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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가봤습니다] 샤오미의 도전은 성공할까요?

중앙일보 2016.02.15 19:19
지난 6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젊음의 거리’로 통하는 몽콕(Mong Kok)을 찾았습니다. 한국의 명동 같은 홍콩 번화가입니다.

홍콩 하면 아래 사진처럼 멋진 야경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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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몽콕도 나름대로 멋진 분위기를 지녔습니다. 곳곳엔 스마트폰 판매점이 가득했습니다. 정보기술(IT) 기기 외에도 화장품·의류 등 트렌드에 민감한 상품 판매점이 즐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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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발달한 홍콩에선 대중교통으로 손쉽게 몽콕을 들를 수 있습니다. 다른 중심가인 침사추이(Tsim Sha Tsui)에서 몽콕까지는 지하철로 두세 정거장이 걸립니다.

전자제품 살 때 홍콩인 중 절반가량이 찾는다는 전자유통대리점 ‘포트리스(Fortress)’도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선 롯데하이마트쯤 되려나요? 참고로 포트리스는 아시아 최고 부자라는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이 보유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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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콕에 있는 포트리스 매장 내부 사진입니다.

이곳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Huawei) 로고가 삼성전자, 애플 로고와 나란히 비중 있게 걸려 있었습니다. 몇 년 사이 몰라보게 높아진 중국산 스마트폰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풍경입니다. 삼성, 애플 외엔 마땅한 스마트폰 제조사조차 떠오르지 않던 시기가 있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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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화웨이의 대형 광고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 매장 외에도 240여 상점이 있는 고층 복합쇼핑몰 건물 ‘할리우드플라자(Hollywood Plaza).’ 이 건물 20층엔 또 다른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샤오미(Xiaomi)의 공식 서비스센터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샤오미가 중국 본토 이외의 곳에선 처음 만든 서비스센터로,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창업 초기부터 애플 스마트폰을 모방했다는 ‘카피캣’ 논란으로 그간 해외 진출에 알게 모르게 제약을 받았던 샤오미입니다. 같은 중화권이면서 중국 본토와 가까운 홍콩을 샤오미가 전략적 요충지 겸, 차후를 위한 전진기지로 삼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샤오미는 트렌드에 민감한 홍콩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려 평소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합니다.

여긴 어떤 모습일까요? 기자가 가봤습니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1층에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초상권 문제가 마음에 걸려 줄이 길에 늘어선 사진을 미처 못 찍은 게 아쉽습니다. 참고로 층별로 다른 엘리베이터인데, 기다려서 같이 탄 11명 중 9명이 20층에서 내렸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을까요? 센터 첫인상은 평범했습니다. 입구 쪽에 상담용 창구가 있고 소비자들이 한국 내 다른 브랜드 센터들에서처럼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눈대중으로 60~70평 남짓. 아담했습니다. 다만 그 공간을 70여 명의 소비자가 꽉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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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커뮤니티 존("Mi" Community Zone)'이란 문구가 쓰인 샤오미 서비스센터 내부 사진입니다.

주의를 기울이자 몇 가지 특이점이 더 보였습니다. 우선 사진에서처럼 네모난 큰 테이블이 센터 중간에 여러 개 있었습니다. 소비자가 여기서 센터 직원들에게 따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데, 마치 카페 같은 분위기라 딱딱한 대신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이네요.

샤오미를 상징하는 ‘미투(MITU)’ 등의 캐릭터 인형도 직원들 사진과 함께 벽 쪽에 비치됐습니다.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게 물씬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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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스마트 디바이스 체험 공간도 널찍하게 마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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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스마트폰 액세서리도 판매 중입니다. 한국과 별반 다를 건 없는데, 사진 하단에 있는 귀여운 캐릭터 인형들이 눈길을 끕니다. 사진 상단의 분홍색 제품들은 가성비 좋기로 알려진 보조배터리입니다.

가장 관심이 갔던 건 즉석에서 해주던 무료 인그레이빙(각인) 서비스입니다. 센터 한쪽에 컴퓨터와 각인 기계가 있었는데요.

