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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고창·부안 손잡으니, 화장장 이용료 90만원 → 7만원

중앙일보 2016.02.16 02:08 종합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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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문을 연 국내 첫 광역화장장 시설인 전북 정읍시 감곡면의 ‘서남권 추모공원’. 정읍시와 고창·부안군이 양보와 타협을 통해 건설비용을 3분의 1로 절감했다. [정읍=프리랜서 오종찬]


화장장은 대부분 지역 주민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님비(NIMBY) 시설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우리 동네는 안 돼”라며 무조건 반대해 곳곳에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려 있다.

전국 첫 광역추모공원 개원 3개월
따로 지으면 700억 들었을 공사비
200억으로 줄어 3개 지자체 분담
6개월 반대 시위했던 김제도 이용
경기 화성 광역화장장도 완공 앞둬
경로당 등 지자체 공동 건립 바람


이런 가운데 이웃한 지자체들끼리 손을 맞잡고 난제를 풀어낸 사례가 속속 등장해 다른 지자체들에 긍정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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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역화장장 문제를 가장 먼저 솜씨 있게 해결한 곳은 전북의 정읍시와 고창·부안군이다. 이들 3개 시·군이 공동으로 건립한 ‘서남권 추모공원’은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광역화장장으로는 전국 첫 사례다.

감곡면 4만여㎡의 부지에 화장로 5기와 납골 봉안당·수목장·잔디장 등이 들어섰다. 공사비·지역발전기금 등 200억원 가까운 사업비는 3개 지자체가 인구 비례에 맞춰 분담했다.

 공동으로 건립하는 광역화장장은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지자체 입장에서는 예산 절감 효과가 크다. 화장장을 짓는 데 지역 주민 인센티브를 포함해 보통 200여억원이 들어간다. ‘서남권 추모공원’의 경우 정읍·고창·부안이 제각각 따로 지을 경우 600억~700억원이 들어갈 뻔했지만 비용을 3분의 1로 줄였다.

 가장 큰 수혜자는 주민들이다. 시설 이용료가 다른 지역에 비해 최대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읍과 고창·부안 주민들은 추모공원 화장터 사용료가 7만원이다.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인근 광주광역시 화장장에서 90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정종인(53·정읍시 수성동)씨는 “과거에는 심지어 세종시까지 가서 50만원 이상의 비용을 냈다. 타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순서가 뒷전으로 밀려 장례식을 연장해 4~5일씩 치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남권 추모공원 운영에 따른 주민들의 비용 절감액은 지자체별로 연간 2억원으로 추산된다.

 서남권 추모공원 측은 환경 피해를 내세워 화장장 건립에 6개월간 반대하며 시위했던 김제시민들에게도 지난달 통 크게 문호를 개방했다. 현재 하루 6~7건의 이용객 가운데 30%는 김제 지역 주민이다.

 김생기 정읍시장은 “인접 지자체끼리 머리를 맞대고 추진하는 공동화장장은 시설비 중복 투자로 인한 행정력 낭비 방지와 주민 만족도 향상, 지역 간 상생 교류의 확대 등 세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윈윈’ 행정”이라고 말했다.

 전남에서는 진도·완도·해남이 2013년부터 광역화장장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실시설계 중이며 내년 12월께 완공할 계획이다.

 강원도 원주·횡성과 경기도 여주도 공동 ‘추모공원’ 건립을 위해 지난해 초부터 보조를 맞추고 있다. 우선 원주·횡성의 두 지자체가 건립협약을 맺었으며, 여주는 시의회의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25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계획으로 지난해 7월 첫 삽을 떴다.

 경기도 화성·부천·안산·시흥·광명시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광역화장장(함백산 메모리얼파크)은 1212억원을 들여 화성시 숙곡1리 36만㎡ 부지에 5개 지자체의 주민 300여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시설과 납골당 등을 짓는 사업이다.

예정 부지에서 2.2㎞ 떨어진 수원시 호매실지구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지만 최근 9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데 이어 이달 말 최종 승인이 예상된다.

 장병순 화성시 장묘문화팀장은 “사실상 실시계획 인가, 토지 매입과 보상 등 관련된 행정절차만 남겨놓은 상태”라며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설득, 다양한 지원 방안을 제시해 갈등 풀기에 모든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의 공동 시설 투자는 경로당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정읍·고창은 2억여원을 들여 고창군 성내면에 광역경로당을 신축 중이다. 올 6월 완공되면 정읍시 입암면 주민들이 함께 쓰게 된다. 4월에는 정읍·부안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식당·목욕탕 등을 갖춘 현대식 경로당을 정읍시 고부면에 지을 예정이다.

전주·화성=장대석·임명수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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