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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외로웠던 싸움 이겼다” 다시 웃은 상화

중앙일보 2016.02.15 01:05 종합 2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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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여제가 화려하게 귀환했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중국의 장훙을 제쳤다. 작은 사진은 태극기를 배경으로 시상대에 선 이상화. [콜롬나 AP=뉴시스]


“Amazing(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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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가 열린 러시아 콜롬나 스케이팅센터. 관계자석에서 이상화(27·스포츠토토)의 레이스를 지켜보던 다른 선수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아웃코스로 출발한 2차 레이스가 압권이었다.

이상화가 인·아웃이 바뀌는 두번째 코너에서 멀찍이 장훙(28·중국)을 따돌리는 모습을 지켜본 각국 선수들은 “놀랍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선수들도 감탄할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이었다. ‘빙속 여제’는 그렇게 돌아왔다.

 이상화는 13일(한국시간)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린 ISU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4초859을 기록해 금메달을 따냈다. 2012·2013년 이 대회 정상에 올랐던 이상화는 지난해 노메달(5위)의 아쉬움을 단숨에 떨쳐냈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에서 장훙(28·중국)과 함께 레이스를 펼쳤다. 소치올림픽 1000m 금메달리스트인 장훙은 올 시즌 500m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올시즌 4차례 월드컵 레이스에서 이상화와 똑같이 4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장훙은 세계랭킹에서는 지난 5차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은 이상화(680점)보다 10점 많은 690점을 얻어 1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장훙은 이날만큼은 이상화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인코스를 배정받은 이상화는 100m를 10초29로 주파했다. 24명의 선수 중 가장 빨랐다. 장훙(10초80)보다는 0.51초나 앞섰다.

힘차게 앞서나간 이상화는 장훙을 멀찍이 따돌리고 37초42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콜롬나 스케이팅센터 500m 코스 신기록이었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가 끝난 뒤에도 가벼운 미소만 지으며 조용히 경기를 준비했다.

 2차 레이스에서도 이상화의 질주는 이어졌다. 이번에도 이상화는 10초29의 빠른 기록으로 100m 구간을 통과했다. 인·아웃 코스를 바꾸는 두 번째 코너 구간에서 이상화가 먼저 진입하자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이상화는 장훙의 추격을 가볍게 뿌리치고 37초43으로 골인했다.

두 번의 레이스에서 모두 최고 기록을 낸 이상화는 2위 브리타니 보우(미국·75초663)를 0.8초 이상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장훙(75초688)은 3위에 머물렀다. 이상화는 두 손을 번쩍 들고 기쁨을 만끽했다.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는 “상대를 완벽하게 압도한 우승”라고 했다.

 우승을 차지한 이상화는 “지난해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했다. 다시 정상에 올라 기쁘다. (소치)올림픽이 끝나고 운동을 많이 하지 못해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메달을 따지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대회가 끝난 뒤 빼앗긴 메달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치 때의 느낌을 어떻게 되찾느냐가 관건이었다. 월드컵 1차 대회 때부터 감각이 돌아왔다”고 했다.

 정상에 다시 오른 이상화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년 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사실 많이 떨리고 힘들고 외로웠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드디어 내가 이겼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했다. 그의 말처럼 올 시즌 이상화의 여정은 고독하고 힘겨웠다.

 이상화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이 끝난 뒤 힘든 시간을 보냈다. 무릎 부상에 시달리면서 “이상화는 끝났다” 는 말까지 나왔다.

이상화는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 당시 함께 했던 케빈 크로켓(캐나다) 코치와 함께 캐나다 캘거리에서 다시 몸을 만들었다. 그는 5개월 동안의 강행군을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시즌 첫 대회인 지난해 10월 종별선수권에서 암밴드를 던져 실격당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곧 이겨냈다. 그리고 월드컵 시리즈 4차 대회까지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따내며 랭킹 1위를 지켰다.

피로 누적으로 전국 스프린트 선수권에 불참해 월드컵 랭킹 1위를 장훙에게 내줬지만 흔들리지는 않았다. 세계선수권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캐나다에서 훈련을 하고 돌아온 이상화는 겨울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예열을 마쳤다. 지난 6일 러시아에 입성한 이상화는 꼼꼼하게 결전을 준비했다. 1000m 출전을 포기하고, 모든 준비를 500m에 맞췄다.

경기 전날에도 차분하게 스타트 훈련을 하고, 의무 트레이너와 함께 몸을 체크했다. 치밀한 이상화의 준비와 노력은 완벽한 승리로 이어졌다.

 이상화는 ‘준비가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훈련에 임했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하지만 이내 속마음을 드러냈다. “물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잘 견뎌낸 것 같아요.”

콜롬나(러시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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