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스타트업, 역직구 시장 판 바꾼다

중앙일보 2016.02.15 00:01 경제 3면 지면보기
중국에 한국 화장품을 유통하는 뷰티 스타트업 ‘비투링크(B2LiNK)’는 조만간 중국 ‘웨이상(微商·위챗상인)’을 공식인증 판매원으로 모집할 계획이다.
 
기사 이미지

시장 급팽창…올 1조5000억 예상
클라우드·빅데이터 기술 활용
중국 일변도서 세계로 영토 확장

이들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으로 한국 화장품을 파는 업자다. 중국 수출 화장품의 40%가 밀수상인 이들 손을 거친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보따리상 규제가 강화되자 이들을 통해 중국으로 화장품을 수출하던 일부 국내 업체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래서 비투링크는 자체 개발한 온라인 물류 시스템에 웨이상을 연결할 계획이다. 이들을 합법적으로 활용하고 웨이상의 거래 데이터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140여 개 화장품 브랜드를 수출하며 구축한 데이터에 웨이상의 데이터까지 더하는 것이다.

 이재호(34) 비투링크 대표는 “마케팅 역량이 낮은 중소 브랜드에 이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면 대기업 못지 않은 성공 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사람의 감(感)이 아닌 데이터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역직구(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출) 시장이 정보기술(IT)과 결합해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1조원 규모였던 역직구 시장은 최근 빅데이터·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IT 스타트업들이 뛰어들어 더 뜨겁다. 올해는 1조5000억원대 규모까지 커질 전망이다.
 
기사 이미지

 ‘온라인 동대문시장’을 표방하는 스타트업 ‘링크샵스닷컴’ 창업자 서경미(35) 대표(회사명 에이프릴)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수백억 원대로 잡고 있다.

동대문 의류시장서 일했던 서 대표는 지난해 6월 링크샵스닷컴을 열었다. 동대문 주요 업체 중 25%(1800개)가 입점해 있다. 중국·동남아·유럽 도매상들이 링크샵스닷컴에서 옷을 보고 사간다.

 서 대표는 “한국 이민자들이 주축인 중국·미국·브라질 도매시장서도 비슷한 온라인몰을 만들어 글로벌 도매상 10만 개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카카오의 패션몰인 카카오스타일을 구축했던 김민욱(45) 위시링크 대표는 중국에서 한국 의류를 판매하는 패션 플랫폼 스타일두를 운영한다. 김 대표는 “값 싼 옷이 아닌 ‘메이드 인 코리아’ 퀄러티와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중소업체의 기민함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좋은 동대문·남대문 아동복도 IT 역직구 기업 덕에 활기를 띈다. 스타트업 쓰리클랩스(3Claps)가 주인공.

할리우드 스타 태민 서소크와 패션 블로거 팬시 트리 하우스 등이 자기 딸에게 쓰리클랩스 옷을 입혀 화제가 됐다. 카터스·짐보리 등 유명 브랜드가 잡고 있는 미국 아동복 시장(8500억원 규모)에 남대문표 아동복이 SPA 브랜드로 알려진 것.

 김민준(34) 대표는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한정된 온라인 마케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패션 분야에서 넷플릭스 같은 데이터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역직구는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중국 화장품 시장만 봐도 2018년이면 48조원 규모로 커진다. 기회가 많은 곳엔 돈도 몰린다.

비투링크는 국내 벤처캐피털(VC)에 이어 중국 DT캐피털에서도 투자를 유치했다. 이 덕분에 중국 최대 유통업체인 왓슨스에서 1800억원어치 납품 계약도 따냈다.

에이프릴은 배달의민족·쿠팡 등에 투자한 실리콘밸리 VC인 알토스벤처스의 투자를, 쓰리클랩스는 최근 한국에 진출한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말 중국 뷰티 역직구업체 아이오앤코에 투자한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파트너는 “중국만 해도 한중 FTA가 발효되고 모바일 커머스가 확산돼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한계도 있다. 해외로 물건 수출시 배송·창고 등의 비용 경쟁력이 홍콩이나 중국보다 떨어진다. 중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물건을 보낼 때도 홍콩의 물류비가 더 싸고 관세도 더 낮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중국엔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둔 스타트업들이 많은데, 한국이 본사인 우리는 그렇게 하면 바로 외환거래법 위반이 돼 손발이 묶여 있다”며 “역직구라는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다 불법으로 몰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