시하는 것 같다”며 “뉴스를 보면 관심이 가는데 어떻게 의견을 표출해야 할지 모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플란트 비용은 지원한다면서 청년 공약은 그 정도냐”고 푸념하기보다 이번 총선부터 청년층이 투표하는 게 한국에서도 ‘샌더스 삼촌’ 같은 정치인을 만들어내는 길이다. 정치권은 표 계산이 빠르기 때문이다.

김성탁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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