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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토너' 최운정의 새로운 도우미

중앙일보 2016.02.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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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은 올해부터 스윙 측정기를 활용해 대회를 대비하고 있다. 스윙 측정기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기 때문에 클럽별 샷 거리 측정에 큰 도움을 준다. [김두용 기자]

‘오렌지 걸’ 최운정(26·볼빅)은 끈기와 집념의 골퍼로 불린다. 11개월간 전 세계를 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장기 레이스를 가장 잘 소화하는 ‘마라토너’이기도 하다. 최운정은 지난 시즌 LPGA 투어 모든 대회에 참가했다.

거의 매주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이동하며 강행군을 치르는 최운정에게 9년째 딸의 골프백을 메고 있는 아버지 최지연(57) 씨 외에도 든든한 ‘도우미’가 생겼다. 최운정은 18일부터 호주 애들레이드 더 그렌지 골프 클럽에서 열리는 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도 도우미를 활용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최운정은 올해부터 스윙 측정기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스윙 측정기를 사용하면 수시로 자신의 스윙 문제점을 진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LPGA 투어의 경우 전세계를 돌아 지역별 기후와 환경 변화가 심한 편이다. 스윙 측정기로 대회장의 기온과 해발 고도에 따른 클럽별 비거리 편차를 파악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지난 1월 바하마에서 만난 최운정은 “스윙 스피드와 런치각 등을 때때로 점검할 수 있어 좋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스윙 스피드와 런치각 등의 데이터는 결국 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수치들이다. 대회장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스윙 측정기로 클럽별 거리를 산출한 뒤 실제 경기에서도 샷 거리를 그대로 적용한다. 최운정은 “투어가 진행되면 체력이 떨어지면서 스윙 스피드도 달라질 수 있다. 스윙 측정기를 통해 일관성 있는 클럽 스피드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운정은 스윙 스피드가 평균 89마일(143.2km)에 그쳐 투어 프로 치곤 느렸다. 스윙 스피드는 비거리와 직결되는 요소다. 하지만 지금은 스윙 스피드를 92~93마일(148~150km)로 높였다. 지난해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 241.6야드(113위)였으나 올해는 263.3야드(52위)를 기록하고 있다. 드라이버 정확도도 81.25%(20위)로 높다. 스윙 측정기의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일본 팬이 선물해준 것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최운정은 “지난해 US여자오픈 때 일본 팬이 직접 대회장에 와서 스윙 측정기 트랙맨(TRACKMAN)을 선물해줬다. US여자오픈 다음 대회인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3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선물이었지만 하드웨어만 3kg 가까이 나가는 스윙 측정기를 매 대회에 들고 다니진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짐을 쌀 때 반드시 넣어야 하는 필수품이 됐다. 골프백 등 짐이 많아 비행기로 이동할 때 항상 오버차지를 걱정한다는 최운정은 “짐을 풀고 쌀 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버차지가 나오더라도 트랙맨과 피부 보호를 위한 화장품은 반드시 챙긴다”고 밝혔다.

최운정은 호주여자오픈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2014년에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아쉽게 역전 당해 준우승했고, 지난해에는 공동 4위에 올랐다. 좋은 기억이 있고, 새로운 도우미가 생긴 덕분에 우승 욕심을 더 내고 있다.

최운정 외에도 다수의 프로들이 스윙 측정기를 백에 넣고 다닌다. 김세영(23·미래에셋), 장하나(24·BC카드), 미셸 위(27), 로리 매킬로이(27·북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선두권의 경우 1타에 1억원 이상의 상금 차가 나기 때문에 프로들은 샷 거리에 매우 민감하다. 김기욱 트랙맨코리아 팀장은 “스윙 측정기를 사용하면 자신의 스윙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에 몰래 활용하는 선수들이 많다. 남은 거리 계산은 캐디의 몫이지만 클럽별 샷 거리는 선수들이 결정한다. 따라서 선수들이 직접 대회장별로 자신의 거리 체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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