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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들썩이는 '불펜'…블룸버그·바이든이 뜬다

중앙일보 2016.02.16 02:35 종합 6면 지면보기
미국 대선의 아웃사이더 돌풍에 대선 바깥의 불펜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8일 출마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개했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진영이 뒤에서 웃기 시작했고 민주당을 후원하는 큰손들은 ‘꺼진 불’ 조 바이든 부통령을 대타로 준비하는 ‘비상계획’을 물밑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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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무소속으로 출마 가능성
주류 유권자 겨냥…자금력도 막강
샌더스-성향, 힐러리-스캔들 불안감
민주당 후원 큰손, 바이든 대안 거론

 지난 9일 뉴햄프셔 경선에서 샌더스·트럼프가 압승한 뒤 칼럼니스트 리즈 픽은 폭스뉴스에 “뉴햄프셔의 승자는 야망의 블룸버그”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전 시장 측근들은 미국 언론에 “샌더스·트럼프 승리로 블룸버그의 출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반색했다.

ABC방송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양 극단인 샌더스와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지명할 경우 무소속 후보가 주류 유권자를 흡수할 여지가 커진다는 게 블룸버그의 계산”이라고 전했다. 미국 유권자들이 ‘사회주의자’ 샌더스와 ‘선동가’ 트럼프를 과연 대통령으로 선택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출마 엿보기 전략에 깔려 있다.

이 방송은 블룸버그 전 시장의 측근을 인용, “(12개 주의 민주·공화 동시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3월 1일 수퍼 화요일 직후 출마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경력 자체가 ‘제3후보’다. 민주당원이었다가 2001년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꿔 뉴욕 시장에 당선됐고, 2009년 3선 도전 땐 무소속으로 승리했다. 그는 낙태·동성결혼 허용, 총기 규제 강화 등 사회적 이슈에선 진보 성향이면서도 이라크전 철군 일자 확정 반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찬성 등 외교·국방은 보수다.

 무엇보다 든든한 실탄이 그의 강점이다. 지난 1월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집계한 세계 최고 부자 50명 중 블룸버그 전 시장은 421억 달러(약 50조8600억원)로 9위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측근들에게 “출마하면 내 돈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쓰겠다”고 밝혔다. 10억 달러는 현 후보들 중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은 클린턴 전 장관의 모금액 1억6300만 달러(1900여억원)의 여섯 배다.

자수성가한 스토리를 갖춘 블룸버그 전 시장이 ‘돈 안 받는 선거’를 내걸면 트럼프의 ‘내 돈 쓰는 선거’와 샌더스의 ‘소액 후원금 선거’도 희석된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 무소속이 승리한 전례가 없는 데다 입후보를 위해 50개 주에서 수만 명씩 유권자 서명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만만치 않다.

 민주당 진영에선 클린턴 전 장관을 의식해 공론화를 피하고 있지만 바이든 부통령을 향한 물밑 구애가 뚜렷하다. 민주당의 돈줄인 사업가 빌 바트먼은 지난 5일 “사회주의자로는 대선 승리가 어려우며 백악관을 넘겨줄 수도 없다”는 e메일을 주변에 돌려 바이든 부통령 출마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클린턴 전 장관을 이기기 어렵다는 게 실제 이유였다. 그러나 4개월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세론은 사라졌고 ‘e메일 게이트’라는 뇌관까지 등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5일 칼럼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이용한 (사설 e메일) 서버에 최고 기밀이 담기며 만약 인가받지 않은 개인이나 외국 정부가 이에 접근했다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두려움이 나온다”며 “백악관은 사전 예방 조치로 바이든이 불펜에서 몸을 데우도록 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인 존 수누누 전 뉴햄프셔 주지사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선택은 힐러리 클린턴 아니면 조 바이든”이라며 “바이든이 뒤늦게 출마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경선 룰) 규정을 바꾸면 그만”이라고 주장했다.

현직인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를 선언하면 메가톤급 파장을 부른다. 여전히 민주당 지지층을 몰고 다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실상 바이든 부통령을 당의 후보로 추인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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