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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은행 7000개 vs 증권사 1200개 지점 ‘고객 모시기’ 싸움 불 붙었다

중앙일보 2016.02.15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다음 달 14일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설이 가능해지면서 은행과 증권사 간의 고객 쟁탈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공언해온 ‘업종 간 칸막이 허물기’가 ISA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임형 ISA를 허용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던 은행은 화색이고, 이에 반대하던 금융투자업계는 불만이다.

투자 일임형 허용 놓고 신경전
“증권사가 ISA 도입 관철시켰는데
은행이 끼어들어 숟가락 얹었다”
운용 실적이 결국 승부 가를 듯

 금융투자업계는 ISA를 넘어서 투자일임업이 은행에 전면 허용될 가능성에 경계감을 표시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ISA 활성화 방안은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전면 허용한 게 아니라 ‘ISA형 투자일임’에만 제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의 투자일임업 진출 논의는 여기서 종결하기로 금융투자협회·은행연합회·금융위원회 간에 합의했고, 지켜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금융위가 현행 제도에서 은행에 허가된 신탁형 ISA뿐 아니라 증권사 업무인 투자일임형 ISA까지 은행에 열어줬기 때문이다.

신탁형 ISA는 일일이 건별로 가입하지만 투자일임형은 금융회사에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을 다 맡긴다. 당연히 판매보수도 더 높고 광고·마케팅 제한도 없다. 증권사들이 ISA 도입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다.

 하지만 지점이 7000개가 넘는 은행이 투자업무까지 하게 되면 점포가 1200여 개에 불과한 증권사는 영업 측면에서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자산운용 업계가 힘을 합쳐 국회에서 ISA 도입을 관철시켰는데 난데없이 은행이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영향력이 큰 은행 편만 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증권업계는 결국 운용실력이 ISA 대전의 승부를 판가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황 회장은 “은행은 일임형 ISA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반면 증권회사는 이미 투자일임업 라이선스가 있어 3월 14일부터 즉시 판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랩어카운트 등 모델 포트폴리오 구성 능력이 뛰어난 증권사가 은행에 비해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은행이 자기 은행에 예치된 예금을 ISA에 넣을 수 없게 한 것도 증권사 입장에선 비교우위다.

 일임형 ISA에 한해 온라인 가입을 허용하기로 한 것도 지점 수가 적은 증권업계에는 그나마 좋은 소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6월까지 반드시 대면 일임 계약을 하게 돼 있는 현행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증권사들은 이미 고객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우증권은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의 파격적 수익률의 환매조건부채권(RP) 가입 기회를 내걸었다. 2월 15일부터 3월 13일까지 ISA 가입 사전 예약을 한 고객 1만5000명에게 선착순으로 500만원 한도 내에서 RP 가입 기회를 준다.

삼성증권은 오는 17일부터 홈페이지 및 ISA 상담 전용 전화를 통해 ISA 관련 상담을 한 고객 중 선착순 1000명에게 음료 기프티콘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ISA가 출시되면 가입 고객에게 특판 RP 가입 혜택을 제공하고 다양한 경품도 지급할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도 ISA 사전 가입신청을 한 고객에게 연 4% RP에 2000만원까지 가입할 기회를 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ISA는 1인 1계좌이고 5년 의무보유 기간이 있기 때문에 고객 선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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