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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 제품…한국, 선진국형으로 갈아탈 때

중앙일보 2016.02.15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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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스테인리스 압연제품, 액정표시장치(LCD), 화물선, 남성용 셔츠….’

1위 제품 한국 64개, 중국 1610개
추격 거세 입지 좁아진 제품 증가
개도국형 내주고 새 분야 늘려가야
ICT 융합 활용과 규제 완화가 열쇠

 최근 10년 간 우리가 중국에게 ‘세계 1등’ 지위를 내 준 제품이다. 2014년 경우 우리가 세계 1위 지위를 잃은 제품(18개) 중 절반(9개)에서 중국 제품이 1위로 올라섰다. 이는 중국이 10년 간 세계 1위 제품을 73% 늘리는 동안 우리나라는 제자리를 맴돈 결과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과 본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인 제품은 64개로, 2005년의 59개에서 5개 늘었다.

2009년 74개로 반짝 증가했지만 2011년 61개로 뒷걸음질한 이후 계속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국가별 순위를 봐도 우리나라는 12~19위에서 정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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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경우 전년보다 세계 1위 제품이 하나 줄면서 국가별 순위도 한 단계 내려앉은 13위였다. 업종별로는 화학제품(22개)이 가장 많았고, 철강(11개)·비전자기계(7개) 등 3개 업종에서 ‘1등 제품’을 많이 배출했다.

프로필렌 등 17개 품목이 신규 1위 품목으로 진입한 반면, 제품 중량 10kg 초과 세탁기 등 18개 제품은 다른 나라에 선두를 내줬다. 메모리반도체 등 47개 품목은 2013년에 이어 계속해서 1위를 유지했다.

 이처럼 우리가 뱁새 걸음을 하는 사이 이웃 중국은 황새 걸음으로 격차를 벌렸다. 2004년 미국을 제친데 이어 2005년 독일까지 제치고 사상 처음 ‘세계 1위 제품 최다 배출국’ 지위에 오른 중국은 이후 10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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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932개였던 세계 1위 제품은 2014년 1610개로 급증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1위 제품을 5개 더 확보하는 동안 중국은 678개나 늘린 것이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우리나라 ‘세계 1등’ 제품을 잠식한 국가도 중국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의 추격으로 세계 1위 입지가 위태로운 제품이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 1위인 64개 품목 중 중국이 점유율 2위인 품목은 17개(27%)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점유율 격차가 10% 미만인 제품은 모두 9개다.

 이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비슷한 분야에서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기준 우리나라가 세계 1위 제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업종인 화학(22개)·철강(11개) 분야에서 중국도 세계 1위 제품을 각각 229개와 192개 보유했다.

또한 지난해 우리나라가 섬유업종에서 세계 1위 자리를 4개나 내준 반면, 중국은 같은 업종에서 1등 제품을 18개 추가했다. 염색직물·폴리에스테르섬유·염색섬유 등은 모두 중국이 우리나라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제품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의 강내영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인 대부분의 품목에서 중국과 경쟁 중이며, 특히 유입식변압기·의류부속품·차량용튜브 등 일부 제품은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중국의 주력인 개발도상국형 제품을 과감히 포기하고 선진국형 제품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의 김도훈 원장은 “기존 세계 1위 제품의 점유율을 유지하려다 새롭게 태어난 분야에 소홀했다”며 “개도국형 제품은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어주더라도, 신시장과 미래성장산업에서는 1등을 차지하도록 사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정보통신분야(ICT)의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기존 제품의 융합과 관련 규제의 완화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서 세계 1등 제품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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