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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친딸 암매장 엄마, 집단생활 어른 3명이 가담·방조

중앙일보 2016.02.16 02:20 종합 1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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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어머니의 폭행으로 숨진 A양의 시신이 15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야산에서 발견됐다. 시신 유기에 가담했던 이모?백모씨 일행이 경찰과 함께 시신 수색을 마친 뒤 산을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2011년 10월 세 가정이 집단생활을 하던 경기도 용인시의 K아파트(236㎡)에서 7세 여자아이가 어른들의 학대 끝에 숨졌다.

“2011년 딸 때렸는데 죽었다” 진술
야산서 시신 찾아…살인죄 검토
구속된 엄마, 가정불화로 딸과 가출
친구·지인 등 3가정 12명 동거
딸 폭행 뒤 입·손발 테이프로 묶어
차에 이틀 시신 싣고 묻을 곳 찾아

아파트에 같이 살던 어머니 박모(42·여)씨 등 어른들은 아이가 숨진 사실을 숨기고 시신을 알몸 상태로 야산에 암매장했던 것으로 사건 발생 4년4개월 만에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남경찰청은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구속된 박씨로부터 “2011년에 딸을 때렸는데 숨졌고, 시신은 야산에 유기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딸 A양의 시신을 이 아파트에 함께 살고 있던 대학 동기 백모(42·여)씨, 집주인 이모(45·여)씨와 함께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추가하고 살인죄 적용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암매장을 도운 2명은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이 경기도 광주의 야산에 시신을 유기할 당시 현장에 호미를 남겼다는 진술에 따라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A양 시신을 15일 찾았다.

 A양의 죽음은 가정불화가 시발점이었다. 2001년 서울의 한 유명 대학 출신 은행원과 결혼한 박씨는 서울 서초구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해 미국에서 두 딸을 낳았지만 가정불화 끝에 2009년 1월 두 딸(당시 5세, 3세)을 데리고 집을 나오면서 단란했던 가정은 해체됐다.

 세 가족 12명이 한 아파트에서 모여 사는 특이한 집단생활은 이때 시작됐다. 대학 동기인 백씨에게 연락한 박씨는 “용인시에 사는 아는 언니 집에 있는데 함께 살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용인시 기흥구의 이씨 아파트에 들어갔다.

당시 이씨의 아파트에는 이씨 부부와 이씨의 친언니, 백씨와 백씨의 친정어머니가 다른 방에 각각 거주하고 있었다. 이씨와 백씨의 자녀 각 2명 등 어린이 4명도 함께 살았다. 박씨와 두 딸이 이사오면서 이 아파트에는 어른 6명과 어린이 6명 등 12명이 집단동거를 하게 됐다.

 이 아파트에서 A양 학대는 오랜 기간 이뤄졌다. A양이 숨지기 하루 전인 2011년 10월 25일도 마찬가지였다. 가구를 망가뜨린다는 이유로 박씨는 딸 A양을 발코니에 감금하고 회초리로 30분간 때렸다.

집주인 이씨가 “아이를 똑바로 가르치라”고 요구한 점도 이씨의 매질을 부추겼다. 집주인 이씨도 A양 체벌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딸을 체벌한 다음 날 오전 다시 딸을 폭행한 후 의자에 앉게 한 뒤 테이프로 입과 손발을 묶어 놓고 오전 11시쯤 출근했다.

 A양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연락을 이날 오후 4시쯤 받은 박씨는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A양은 끝내 숨졌다. 박씨는 집주인 이씨, 친구 백씨와 함께 A양의 시신을 차량에 싣고 이틀간 돌아다니다 경기도 광주의 야산에 A양의 옷을 모두 벗긴 뒤 시신을 묻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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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생활 가정의 어른들은 이런 범행을 모두 숨겼다. 박씨는 “경찰에 신고하면 작은딸은 누가 키우느냐”며 호소했고, 이 말에 이씨와 백씨가 ‘침묵의 카르텔’에 동조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범행 이후 박씨는 지난해 10월 둘째 딸과 함께 이씨의 집을 나왔고, 지난달까지 기숙사가 있는 천안의 한 공장에서 일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 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며 “큰딸이 유독 아빠를 닮아 감정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현재 10살인 둘째 딸은 아동보호기관에 맡겨져 있다.

 A양의 친부는 강제이혼 신청을 통해 2010년 박씨와 이혼했다. A양과 박씨의 소재를 찾았지만 행적을 알 수 없자 재혼했다. A양이 숨진 사실을 몰랐던 친부는 2013년 5월 경남 고성군 본가에 두 자녀를 전입신고했다.

경찰은 최근 인천 A양 학대 사건을 계기로 장기결석·미취학아동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박씨의 딸들이 취학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지난달 31일 박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묻힐 뻔했던 5년 전 범죄의 꼬리가 결국 잡혔다.

창원·고성=차상은·위성욱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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