소비자가 센터에서 산, 또는 가져온 샤오미 제품을 보여주면서 원할 경우 직원이 레이저로 각인을 해줍니다. 스마트폰 ‘미4(Mi 4)’ 측면 같은 데도 해주지만 주로 센터에서 파는 보조배터리나 스마트밴드 ‘미밴드(Mi Band)’가 대상입니다.

이름이나 별명, 원하는 문구를 영자(英字)나 한자로 새길 수 있다니 꽤 매력적입니다. 뭐든 하나 사서 제가 좋아하는 문구 ‘노 페인, 노 게인(No pain, no gain)’을 새기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충동 구매가 될까 참았습니다. 기자 옆에 있던 한국인 일행이 저 대신 보조 배터리를 사서 각인을 시도해봤습니다.

길이엔 ‘공식적으론’ 제한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품 크기가 한정됐으니, 소설책 몇 장 분량의 문장을 각인하기는 무리겠지요? 기자의 일행은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넣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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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비자가 직접 컴퓨터에 글자를 입력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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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몇 번의 컴퓨터 조작으로 간단히 옆에 있던 기계가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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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붉은빛 레이저가 열심히 글자를 적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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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샤오미 보조배터리’가 나왔습니다!

여기까지 채 3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간편하고도 재밌는 서비스입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요. 많은 비용, 고급 기술이 들어가는 서비스는 아니지만 소비자로선 기업 측의 세심한 서비스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요?

센터에서 만난 홍콩인 고객 줄리 웡(25)씨도 보조 배터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갔는데요. 그는 “샤오미가 나를 위해 준비한, 작지만 특별한 서비스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센터 직원에게 묻자 그는 유창한 영어로 “지난해부터 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지금은 오전 시간대라 한산한 편이다. 개소 초기 수백 명이던 일평균 방문객은 현재 1500~2000명 정도에 이른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서비스가 방문객을 모으는 주된 요소 중 하나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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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뭔가를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센터 측이 자그마한 사은품도 줬습니다. 캐릭터와 한자가 그려진 빨강 우편봉투 몇 장(홍빠오·세뱃돈)인데, 당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ㆍ음력설)를 앞두고 마련한 사은품이라 합니다. 중국인들은 이런 빨간색 봉투의 홍빠오를 새해 행운의 상징이라 여겨 무척 좋아한답니다.

무료 인그레이빙 서비스는 애플도 온라인 애플스토어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선 따로 하고 있지 않죠.

센터를 둘러보면서 애플을 따라하는 데 급급하다던 샤오미가 일명 ‘감성 마케팅’으로 표현되는 애플의 마케팅 방식마저 따라하면서도 일부 발전시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샤오미는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진행 중입니다. 2014년 10월 베이징에 있는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처음 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반응이 좋아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전문가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코트라 중국사업단 이영기 차장의 설명입니다. “샤오미는 가성비로 먼저 인정받았지만, 이후 감성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진 스마트폰 시장 흐름을 읽고 빠르게 대처했습니다. 온라인 판매가 발달한 중국에서 오프라인으로도 주목받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했죠. 애플 등은 세부적으로 중국인 특유의 감성을 노리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샤오미 같은 중국 후발주자들이 그 틈을 파고든 걸로 보입니다.”

샤오미는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에게 업계 평균 대비 20~30% 많은 임금을 쥐어줄 만큼 서비스 강화에 적극적인 기업입니다. 돈을 더 줄 테니 그만큼 더 친절하게 최선을 다해 고객을 대하라는 주문입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제가 홍콩 센터에 있던 짧은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언성을 높인 소비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카피캣'이라는 비아냥거림 속에서도 샤오미는 서비스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고, 서비스는 가성비와 함께 이 회사의 무기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해 중국에서 675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시장 점유율 1위(15.4%)를 기록했습니다. 2위는 화웨이(6220만대, 14.2%), 3위가 애플(4950만대, 11.3%)입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때 “최근 중화권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하는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샤오미의 도전은 성공할까요? 홍콩에 있는 샤오미의 서비스센터를 돌아보며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샤오미는 오는 22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처음 참가하면서 해외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 계획입니다.

홍콩=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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