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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점수는요"…4대 짬뽕라면 먹어보니

중앙일보 2016.02.15 00:02
 
바야흐로 짬뽕라면 전쟁이다. 지난해 10월 짬뽕라면 시장을 연 '오뚜기 진짬뽕'을 선두로 '농심 맛짬뽕', '삼양 갓짬뽕', '팔도 불짬뽕' 등 '4대 짬뽕라면'이 자웅을 겨루고 있다. 누리꾼들도 '닥진(닥치고 진짬뽕)파' '맛짬파','불짬파','갓짬파' 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면은 맛짬, 국물은 진짬파'까지 등장했다.

도대체 '4대 짬뽕라면'의 매력이 뭐길래 열성팬까지 몰고 다니는 것일까. 먹어보기로 했다. '누구보다도 평범한 입맛'을 내세우는 본지 강민경(23ㆍ여)ㆍ강해령(26) 대학생 인턴기자가 대표로 시식에 나섰다. 공정성을 위해 각 라면회사와 관계없는 대형 급식업체 셰프가 봉지에 써 있는 조리법을 '칼같이' 지켜 동시에 조리했다. 각 라면회사의 개발자 인터뷰를 통해 짬뽕 라면의 비밀도 파헤쳤다.

◇끓인다,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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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종류의 짬뽕라면을 모두 끓여봤다. CJ프레시웨이 김혜경 셰프의 도움을 받았다.

두둥~. 짬뽕라면 대전은 서울 쌍림동 CJ 프레시웨이 본사 3층에 있는 CJ 프레시웨이 아카데미에서 펼쳐졌다. 4개의 화구에 4사의 짬뽕라면이 동시에 끓었다. 맛짬뽕은 500mL, 나머지 세 개의 짬뽕(불짬뽕·갓짬뽕·진짬뽕)은 550mL를 넣는다. 불짬뽕과 진짬뽕은 액상 스프, 맛짬뽕과 갓짬뽕은 분말스프다.

이날 짬뽕 라면 끓이기를 진두지휘한 이는 김혜경(40·여) CJ프레시웨이 메뉴개발팀 셰프. CJ프레시웨이 소속 요리사·급식담당 CJ 임직원·일반인 등의 교육을 담당하는 ‘셰프의 셰프’다. 급식 업체에서 라면 끓이기는 기본기 중의 기본기라 할 수 있다.

◇‘셰프의 셰프’가 알려주마. 짬뽕라면 잘 끓이는 법!

-짬뽕라면 어떻게 끓여야 할까. 
 "CJ프레시웨이 셰프 10명에게 물었는데 답이 다 같았다. 라면 봉지에 나온 조리법대로 해야한다.(웃음) 그게 최고다. 각 라면회사 연구진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조리법이다. 물 양도 정확하게 지키고, 스프 넣는 순서도 봉지에 나온대로 하라."

-그래도 '셰프의 한 수'를···
"라면이나 짬뽕라면이나 면발을 조리하는 비법은 똑같다. 면을 더 탱글탱글하게 만들려면, 끓일 때 면을 집게로 위로 들어올렸다가 놓았다 해서 공기와의 노출을 늘려라. 면발이 쫄깃쫄깃해진다.”

-계란은 넣을까, 말까.
"짬뽕라면을 왜 먹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매콤하게 먹으려는 것 아닌가. 그런데 계란을 넣으면 타 라면에 비해 강한 짬뽕 맛이 확 떨어진다."

-칼로리가 걱정이다. 면발 먼저 끓여서 기름기를 제거하는 '다이어트 조리법'은 어떤가.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칼로리가 떨어지면서 맛도 같이 떨어진다는 건 감수해야 한다. '다이어트 조리법'은 특히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스프 없이 면발만 한 번 끓인 다음 그 물을 버린 후에, 따로 준비한 '끓는 물'에 넣어서 마저 끓여야 한다. 양쪽 냄비에서 동시에 물을 끓여야 한다는 얘기다. 찬물을 부어 새로 끓이면 이상한 맛이 날 수도 있다."

◇눈으로, 코로 먼저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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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식에 나선 인턴기자들은 조리된 짬뽕라면을 눈과 코로 먼저 `시식`해봤다. 청양고추와 불향이 조화된 갓짬뽕이 강렬했다.

5분의 조리 시간을 정확하게 지켰다. 짬뽕라면이 눈 앞에 있다. 참는다. 먹기 전에 코로 맛을 즐긴다. 조리실 전체로 매콤한 냄새가 퍼져나간다. 매력적이다. 짬뽕라면들은 냄새로 전초전을 펼친다. 순식간에 네 가지 라면 중 냄새로 공간을 장악한 것은 갓짬뽕. 청양고추와 불향의 절묘한 조화가 냄새 만으로 느껴졌다.

