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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콩쿠르 스타, 비범한 피아니스트가 온다

중앙일보 2016.02.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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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강원문화재단 제공

기술자 아빠와 간호사 엄마는 어릴 때 이혼했다. 조부모와 살았던 집에는 피아노도 없었다. 열 살 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을 듣고 피아노에 매혹됐다. 열한 살 때 서툰 솜씨로 피아노 독학을 시작했다. 17세에 피아노를 완전히 그만두고 록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쳤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며 문학 공부를 하다가 20세 때 피아노로 돌아왔다. 악보 보는 법도 몰랐다. 귀로 듣고 외워서 쳤다. 제대로 된 교습은 러시아 스승을 만나 4년 동안 공부한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작년 제15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나가 4위에 올랐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25) 얘기다. 1위에 오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보다 더 화제가 된 4위의 주인공이다. 개성 부재의 연주로 비판받는 시대에, 콩쿠르 경연 무대 위에서 그는 명징한 울림으로 신선한 충격과 파문을 안겨줬다. 특히 2라운드에서 연주한 라벨 ‘밤의 가스파르‘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리히테르에 비견할 자신감’이란 평도 나왔다.

모스크바 음악평론가협회는 “믿을 수 없는 재능과 예술적인 비전, 창조적인 자유로움으로 청중 뿐 아니라 평론가들을 매료시켰다”며 드바르그에게 평론가상을 수여했다. 이방인 피아니스트에 대한 모스크바의 열광적인 분위기는 글렌 굴드가 모스크바에 도착했을 때, 반 클라이번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에 버금갔다.

작년 드바르그는 세계적인 매니지먼트 CAMI(콜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계약했다. 소니뮤직에서 녹음한 데뷔음반은 3월 말 발매된다.

이달 평창겨울음악제에 드바르그가 온다. 26일 라벨 ‘밤의 가스파르’와 쇼팽 발라드 4번을 연주한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첼로 부문 1위 안드레이 이오누트 이오니처와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클라라 주미 강, 이오니처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3중주 ‘어느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등 실내악 무대도 준비됐다. 27일에는 최수열 지휘 코리안심포니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내한을 앞둔 뤼카 드바르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처음 듣고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몇 천 권의 책, 수 천 년의 인류 역사에 해당하는 진실과 사랑이 담겨 있다.”
악보를 볼 줄 모르는 상태에서 곡을 귀로 듣고 외웠다고 했다. 지금은 어떻게 곡을 익히나?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2번과 3번, 스크랴빈 소나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은 모두 귀로 듣고 외웠다. 지금은 악보를 보며 오랜 시간을 보낸다.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악보를 보며 곡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낸다. 그러면 음악이 마음속에 들려온다. 내면에서 청취하는 음악이 더욱 뚜렷하고 정확해지도록 발전시킨다. 그리고 피아노에 앉는다. 운지법을 점검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해본다.“
15세까지 피아노를 독학했고, 15세부터 20세까지는 피아노를 전혀 치지 않았다. 오랜만에 피아노를 다시 시작했을 때의 느낌은?
“그때 문학을 공부했다. 발자크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피아노를 다시 친 뒤에도 한동안은 연주자로서의 경력을 쌓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콩쿠르에 도전할 생각도 없었다.”
오랫동안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어떻게 도전하게 됐나?
“나의 연주를 본 어느 피아노 교사가 레나 셰레솁스카야(Rena Shereshevskaya) 선생님을 소개했다. 그는 내게 두 가지 길을 제시했다. 안전하게 돈을 벌려면 학교에 가서 공부하라. 위험하지만 음악의 열정을 위해 희생도 불사할 마음이 있다면 레나 선생님을 만나라. 그녀를 만나면 콩쿠르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때 난 후자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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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강원문화재단 제공

레나는 한 인터뷰에서 당신이 “통찰력과 지성을 갖춘 음악가”라 말했다.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레나 선생님은 자신의 충고에 따르면서 연습하면 콩쿠르에 나갈 수 있다고 하셨다. 1라운드 때는 ‘붙든 떨어지든 신경 쓰지 마라. 네가 여기서 연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네가 자랑스럽다’고 격려해 주셨다.”
평창에서 독주곡으로는 ’밤의 가스파르‘와 스카를라티 K.24를 연주한다. 이 두 곡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내가 가장 연주하고 싶은 곡이다. 두 곡 모두 소니 뮤직에서 녹음한 데뷔앨범에 수록됐다. 파리 살 코르토(Salle Cortot)에서 연주한 실황이다. 콩쿠르 이후 고국에서의 첫 콘서트였다. 라벨 ‘밤의 가스파르’,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작품과 쇼팽의 발라드 4번, 리스트 ‘메피스토 왈츠’와 그리그 ‘서정모음곡’ Op.4 중 3번, 슈베르트 ‘악흥의 순간’ Op.94 중 3번이 수록됐다.”
평창에서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한다. 실내악 연습할 때 어려운 점은 없는지?
“함께 연주할 좋은 동료들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재즈 피아니스트는 누구인가.
“듀크 엘링턴, 에롤 가너, 셀로니어스 몽크, 오스카 피터슨을 좋아한다. 그들은 나의 진정한 우상이다. 클래식 피아니스트보다 나은 점도 있다. 예의바르지도 않고 죽음에 초연한 그들처럼 살고 싶다.”
자신의 삶을 바꿔보고 싶다고 한 적 있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지난 4년간 나는 철저하게 혼자였다. 오직 레나 선생님만 내 곁에 있었다. 담배와 책, 약간의 맥주가 전부였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무엇을 할 거냐고, 또 무엇을 연주할 거냐고. 현재 내 삶은 나쁘지 않다. 작곡을 할 시간이 좀 더 있기를 바랄 뿐이다.”
매니지먼트와 계약했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중요한 연주와 녹음 일정은?
“작년 CAMI와 계약했다. 올해 거의 50번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10월에는 두 번째 레코딩을 한다. 시마노프스키 소나타 2번을 연주할 것 같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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