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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순식간에 옷 갈아입고 화장 바꾸고

중앙일보 2016.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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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신사동 조이리치 의류 매장에서 한 남성이 ‘가상체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가상으로 입어 본 빨간 색상의 상의가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인지 확인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는 증강현실 기기인 ‘다크리 스마트 헬멧’이 소개됐다. 인텔(Intel)이 새롭게 선보인 이 헬멧은 부착된 안경을 통해 착용자에게 실제 눈에 보이는 상황과 부가 정보를 같은 화면에 제공한다. 헬멧을 쓰고 거리를 걸으면 착용자의 이동 거리, GPS상의 위치 등을 화면을 통해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서만 이뤄질 것 같은 기술을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패션·뷰티 가상체험



"증강·가상현실 기술 활용 매장에 가상체험 공간 어울리는 제품 선택 편리"


“빨간색 옷이 제 얼굴색과 어울리지 않으니 바로 아래 목록에 있는 노란색 옷을 선택해 어울리는지 확인해 봐야겠어요.”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옷가게에 쇼핑 나온 김성준(30)씨는 불과 10분 사이에 열 벌 이상의 옷을 입어보는 효과를 봤다.
  화면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가상으로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 기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옷을 입어보지 않아도 자신이 선택한 옷을 신체 사이즈에 딱 맞게 가상으로 착용할 수 있다. 한 벌을 입는 데는 손가락으로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2~3초면 충분하다.
  요즘 패션·뷰티 업계에서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과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이 주목 받고 있다. 증강현실은 현실의 세계에 가상의 세계를 합성해 보여주는 기술을 말한다. 가상현실은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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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가상체험 앱을 활용해 여러 색조화장품 가운데 잘 어울리는 것을 골라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2~3초 만에 옷 한 벌 입어 보는 효과
이 기술은 그동안 군사훈련의 시뮬레이션 전투 또는 게임 분야 등에서 주로 활용됐지만 최근 들어 패션·뷰티 분야 등에 잇따라 적용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가상 체험을 방 안에서도 즐길 수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무스조는 2011년 증강현실을 활용해 소비자가 잡지 광고에 아이패드를 갖다대면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 모델이 어떤 속옷을 입었는지 볼 수 있도록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일본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는 얼굴 이미지를 카메라로 찍은 후 증강현실로 화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기를 매장에 설치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아리따움 플래그십스토어를 찾은 송영아(28·여)씨는 “다른 사람이 사용해 본 제품을 입술에 직접 바르기가 거북했는데 화면상으로 여러 립스틱 색상을 바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며 “색조화장을 살 때 가상체험을 한 후 구입한다”고 말했다.
  패션·뷰티 분야에서 이 기술이 주목 받는 것은 제품이 ‘경험재’이기 때문이다. 구매 전에 제품 정보만으로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많은 제품을 빠르게 경험할 수 있는 가상체험 공간을 찾게 된다. CG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에프엑스기어 감해원 마케팅 이사는 “디지털 문명 혜택에 익숙해진 현대인은 빠르고 편리하며 재미있는 쇼핑을 원한다”며 “가상으로 옷을 입어볼 수 있는 기기를 통해 소비자는 5분에 50~60벌의 옷을 입어보고 각 모습을 비교한 뒤 구매한다”고 전했다.
  한국트렌드연구소 박성희 책임연구원은 “현대인은 새로운 콘텐트를 찾아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문화에 앞서가고 있음을 과시하려 한다”며 “화면으로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며 신기술을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러 제품 가상체험 후 비교해 선택
신기술인 만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패션과 뷰티 업체가 체험 기기를 설치한 후 이벤트성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소비자가 가상체험을 하다가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제품까지 구입할 수 있어 다양한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하고 꼼꼼하게 비교한 후 실제 입어본 뒤 구매해야 한다.
  한국VR산업협회 현대원 회장은 “가상체험은 일부 산업에만 적용돼 일반인에게 생소한 개념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보급과 기술 발달로 가정이나 매장에서 쉽게 체험할 수 있다”며 “교육·헬스케어·관광 분야 등에서 활용돼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장석준·박건상(프로젝트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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