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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개성공단 경협보험 악몽이 되풀이되는가

중앙일보 2016.02.16 00:39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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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상명대학교 보험경영학과 교수

개성공단 전면 중단 뉴스를 보고 몇 년 전 개성공단에서 만난 남측 주재원들과 북측 근로자들이 생각났다. 당시 그들의 얼굴은 밝았으며, 자부심이 있어 보기에 좋았다. 그때 들은 말이 생각난다. “여기는 매일매일 작은 통일이 실현되는 기적의 땅입니다.” 개성공단은 남북한의 법과 제도가 만나 매순간 실현되는 장소며, 남북한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제품을 만드는 통일연습장이었다. 이런 제조업 경제 협력은 동·서독도 통일 전에 하지 못했던 일이다. 남북한의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개성공단에 진출한 124개 중소기업의 도전정신과 기업가정신은 경영학 교과서에 실려야 마땅하다. 그런 훌륭한 기업가들이 지금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설비·자재·완제품·영업손실은
경협보험 보상 대상에 포함 안 돼
개성공단이 평화에 기여한 만큼
정부의 특단적인 정책 지원 절실


 개성공단 기업들이 직면한 남북한의 정치적 결정에 따른 가동 중단이나 폐쇄는 특수한 위험이라서 보험회사가 인수하지 않는다. 더욱이 해외의 유수 재보험회사들도 북한 위험 인수를 거절하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가 경협보험을 낮은 보험요율의 비영리 정책보험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참고로 경협보험에서 담보하는 위험은 북측의 수용 위험, 송금 위험, 전쟁 위험, 약정불이행 위험과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른 불가항력 위험이다.

 경협보험은 기업들에 최후의 안전장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말 매우 고마운 정책보험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태생적 한계가 있다. 첫째, 경협보험은 개성공단에 투자한 지분투자 원금, 대부채권 원금, 권리취득 대금 등의 회수 불능 또는 회수 지연에 따른 손실을 보장하는 투자보험에 국한된다. 둘째, 기업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개성공단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하며, 기업의 공단 내 투자금에 대한 권리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이전된다. 개성공단 재가동 시 기업은 보험금을 반납해야만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 셋째, 경협보험에서 보장하는 기업당 최대 50억~70억원의 한도는 기업들의 기대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넷째, 기업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가동 중단 기간 동안의 영업손실은 원천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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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개성공단 중단 사태 때도 위와 같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당시 59개 기업이 1761억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다행히 166일 만에 개성공단이 재개되자 대부분의 기업은 보험금을 반납하고 개성공단에서 생산을 재개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보험금을 대출금 반환과 긴급자금 용도 등으로 사용하고 보험금을 반납하지 못하고 분할납부 약정을 맺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이들 기업은 경협보험 재가입이 허락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개성공단 폐쇄 1개월 후부터 경협보험금 지급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약관대로라면 2013년과 엇비슷한 수준의 보험금이 지급될 것이다. 기업들이 그동안 추가 투자한 기계설비, 두고 온 자재와 완제품, 바이어로부터의 손해배상, 중단 기간 동안의 근로자 임금 등 막대한 영업손실은 경협보험 약관에서 명시하는 보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의 첫 번째 기능은 보험금으로 피해 이전의 상태로 원상 복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경협보험이 보험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13년의 경험으로부터 아무 교훈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정책보험 중에서 풍수해보험은 55~62%, 농작물재해보험과 가축재해보험은 50%의 보험료를 정부가 지원하며, 거대 손해에 대해 국가가 지급보증하는 국가재보험제도가 운영된다. 지적재산권소송보험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보험료의 최대 70%(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하며, 각 지방자치단체는 중소기업을 위해 수출보험료의 일부를 기꺼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경협보험은 이러한 지원이 전혀 없다.

 한 기업가는 “정부에 경협보험 보험료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보장 한도 증액, 영업손실 등을 경협보험에서 보장해 주면 좋겠다. 물론 상응되는 추가 보험료를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충도 일면 이해가 된다. 제한적인 남북협력기금으로 경협보험의 보장 내용을 확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기업들이 전부 중소기업이라는 점과 그동안 남북한 긴장 완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다면 이번에 피해를 본 기업에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특단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향후 개성공단 재개를 희망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경협보험의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산·학·관이 모여 지혜를 모은다면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새로운 경협보험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차제에 무의미한 교역보험도 경협보험과 함께 보완될 필요가 있다. 최후의 안전장치인 경협보험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기업이 다시 개성공단에 진출할 것인가. 만약에 향후 개성공단이 재개되고 언젠가 다시 위기가 닥칠 때 경협보험금으로 원상 복구가 되고 추가 정책적 지원이 필요없기를 기원해 본다. 사실은 보험의 기능이 그래야 하며, 정부 부담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호 상명대학교 보험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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