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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돈 되는 계약만’

중앙일보 2016.02.19 00:01 경제 6면 지면보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우리나라 ‘조선 빅3’가 수주 리스크 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글로벌 조선업계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무리한 저가수주로 일감을 따내기보다 수주의 질을 더 꼼꼼히 따져 돈이 될법한 계약만 따내겠다는 전략이다.

무리한 수주 대신 리스크 관리
대우조선해양, 위험관리부 신설
현대중공업은 고부가선에 집중
삼성중공업, 납기일 준수에 초점

지난해 대대적인 실적악화가 2010년대 초중반의 무리한 저가 수주에 따른 것이란 반성이 작용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4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초 정성립(66) 대표 직속으로 위험관리부를 신설했다.

1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위험관리부는 사업부수가 수주에 나서기에 앞서 ‘실속있는’ 수주인지를 따져보는 일을 한다. 사업부서가 사업성 여부를 낙관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를 걸러주는 독립 부서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무리한 수주를 하느니 스마트선을 비롯한 고부가선 관련 기술력을 축적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업황이 좋아져 고부가선 수요가 늘어날 때에 대비하겠단 생각이다.

 이 회사 권오갑(65) 사장은 최근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배를 납기일에 제때 인도하는 ‘공정준수’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1조2121억원의 당기순손실 중 상당 부분이 납기일 내에 해양플랜트 등을 완성치 못해 발생했다고 보고 있어서다.

 실속없는 수주는 자제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조선 빅3는 올해 수주 목표도 보다 현실적으로 낮춰잡았다. 지난해 191억 달러의 수주목표를 내세웠던 현대중공업 조선해양플랜트 부문(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의 올해 목표는 167억이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는 125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25억 달러를 낮췄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예 올해 수주 목표를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100억 달러 정도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 3사가 일제히 수주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은 그나마 이들 회사 모두 수주 잔량이 2년치 가량 쌓여있는 덕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동안은 기존 확보 물량으로 버티면서 중국과 일본의 경쟁사들이 도태되길 기다리는 전략이다.

실제 중국과 일본 조선소들도 최근 수주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선박수출조합이 최근 발표한 지난달 수출 선박 신규계약 실적은 3척(11만GT)에 그친다. 이는 전년 동월보다 90%나 줄어든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주로 중저가 선박들을 수주하던 중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 저장해운그룹 산하 국영 조선사인 우저우조선소는 최근 파산했다. 중국 국영 조선업체가 파산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이 회사 외 동팡중공업 등 민간 조선사들도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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