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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고 싶으세요? 그럼 공간부터 바꾸세요"

중앙일보 2016.02.16 01:22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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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쓴은 “거주인에 맞춰 인테리어를 하다보니 재능 기부한 60여 곳 중 겹치는 느낌이 없다”고 했다. 그는 “선글라스가 자유를 가져다준다”면서 방송용 모습으로 촬영에 응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재료비 1만원으로 시중가 20만원짜리 전등갓을 만든다. 타일과 페인트만 손댔을 뿐인데 낡은 주방에 생기가 되살아난다.

셀프 인테리어 재능기부, 제이쓴
“공간은 그 안에 있는 사람을 닮아”
블로그 보고 요청, 자취방 60곳 단장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 출연도

비용 부족을 기발한 아이디어로 보완해 ‘셀프 인테리어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이 남자. JTBC 셀프 인테리어 예능 프로그램 ‘헌집줄게 새집다오’(목요일 오후 9시 30분)에 출연 중인 제이쓴(본명 연제승)이다.

요즘 방송의 트렌드인 ‘집방’(집 꾸미기 방송)의 주역인 그는 블로그 이웃이 13만명이나 되는 인테리어 ‘파워 블로거’다. 『제이쓴의 5만 원 자취방 인테리어』등의 저자로도 이름을 알렸다.

 본사 사옥에서 그를 만났을 때 단번에 알아보지 못한 건 방송에서 항상 쓰고 나오는 선글라스를 벗고 나타나서였다. “자유롭고 싶어서요. 여기까지 버스를 타고 왔는데 선글라스가 없으니 아무도 못 알아보던걸요.” 그는 인터뷰룸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관찰을 통해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얻곤 해요.”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이 바뀐 것은 2013년 26㎡(8평)짜리 자취집을 직접 인테리어하면서다.

동네 철물점, 지물포, 전파사, 페인트 가게 등에서 재료를 산 뒤 가게 사장들에게 커피 한 잔 건네면서 노하우를 배웠다. 그렇게 터득한 셀프 인테리어 방법을 자신의 블로그(‘제이쓴의 좌충우돌 싱글라이프’)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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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끈·풍선·랩·도배 풀을 이용해 만든 고급스러운 전등갓(사진)은 명품 흉내내듯 따라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카페처럼 아늑하게 꾸민 자취방을 보고 “내 집도 고쳐달라”는 문의가 쇄도했다.

‘오지랖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2년 넘게 60여 곳을 도와줬다. 재료비 빼곤 무료 봉사한 ‘재능기부’다. “인테리어는 저의 취미생활이니까요. 집을 매개체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재밌고요.”

 학업·취업에 매진하지 않는 그를 보며 주변에선 걱정도 많았다. “부모님 속 많이 썩여 드렸죠. 이젠 주변에 제 자랑도 하시지만요.” 그는 실업고교 전기과를 나와 패션디자인학과에 입학했지만 6개월 만에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 뒀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동남아 배낭여행을 하고 호주에서 3년 동안 지냈다.

한국에 들어와선 악착같이 공부해 대학에 입학했다. “쓸모없는 경험이 하나도 없었어요. 전기과를 나와서 전기회로 만지는 게 수월하고, 배낭여행에선 ‘가치 있는 삶’을 고민했어요.”

 야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재능기부를 4년째 하고 있다. 그는 “내가 하는 모든 일들엔 ‘사람’이 먼저”라면서 “영원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공간은 사람을 닮아요.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 공간부터 바꾸세요. 저도 공간을 바꾸면서 인생이 변화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선글라스 탓에 “쌍꺼풀 수술이 잘못 된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는다지만 선글라스를 빼고 보니 ‘아이돌’이란 수식어가 꽤나 어울리는 외모였다.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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