눈을 사로잡는 건 불짬뽕이다. 강렬한 붉은색 고추기름이 면발 사이사이 조화롭게 퍼져 있다. 물이 적고 면발이 굵은 맛짬뽕은 끓이고 나니 촉촉한 볶음요리처럼 보인다. 어떤 맛일까. 궁금증이 더 커진다. 진짬뽕은 맛짬뽕과 반대로 국물이 많은 편이다. 면의 굵기도 넷 중 가장 얇다.

◇먹었다, 농심 맛짬뽕! 탱글탱글 면발이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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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들이 맛짬봉을 시식 중이다. 탱글탱글한 면발이 특징이었다.

드디어 먹는다. 농심 맛짬뽕은 쫄깃쫄깃하게 조리한 중화 볶음짬뽕 한 그릇을 먹은 느낌이다. 굵직한 면에 파놓은 홈이 국물을 한껏 머금어 오일 스파게티처럼 훌륭한 식감을 자랑한다. 촉촉하게 입으로 빨려 들어간 면발은 입안 곳곳에서 탱글거린다. 면발이 혓바닥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춤을 춘다. 입안에 맴도는 해물향도 일품이다. 모 기자는 나중에 "설 연휴 때 전복탕을 맑게 끓여봤는데, 강렬한 바닷냄새는 맛짬뽕 쪽이 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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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짬뽕라면 4개를 모두 끓여 나란히 놓아 보았다. 겉으로 봐선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시식 뒤 맛짬뽕 개발자인 김도형 농심 면개발팀 과장에게 물었다.
농심 맛짬뽕 면발에는 홈이 파였더라.
"열십자(+) 모양으로 굴곡을 냈다. 국내 최초로 시도했다. 굴곡을 따라 국물이 따라오게 돼 면과 국물의 맛이 조화를 이룬다. 국물 따로 면 따로 놀지 않는다는 얘기다. 입 안에서보다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맛짬뽕만 물을 50mL 적게 넣고 끓이던데?
“연구 결과다. 500mL에 조리시간 5분을 했을 때 맛의 완성도가 가장 높았다.”
셰프도 봉지에 적힌 대로 끓이라더라.
"라면 봉지에 있는 조리법이 가장 대중적인 입맛에 맞춘 것이다. 봉지 앞면의 사진도 그냥 넘기지 말라. 맛짬뽕과 맛이 어울리는 오징어·홍합·청경채를 연구원들이 선정해 끓였다. 따라해 보면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먹었다, 팔도 불짬뽕! 모닥불처럼 입안에서 타오르는 '불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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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짬뽕은 불맛이 강했다.

불짬뽕 면발과 국물을 호로록 빨아들였을 뿐인데, 갑자기 타닥타닥 경쾌한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참나무 장작 모닥불이 눈앞에 펼쳐졌다. 약 2초 후에는 코를 뻥 뚫어주는 얼근한 매운 맛이 향긋한 모닥불 연기를 부드럽게 타고 다가와 혀를 쓰다듬었다. 호일에 싼 고구마라도 구워먹고 싶을 정도로 모닥불의 존재감이 강렬하다. 중화요리 특유의 강렬한 '불맛'이 면발을 휘감았기 때문이다. 오래 지속되는 불향과 달리 매콤함은 오래 가지 않는다. 깔끔한 느낌이다. 면발은 차별성이 좀 부족한 것 같다. 아쉽다.

불짬뽕 개발자인 조재영 팔도 책임연구원에게 개발 비화를 물었다.
다른 짬뽕라면과 달리 미리 액상스프를 넣고 끓이라는 이유가 뭔가.
“찌개를 끓이기 전에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내는 것과 같다. 액상스프를 먼저 넣고 끓이면 원재료의 풍미가 국물에 진하게 우려진다.”
다른 짬뽕들은 해물 육수인데 불짬뽕은 사골 육수다.
"차별화 포인트다. 30년 이상 축적한 액상스프 기술력을 담았다. 식물성 기름에 야채를 볶아 만든 향미유를 가미해서 '불맛'을 한껏 더했다.”
이연복 셰프와 개발한 불짬뽕 조리법이 있다는데 뭔가.
“냄비에 식용유를 두른 후, 다진파 1/3개, 마늘 슬라이스(3~5개)와 다진 청양고추(1/2~1개)를 넣고 볶는다. 그 뒤 삼겹살(30g)을 넣고 더 볶아준다. 그리고 나서 물 550mL, 액상스프, 건더기스프를 넣고 끓인 후, 국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5분간 조리 후, 향미유를 넣으면 된다.”

◇먹었다, 삼양 갓짬뽕! 맵다, 엄청 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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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짬봉은 4가지 짬뽕라면 중 매운 맛이 가장 강했다.

