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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나이 안 중요해…샌더스처럼 대변해 줄 사람 필요"

중앙일보 2016.02.16 02:27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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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명절이면 택배 상자를 나르던데 그게 다 알바생(아르바이트생)에게 민폐를 끼치는 겁니다. 선거 끝나면 돌아보지도 않을 거면서….”

“바뀌는 게 없으니 정치 불신 커져”
“투표보다 차라리 스펙 쌓기 집중”
청년수당 지급 놓고도 갑론을박
“포퓰리즘” “그런 돈이라도 줘야”
“투표 않고 공약 바라는 건 웃긴 일
청년 투표율 올려야 정치권 변해”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운동장에서 만난 최민수(25)씨.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인 그는 “4·13 총선에 관심이 있느냐”고 묻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정부 정책도 비판했다. 그는 “노동법안 중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쉽게 하는 내용이 있던데 청년을 위하는 척하면서 정규직마저 비정규직화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아버지 뜻에 따라 투표하곤 했는데 이번엔 청년들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펴는 사람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신촌의 한 카페. 취업준비생 들이 자주 찾는 이곳은 개강 전인데도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3층 세미나실에서 그룹 스터디를 하던 황선영(26·여)씨는 정당이 내놓은 총선 공약을 잘 알고 있었다.

황씨는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를 인상해 거둬들인 돈으로 취업수당을 주겠다던데 법인세 인상이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함께 스터디를 하던 황병서(28)씨는 “과거에도 청년 공약은 많았지만 취업은 더 어려워졌고, 바뀌는 게 없으니 정치에 대한 불신만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4·13 총선거가 57일 남았다. 서울 신촌과 홍익대 거리, 강남역 등에서 2030세대 40여 명을 만나 총선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들었다. 기대와 원망, 요구와 무관심이 2030세대의 말속에 혼재해 있었다.

  강남역 인근 영어학원에서 만난 김한결(28)씨는 “‘헬조선’ 시대에 정치가 젊은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지 못하니 자꾸 정치를 외면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며 “그래서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하겠다는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의 청년 공약에 귀를 기울이는 2030세대도 상당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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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카페에서 대학원 진학 준비를 하던 정현철(31·서울 양천구)씨는 “백령도에서 해병대 장교로 근무하다가 2개월 전 전역했는데 복무 당시 (위기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는 상황을 자주 접했다”며 “북한이 핵으로 위협해도 중국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테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는 격차나 불평등 해소가 중요하니 이번 총선 때 안보·경제정책을 보고 지지 후보를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인 최우석(31)씨는 더민주가 최근 발표한 취업수당 월 60만원 지급과 관련해 “아버지는 포퓰리즘이라고 하지만 난 그런 수당이라도 줘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주형(19·여)씨는 “서울시와 성남시가 하는 수당 정책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기성세대를 바꾸려면 2030세대가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선영씨는 “투표를 안 하면서 자기 계층에 대한 공약을 바라는 것은 웃긴 일”이라며 “고령층을 위한 공약만 있다고 비판하기 전에 청년 투표율부터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정당이 청년 정치인 몇몇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 대해 홍주형씨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처럼 청년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대변해 주는 사람이 진짜 청년 정치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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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서씨는 “주변을 보면 특정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기보다 사회에 얼마나 헌신했는지, 군대는 갔다 왔는지, 방송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논리적으로 말하고 소통하는 인물인지 보는 친구가 많다”고 전했다.

서준석·김유빈 기자 김해정 인턴기자(부산대 불어불문 4) seo.jun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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