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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 폭발로 숨진 훈련병, 법원 "수류탄 결함 가능성, 제조사가 배상해야"

중앙일보 2016.02.1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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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6일 오전 10시20분쯤 해병대 훈련병 A군(당시 19세)은 수류탄 투척 훈련을 받기 위해 콘크리트 참호에 들어갔다. 안전클립과 안전판을 제거하고 오른손으로 수류탄을 던지려는 순간, 수류탄이 폭발했다. 손목이 절단되고 얼굴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진 A군은 치료 중 끝내 숨졌다. A군의 부모는 “수류탄 결함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며 수류탄 제조사인 ㈜한화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지법 민사11부(박석근 부장판사)는 사고로 숨진 A군의 부모에게 제조사가 3억원을 배상하라고 16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류탄의 결함으로 폭발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A군의 수류탄 파지(손으로 잡음) 잘못으로 폭발한 것”이라는 제조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훈련병의 수류탄 안전손잡이 파지 여부는 교관의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교관이 확인을 소홀히 했을 가능성은 상정하기 어렵다”며 “교관도 A군이 안전손잡이를 잡고 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으로 볼 때 수류탄을 정상적으로 다루고 있었음에도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제조사는 사고가 난 수류탄을 납품하기 전 시험을 했고 모두 합격판정을 받아 결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방사선 시험을 제외하고는 일부 수류탄에 대한 시험이었을 뿐 나머지 수류탄도 결함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고가 난 수류탄은 2005년 5월 생산돼 장기간 보관하면서 노후화됐을 것으로 보이고, 그 사이 기존에 없던 결함이 새로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에서 다뤄진 수류탄은 ㈜한화가 생산한 ‘K413 세열수류탄’(로트번호 625-035)이다. 제조사는 8만1270발을 생산해 국방부에 납품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국방부는 “사고가 발생한 수류탄과 같은 종류의 수류탄을 전수 조사해 4발이 이상 폭발을 일으켰다”며 "사고가 난 것과 같은 수류탄은 전량 수거했다"고 해명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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