냄새와 맛 모두 엄청 맵다. 매운맛이 면발이란 스포츠카를 타고 아우토반을 사정없이 달리는 기분이다. 불닭볶음면을 출시한 '정통 캡사이신파'로서 짬뽕 천하를 재패하려는 것일까. 매운 맛이 강해 뒤편에 스쳐 지나가는 해물의 깊은 맛이 좀 묻힌다. 아쉽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매콤함은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다.

면발 역시 독특하다. 링귀니 파스타처럼 면발이 넓은데도 라면 특유의 꼬불거림이 살아있다. 면발이 꼬불거리며 입술을 스쳐 입 안으로 들어온다. 칼국수와 라면을 둘 다 먹는 듯 기분 좋은 ·식감이다.

전영일 삼양식품 식품연구안전센터장에게 매콤한 맛의 비결을 물었다.
다른 짬뽕라면보다 엄청나게 매운 것 같다.
"국물 맛을 내는 분말스프에 고추매운맛을 다른 제품보다 높였다. 청양고추·칠리추출물·고추씨기름·후추 등을 넣었다. 별첨조미유에도 매운 맛을 가미해 기호에 따라 조절해서 먹을 수 있게 했다.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차별화했다.”
면발이 독특하다.
“면 자체에서 해물맛이 나도록 했다. 폭 3mm, 두께 1.35mm로 수타면 같은 느낌을 냈다. 쫄깃한 면을 위해 감자 전분과 밀가루 배합을 최적화했다.”
‘갓’짬뽕? 이름에서 갓김치가 연상된다.
“요즘 젊은이들이 ‘해당 분야의 최고’를 가리킬 때 쓰는 표현방식을 빌려 ‘갓(GOD)’ 이라는 접두어를 붙이게 됐다. 또 갓 끓여낸 중국집 짬뽕 맛을 재현했다는 것과 짬뽕 맛의 최고ㆍ지존이라는 뜻을 담았다. 갓김치 얘기들 많이 하시는데, 다 애정이라고 본다.”
 끓일 때 주의할 점은.
“별첨스프를 미리 넣으면 안된다. 불맛이 다 날아가 버린다. 꼭 다 끓이고 나서 마지막에 넣어야 한다."

◇먹었다, 오뚜기 진짬뽕! 짬뽕도 맞고, 라면도 맞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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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짬뽕은 조화로운 맛이 특징이었다.

"닭 육수, 조화로움, 성공적". 진짬뽕을 먹고 떠오르는 단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칠맛이 나면서 부드럽고 잔잔한 호숫결 같은 맛이 유지된다. 짬뽕 같기도 라면 같기도 하다. 깔끔하고 깊은 맛의 닭 육수가 만수산 드렁칡처럼 어울렁 더울렁 조화로운 맛을 낸다. 천하를 제패하기엔 좀 신선함이 부족하기도 하다. 혼자 독주하며 매력을 발산하는 카리스마가 없다. 짬뽕라면 시장을 열어젖힌 오뚜기 진짬뽕 개발자를 다그쳐 '숨겨진 한 방'을 내놓으라고 했다. 아쉽게도 오뚜기 측은 "지금은 침묵을 지킬 시간"이라고 선언했다. 인터뷰는...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한다.

◇저희 점수는요···
비밀이다. 아니 솔직히 못 매기겠다. 짜장파와 짬뽕파, 탕수육 (소스를 부어먹는) 부먹파와 (찍어먹는) 찍먹파만큼 어려운 선택이다. 네 가지 짬뽕라면이 다 매력있다.

그러니 '어떤 짬뽕라면을 언제 먹으면 좋을까'로 짬뽕라면의 TPO(시간·장소·상황)를 살포시 추천해본다. 맥주 한 캔과 함께 할 달밤의 안주를 찾는다면, 그릇째 대고 후루룩 들이킬 맛짬뽕을 먹어보시라. '중화요리 대가' 이연복 셰프의 불맛이 궁금한 날엔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면서 확 타오르는 듯한 불맛의 불짬뽕을 먹어보자. 이유 없이 누군가의 화풀이 샌드백이 되어야 했던 서럽고 가슴 답답했던 날이라면, 모든 걸 태워버릴 갓짬뽕을 말없이 내밀고 싶다. 한가로이 TV를 보는 나른한 주말 오후 3~4시라면 부담 없고 깔끔해서 '언제 먹어도 무난한' 진짬뽕을 끓여보자. 단, 이건 '평범한 입맛의 인턴기자' 취향이란 것만 잊지 말자.

글=구희령·이현택 기자, 강민경·강해령 인턴기자 healing@joongang.co.kr
영상=이진우 기자, 공성룡·김현 인턴기자
사진=CJ프레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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