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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정치권 ‘영입’이 불 붙인 핀테크 업계 내분

중앙일보 2016.02.19 00:16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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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민 경제부문 기자

국내 최대 핀테크 업체 모임인 한국핀테크포럼(이하 포럼)이 이사회와 의장 간 갈등으로 내분에 휩싸였다. 포럼은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들이 핀테크 시장을 육성하고 업체 간 결속을 다지기 위해 지난해 3월 결성한 사단법인이다. 그동안 핀테크 업체들의 의견을 정부 및 금융당국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의장 신임 문제가 불거지면서 분열 위기에 처했다. 급기야 포럼 이사회는 지난 1일 박소영 의장을 해임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박 의장은 비상대책본부를 꾸려 의결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내분의 발단은 지난달 28일로 국민의당이 유철종 크라우드연구소 대표를 핀테크 산업 관련 정책자문 역으로 영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국민의당은 유 대표를 핀테크포럼의 임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핀테크포럼 이사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핀테크포럼 이사회 관계자는 “포럼 이사회의 임원으로 선임하자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다”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포럼 임원이 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사회는 박 의장이 유 대표를 임의로 핀테크포럼 임원으로 선임해 등록한 건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의장 측은 “유 대표를 임원으로 선임한다는 안내를 이사회에 e메일로 통보했다”며 “당시까지 e메일로 임원 선임을 통보하는 건 관행이었다”고 맞섰다.

 평소 박 의장의 포럼 운영 방식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이사회가 박 의장 해임안을 상정하자 감정대립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 불똥은 3월 출범 예정이었던 한국핀테크협회와의 통합에까지 튀었다. 핀테크협회는 핀테크 업체 외에 은행 등 금융사도 회원으로 참여하는 단체다. 핀테크가 은행·금융사와의 협업이 중요한 만큼 업계의 기대가 컸다. 출범 준비 과정에서 핀테크 협회는 비슷한 성격의 포럼에 통합을 요청했다. 포럼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박 의장은 통합 반대, 이사회 측은 통합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이사회 측은 "이번 일로 업계에 중요한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업계 화두가 된 핀테크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정치권을 나무랄 순 없다. 그러나 업계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어설픈 인재 영입이 핀테크 업계만 사분오열시켰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본업은 제쳐두고 정치권 줄 대기에 더 열을 올린 핀테크 업계도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지 않을까.

함승민 경제부문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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