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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비싼 아파트 톱10 중 9개, 한강이 보이네

중앙일보 2016.02.16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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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아파트가 서울 한강변에 몰리고 있다. 한강 조망과 쾌적성을 찾는 고급 주택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반포대교 건너편으로 대표적인 한강변 고급 주택촌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가 보인다. [사진 오병주 인턴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15년째 살고 있는 김모(49)씨. 지난달 아껴뒀던 청약통장을 꺼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 아파트에 청약했다. 아들이 수도권에 있는 자율형 사립고에 입학하면서 대치동에 계속 머물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강이 주는 쾌적성, 희소가치
고가 분양시장 강변이 주도
금융위기 전엔 대치·도곡동
요즘엔 학군 파워도 떨어져

김씨는 “생활권의 큰 변화 없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새 아파트를 찾고 있다”며 “경쟁률이 높아 이 단지는 떨어졌지만 앞으로 한강변에 나오는 아파트에 계속 청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고급 주택시장이 한강을 따라 흐르고 있다. 한강이 주는 쾌적성과 희소가치에 끌린 고급 주택 수요가 한강변으로 몰린 영향이다.

 본지가 부동산 114에 의뢰해 서울 아파트(재건축 진행 단지 제외) 가격(3.3㎡당 기준)을 조사(15일 기준)한 결과 고가 아파트 상위 10개 단지 중 9개 단지가 한강변에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6위)을 뺀 나머지 9개 단지가 한강 조망권이 있는 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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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값이 비싼 아파트는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로 3.3㎡당 평균 4915만원이다.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2위),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3위),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4위),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5위)도 3.3㎡당 4000만원이 넘었다.

 한강변은 평균 아파트값도 비쌌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비싼 지역 10곳 중 6곳이 한강을 접한 지역이다. 2위인 서초구 반포동(3928만원, 3.3㎡당 기준)을 비롯해 강남구 압구정동(3위, 3902만원), 서초구 잠원동(5위, 3126만원), 송파구 잠실동(6위, 3067만원), 강남구 청담동(8위, 2952만원), 용산구 용산동5가(10위, 2831만원)가 한강을 끼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 114 리서치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전만 해도 대치·도곡동 같은 전통적인 부촌에 상위 단지가 몰려 있었지만 지금은 한강변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고가 분양시장도 한강변이 주도한다. GS건설이 지난달 청약 접수를 한 잠원동 신반포자이는 3.3㎡당 4290만원의 비싼 가격에도 평균 38대 1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4130만원)는 분양가에 최고 1억50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이 단지는 2014년 12월 분양 당시 평균 17대 1, 최고 1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두 단지 모두 한강변에 속한다.

 한강변이 고급 주택시장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 들어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6년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상위 10개 단지 중 갤러리아포레·한남더힐·래미안퍼스티지·청담자이·아스테리움 용산·반포리체가 모두 2000년대 후반 분양한 단지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냉랭하던 시기지만 한강 조망을 등에 업고 높은 분양가에도 청약 성적이 좋았다. 2010년 이후 이들 단지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고가 아파트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부촌의 학군 파워가 시들해진 것도 이유다. 대치·도곡동을 뒷받침하던 학군 수요가 흩어지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서울 고가 아파트 상위 10곳 중 절반이 대치·도곡동에 몰려 있었다. 당시 둘째로 비싼 아파트였던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은 3.3㎡당 4871만원에서 현재 3796만원으로 떨어졌다.

당시 4위, 5위를 차지했던 대치동 대치아이파크(4315만원→3623만원), 도곡동 도곡렉슬(4202만원→3558만원)은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김진성 아크로공인(서초구 방배동) 사장은 “자립형 사립고 강세와 내신 강화 등으로 이른바 강남 8학군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강남권에서 쾌적성을 좇아 한강변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강변 고가 아파트는 중장년층의 관심이 크다. 신반포자이는 계약자 10명 중 4명이 40대다. 30대도 3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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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범 태경파트너스 본부장은 “자산가일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큰데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고급 주택 수요도 조망 프리미엄은 물론 한강 공원이 가까운 한강변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지은 책임연구원은 “뉴욕 등 선진국 주요 도시를 보면 강변 주거지는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한강변은 일반 주택시장과는 차별화된 시장이라 큰 폭의 등락 없이 희소성을 앞세워 고급 주거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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