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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무시·무조직…2030 흙수저 후보들 3무 설움

중앙일보 2016.02.16 02:29 종합 8면 지면보기
더불어민주당의 최연소 예비후보인 유병훈(27·서울 성북갑)씨는 15일 집 근처 카페를 찾았다. 돈이 없어 사무실을 따로 구하지 못해 카페에서 홍보 계획 등을 세우곤 했다.

4·13 총선에 총 56명 출사표
선거사무실 없어 카페 이용하기도
“6~7년 발로 뛰니 후원금 들어와
청년 정치인 양성 시스템 갖춰야”

이를 안쓰럽게 여긴 카페 사장이 외벽에 선거용 현수막을 걸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유 후보는 “선관위에 문의했더니 선거사무소에만 현수막을 걸 수 있다고 해서, 작은 공간만 소액을 내고 빌렸다”며 “큰 부담을 덜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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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당선인의 평균 연령은 15대(1996년) 55.3세, 18대(2008년) 54.1세, 19대(2012년) 53.9세다. 4·13 총선에 나선 전국 1433명(15일 오후 3시 현재) 예비후보의 평균 연령은 54.4세다. 20년 동안 ‘50대 중년 국회’에 큰 변화가 없다.

이번에 출사표를 던진 20·30대 예비후보는 56명(3.9%)이다. 이들 2030 예비후보는 이른바 ‘흙수저 후보’를 자처한다. 무전(無錢)·무시(無視)·무조직(無組織)이란 ‘삼무통(三無痛)’을 앓고 있어서다.

 선거 비용은 이들이 가장 먼저 부닥치는 현실의 벽이다. 예비후보 등록에만 300만원, 본선에 정식 후보로 등록하게 되면 1500만원을 기탁금으로 내야 한다. 경선 비용은 별개다. 국민의당 송강(30·전남 고창-부안) 후보는 “본선까지 치르면 수천만원이 들 텐데 막판까지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후보가 얼마나 될까 싶다”고 말했다.

 ‘무시’의 벽도 넘어야 한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당규(청년위원회 등)상 ‘청년’은 만 45세 이하다. 정당의 인식이 이런 상황인 탓에 최근 새누리당에 입당한 조경태 의원 측 공인경(35·여) 비서관은 “(야당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젊으니까 다음번에 더 기회가 있을 거다’ ‘너희가 뭘 알아? 민주화 투쟁 해봤어?’ 같은 말들을 듣곤 한다”고 했다.

 19대 총선 때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겨뤘던 새누리당 손수조(31·여·부산 사상) 예비후보는 “처음 출마했을 때 ‘애는 가져봤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행사장에서 아예 소개를 안 해줄 때도 있었다”고 했다.

 더민주의 강동기(37·고양 덕양을) 예비후보는 최근 한 저녁 모임에 늦게 갔다가 “다른 후보들은 진작에 왔다 갔는데 왜 이제 오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강 후보는 “조직이 있는 다른 후보들은 지역 정보를 빨리 듣고 움직이는데 조직이 없다 보니 정보도 늦다”고 했다.

 이번에 새누리당은 경선 때 청년 후보에게 가산점 10%(만 40세 이하, 여성 신인은 20%)를, 더민주는 최대 25%(만 42세 이하)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본인이 받은 점수의 10%, 25%라 양당 예비후보 모두 크게 기대하진 않는 분위기다. 손 후보는 “당과 청년이 ‘줄탁동시(?啄同時·병아리가 알을 깰 때 안에서 차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줌)’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청년 정치인 양성 시스템을 평소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재·보궐 선거를 시작으로 세 번째 도전하는 새누리당 최재민(32· 원주을) 예비후보는 “신인은 발로 더 많이 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6~7년 꾸준히 이름을 알렸더니 이제 소액이지만 후원금도 들어온다”고 했다.

박유미·박가영·송승환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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