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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성공단 임금 전용 놓고 우왕좌왕하는 정부

중앙일보 2016.02.16 00:38 종합 34면 지면보기
정부가 개성공단 임금의 핵 개발 전용 문제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한심한 사태가 벌어졌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5일 국회에 출석해 “(의혹과 관련된) 증거자료, 액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와전된 부분”이라며 북한의 자금 전용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장관은 바로 전날 KBS에 출연해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됐던 돈의 70%가 노동당으로 흘러들어가 핵·미사일 개발 등에 사용됐다”며 입증 자료와 관련해 “있다는 것에 근거해 말씀드리는 것으로 정보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었다. 문맥상 분명한 증거 자료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국회 발언은 누가 봐도 임금 전용 문제의 파장이 커지자 이를 주워 담기 위한 말 바꾸기다.

홍용표 통일, 전용 증거 두고 말 바꿔
전용 발표, 유엔 결의 위반 자인한 꼴
어설픈 언행으로 공단 소생 어려워져

 정부 책임자의 언행이 이렇게 신중치 못해서야 국민은 누구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자료 존재 여부야 어떻든 개성공단 임금의 70%가 무기 개발로 흘러들어갔다는 정부 발표는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개성공단에 들어간 현금은 총 6160억원으로 무려 4312억원이 우리를 향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얘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부 스스로 유엔 결의를 어겼다고 자인한 꼴이 된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인 2013년 3월 핵·미사일 개발에 쓰일 수 있는 ‘벌크캐시(대량현금)’의 유입을 막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달러를 퍼줬다면 중국 등 주변국들에 유엔 결의를 지키라고 어떻게 요구할 수 있나.

 개성공단 임금이 엉뚱한 데 사용될 가능성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문제의 돈이 노동당에 상납됐음을 시사하는 공문서까지 만들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공단 창설 이래 역대 정권 모두 이를 부인해 왔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 발사 이후 돌연 개성공단을 폐쇄한 박근혜 정권 역시 모른 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불과 석 달 전인 지난해 12월 남북 당국회담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가 논의되면서 개성공단의 벌크캐시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때 정부 고위당국자는 “개성공단에는 1년에 1억 달러가 넘게 들어가지만 노동자 임금일 뿐 대량살상무기와 무관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유엔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었다. 그랬던 정부가 이제 와서 완전 딴소리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리 개성공단 폐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라지만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비록 뜻하지 않게 북한 정권의 돈줄 노릇을 했더라도 개성공단의 긍정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 북한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도 경제적 이득을 봤으며 자본주의 체제의 효율성과 우월성을 북한 주민들 사이에 퍼뜨리는 순기능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국의 서툰 대응으로 그처럼 소중한 통일 자산이 다시 되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게 됐다. 이번 한반도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그 이후 서툰 대응으로 불필요한 혼란을 부른 정부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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