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출 어렵다지만 술술 풀리는 SW·솔루션 분야

중앙일보 2016.02.16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시스템통합(SI)업체인 LG CNS는 지난해 11월 콜롬비아 중소도시인 파스토에 지능형 차량관제센터 시스템(FMS)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스마트폰 등 1월 수출 18% 감소
전자여권·교통 시스템 분야 등
SW·솔루션 업체는 상대적 호황
HW에 쏠린 지원 대책 재검토를

FMS는 버스에 위성항법장치(GPS) 수신기와 통신 모뎀을 설치해 무선통신망으로 버스 위치, 운행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LG CNS가 콜롬비아에서 사업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1년 수도 보고타에서 교통카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게 이번 수주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이응준 LG CNS 스마트교통사업부 상무는 “앞으로 인근 지역인 칠레·페루·브라질 중남미 국가로 스마트교통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보안솔루션 업체인 SME네트웍스는 지난해 이란에 6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2012년에 1500만 달러(약 180억원) 규모의 전자여권(e-Passport)과 전자여권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현지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로 다른 기업들이 철수할 때 이 기업은 거꾸로 이란으로 들어갔다. ‘모두 떠날 때가 진짜 기회’라는 게 김동영 대표의 생각이었다.

 수출 부진 속에 버팀목이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도 고전 중이다. 휴대전화·디스플레이·반도체 등 하드웨어 시장이 글로벌 경기 불황에다 경쟁 격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하지만 한편에선 돌파구도 열리고 있다.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분야가 대표적이다.
 
기사 이미지

 15일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국내 ICT 기업의 해외진출 성공 스토리를 담은 사례집 『Korea ICT, 세계 속에 빛나다』를 발간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협력 프로젝트를 포함해 총 54건의 성공 사례를 담았다. 여기에는 의외로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솔루션을 앞세운 기업이 상당수 포함됐다.

특히 하드웨어가 대기업 위주인 것과 달리, 이 분야에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금융 IT솔루션 전문 업체 윌비솔루션은 2014년 베트남에 진출한 지 5개월 만에 베트남 중앙은행 데이터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오라클·IBM 등 세계적인 IT기업과 당당히 경쟁해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워 사업을 따냈다.

이태식 KOTRA 전략마케팅본부장은 “ICT가 제조·의료·교육·금융·자동차 등 기존 산업과 융합하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며 “이 흐름을 잘 타면 ICT 수출에도 새로운 활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전통적 ‘수출 효자’였던 ICT의 실적은 하향 곡선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ICT 수출액은 118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8%나 감소했다. 1월 전체 수출 감소폭(18.5%)과 엇비슷하다. 감소 폭은 연간 기준으로 2001년(-21.6%) 이후 최대치다.

ICT 수출은 지난해 10월 -16%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넉 달 연속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ICT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2.8%, 무역 흑자의 90%를 차지하는 수출 버팀목이다.

 
기사 이미지
 특히 휴대폰(-7.3%)·반도체(-13.9%)·디스플레이(-30.7%) 등 ‘주력 3총사’의 동반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스마트폰은 시장이 성장 정체기로 들어선 상황에서 화웨이와 같은 중국 후발업체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반도체는 D램 가격 하락과 세계 시장의 수요 감소를 피해가지 못했다.

하락폭이 가장 컸던 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의 공격적 생산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이 발목을 잡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당황스러워 할 정도로 수출 현장이 좋지 않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ICT가 앞으로도 수출 버팀목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선 하드웨어에 집중된 구조적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중국만 해도 투자의 방향을 값싼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하고 있다”며 “정부나 기업이 관성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획기적인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중심으로 갖춰진 정부의 지원과 규제 문제도 서둘러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하드웨어 중심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얘기는 10년 전부터 나왔다”며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분야를 키우려면 국내 시장 자체가 하나의 테스트베드(시험대)가 돼야 하는데 여전히 구식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