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권 대비 마련했지만 증자 성공
삼성물산 지분매입 등에 활용 전망
당초 이 부회장은 실권주가 생길 경우 최대 3000억원까지 청약하겠다고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반공모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9일 이 부회장 측은 “엔지니어링 실권주 인수에 쓰겠다”며 삼성SDS 보유 지분 2.05%를 시간외 매매로 처분했다. 매각 주식수는 158만7000주, 금액은 3800억원(세후 약 3000억원) 규모였다.
그렇다면 이 부회장은 이 3000억원을 어디에 쓸까. 두 가지 전망이 유력하다. 우선 삼성물산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지분 매입에 사용될 가능성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2.6%)를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처분 시한은 3월 1일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SDI가 가진 물산 지분 인수에 나서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은 물론 삼성물산 주식을 시장에서 처분하는데 따른 주가 하락 위험도 방지해 주주들을 끌어안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인 이 부회장이 물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 물산이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이라는 것을 안팎에 재확인시키는 효과와 함께 그룹과 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삼성엔지니어링에 별도로 투자하는 방안이다. 삼성그룹 측은 지난 12일 이 부회장의 투자계획에 대해 “유상증자가 끝난 후 엔지니어링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은 경영 위기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 회생에 직접 나섬으로서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
업계는 이 부회장이 엔지니어링 주주가 되면 지난 2014년 무산된 엔지니어링과 중공업의 합병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