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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후퍼의 비정상의 눈] 세대 간 진솔 대화로 ‘헬조선’ 확산 막아야

중앙일보 2016.02.18 00:51 종합 3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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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후퍼
JTBC ‘비정상회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전 출연자

최근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지에 해외 미디어·블로그가 한국에서의 삶을 다룬 기사들이 계속 올라왔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의 한국 친구들이 공유한 글에는 직장생활의 고충과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힘든 근무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담겼다. 이들은 이런 현실에 낙담하거나 화가 나 있었다. 이런 현상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이미지가 나빠질 뿐 아니라 젊은 노동인구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자신의 나라를 지옥이라 부른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불안정한 계약직에 빈약한 월급을 받으며 긴 시간을 일하면서 미래 희망을 잃어버린 한국 젊은이들을 다뤘다. 세계경제포럼(WEF)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근로시간이 둘째로 길다. 독일의 1.6배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긴 노동시간과 더불어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사소한 행동 하나 허투루 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한국의 기업문화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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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P는 여러 취재원을 접촉한 결과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것을 이런 기업문화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한국을 주요20개국(G20)이 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근면하게 일만 해온 세대와, 그 덕분에 풍요하게 자라온 세대는 같은 현실 속에서도 전혀 다른 꿈을 꾸게 마련이다. 기대하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다. 정체해 있으면 결국 뒤처지게 마련이다. 물론 젊은 세대가 충분히 누리며 자랄 수 있었던 데에 윗세대의 희생이 뒷받침됐다는 사실은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미래 세대가 나아갈 수 있도록 변화하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독일 근로자 같은 여유를 즐길 수 없다면 독일과 견줄 만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젊은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의 젊은 근로자들에겐 더 많은 자율성과 함께 혁신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과감하게 실수할 수 있는 유연한 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이 제공돼야 한국 기업들은 젊은 일꾼들이 가진 폭발적 창의력의 수혜를 입을 것이다. 또한 상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일에 대한 자발적 열정으로 가득 찬 의욕적인 직원들만이 한국 경제의 제2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무력감에 휩싸여 체념하기 전에 신구 세대가 서로 다가가야 한다. 그게 ‘헬조선’의 확산을 막는 길이다.

제임스 후퍼  <JTBC ‘비정상회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전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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