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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빨치산 금수저' 최용해가 또 안 보인다

중앙일보 2016.02.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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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DB]


최용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다시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11월 실각설이 돌았다가 석 달만인 지난 1월14일 공개 석상에 나타나 건재를 알렸던 그다. 그랬던 최용해가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명절 중 하나로 꼽는 김정일 생일(2월16일, 일명 ‘광명성절’)을 앞두고 열린 행사에 연이어 쏙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조선중앙TV와 중앙방송ㆍ평양방송 등은 15일 ‘(김정일) 탄생 74돌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녹화중계했다. 북한의 당ㆍ군ㆍ내각 지도부가 총집결해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주석단에 최용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도 그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다.

반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부터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와 함께 김기남ㆍ최태복ㆍ곽범기ㆍ오수용ㆍ김평해 등 당 비서들은 빠짐없이 자리를 채웠다.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로두철ㆍ김용진ㆍ리철만ㆍ리무영ㆍ김덕훈 내각 부총리 등도 참석했다. 북한의 핵심 권력층이 총집결한 자리에 최용해만 부름을 받지 못한 것이다.

최용해는 앞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연회에도 불참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15일 일제히 보도한 장거리 로켓(미사일) ‘광명성4호’에 기여한 이들을 위해 김 위원장이 직접 지난 13일 열었다는 연회다. 평양에서 국빈급 손님을 대접하는 곳으로 이름난 목란관에 김 위원장은 역시 당ㆍ군ㆍ내각을 모두 불렀다. 위의 행사에 참여한 인원은 물론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최근 실세로 급부상한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도 참석했다. 그러나 단 한 명, 최용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최용해에 대해 여전히 충성을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대 남성욱(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 체제에서 중시하는 행사들에 최용해가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의 위상이 아직 불안정하다는 증거”라며 “완전 충성을 유도하기 위해 시간을 끌면서 시험을 하는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그가 북한에서 유일하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두 번 독대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중 관계 복원 수순 관련 역할을 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선 조심스럽게 나온다.

단순한 건강 이상설에도 무게가 실린다. 최용해는 복권 후인 지난달 15일 청년중앙회관에서 열린 공연을 관람했는데, 당시 오른쪽 다리가 왼쪽에 비해 뼈만 앙상하게 남은 듯 가늘어진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5월 당 대회를 앞두고 최용해의 활용가치가 높아진 상태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최용해를 다시 좌천시킨 것 같지는 않다”며 “건강 상태와 관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일성 주석과 항일 빨치산 운동을 했던 최현의 아들인 최용해는 실각설 이전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함께 북한 권부의 2인자를 다퉜다. 김일성 주석의 정통성과 권력 기반을 항일 빨치산에서 찾는 북한 체제에서 그의 위상은 공고했었다. 북한판 '빨치산 금수저'인 셈이다. 이를 두고 고려대 남 교수는 "'자수성가형'인 다른 고위 간부들이 그를 견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에 “최용해가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토사 붕괴사고 책임으로 11월 초 지방 협동농장으로 추방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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