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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달리는 뻐꾸기SUV·천만리트럭, 부품 90% 중국산

중앙일보 2016.02.16 02:00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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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에서 44? 떨어진 남포시에 위치한 평화자동차는 승용차 ‘휘파람’. [사진 평화자동차, 중앙포토]


국가의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 보유 대수다. 북한의 현재 자동차는 100만여 대로 해마다 추가 수요가 1만여 대를 넘는다고 한다. 유통시장의 발달, 개인소득의 증대로 자동차의 수요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이다.

[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공장 5곳서 내수용 조립해 공급
장마당 발달로 트럭·버스 급증
연 1만 대 수요…자동차 산업 활기
미, 북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제재
부품 자체조달 어려워져 ‘빨간불’


 북한 자동차 산업은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전력과 자재부족으로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동차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장마당 활성화와 중국과의 합영·합작이 늘면서 평양 등 대도시 위주로 교통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미국 AP통신은 지난해 12월 “텅 비어 있던 평양 거리가 트럭과 택시 승용차로 생기가 돌고 있다”며 “2014년부터 도로에 ‘교통체증’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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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북·중 합영·합작 회사는 5개다. 중국의 부품을 수입해 북한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주로 내수용이며 일부는 중국으로 다시 수출한다. 정부 당국자는 이들 회사들이 생산하는 자동차수는 연간 4000여대로 파악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남북 합작 자동차회사인 평화자동차가 1998년에 설립했지만 생산·판매 부진으로 2012년 운영권을 북한에 넘겼다. 설립 당시 통일교에서 70%, 북한의 기계공업전문회사인 조선민흥총회사가 30%의 주식을 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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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뻐꾸기’, 승합차 ‘삼천리’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평화자동차, 중앙포토]

평화자동차는 현재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시 중화(中華), 진베이(金杯) 자동차, 단둥시 황하이(黃海) 자동차의 부품 등을 수입해 승용차와 승합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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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평운중성합영회사가 만드는 ‘천만리’ 트럭과 ‘금강산’ 버스. [사진 평화자동차, 중앙포토]

 북한은 요즘 유통시장의 발달로 덤프트럭과 화물용 차량, 버스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 북한은 이를 위해 2015년 평양 기차역에서 1.5㎞ 떨어진 곳에 북·중 합영으로 조선평운중성합영회사에 설립등록증 발급했다. 북한 최초의 화물트럭 회사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상무부와 북한 대외무역성이 심사했고 중국의 단둥조선변경무역성과 북한의 조선수도여객운수지도총국이 손을 잡고 54대 46 비율로 투자했다. 공동 투자 규모는 800만 유로(한화 108억원 정도)다. 현재 ‘평양’, ‘천만리(화물트럭)’, ‘금강산(미니버스)’의 브랜드로 화물자동차, 버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단둥조선변경무역성 관계자는 “북한의 덤프트럭, 화물차량, 버스 등의 연간 수요가 1만여대에 달하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 상하원이 지난 10일과 12일 대북 제재 법안을 잇달아 통과시킴으로써 북한 자동차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법안에는 북·중 합영·합작회사의 중국 기업들이 북한과 거래하는 것을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이 포함돼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법안을 서명하면 발효가 된다.

이렇게되면 중국 기업들이 계속해서 북한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경우 미국을 상대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다. 자동차 부품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은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단둥조선변경무역성 관계자는 “지금 관망하는 상태이며 현재 미국과의 거래는 없지만 향후 미국과 사업할 경우 불이익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조봉현 IBK 기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기업들이 내수시장만을 목표로 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미국 시장 진출하거나 미국 은행과 거래를 할 경우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위원은 “예를 들면 북한과 보석 등 고가의 사치품을 임가공해 유럽 등지에 수출한 중국 기업들은 당장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자체 자동차 공장은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평성자동차 공장·청진버스공장 등 3곳 뿐이다. 하지만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는 3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1960년대 제작돼 지금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그리고 군용차량 전문회사인 평성자동차공장과 북한 농촌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생산하는 청진버스공장은 부품 공급 부족으로 제대로 공장 가동을 못하는 실정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북한은 자체 생산능력을 갖춘 자동차부품 공장이 없어 부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제때 수리하지 못해 차량 운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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