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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들에게 희망은 사치? 올해 TED는 ‘꿈’을 얘기한다

중앙선데이 2016.02.14 01:15 466호 10면 지면보기

세계인의 지식나눔축제라고 불리는 TED콘퍼런스가 캐나다 밴쿠버에서 15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열린다. 이번 주제는 ‘꿈(Dream)’이다. 사진은 TED 2016 홈페이지(https://conferences.ted.com/TED2016) 첫 화면. [사진 TED]



지난해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구고 있는 키워드는 단연 ‘헬조선’ ‘금수저·흙수저’다. 타고난 출신 성분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그래서 아무리 ‘노오력’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젊은이들의 절망을 반영한다. 정말 더 이상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사치스러운 일일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행사가 15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다. 올해 32주년을 맞은 ‘세계인의 지식나눔 축제’ TED 콘퍼런스(이하 TED)다. TED는 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영문 머리글자다. 이름 그대로 과학기술과 예술, 문(학)·(역)사·철(학)을 넘나드는 명강연이 이어진다. 해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올해 주제는 ‘꿈(Dream)’이다. 닷새간 총 70여 명이 무대에 오르고, 그들의 강연을 듣기 위해 전 세계 58개국에서 1350명이 밴쿠버 컨벤션센터에 모인다.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6년 연속 TED의 초청을 받았다. 3년째 TED를 취재한 기자가 개막에 하루 앞서 ‘TED 2016 사용설명서’를 소개한다.


[현지 취재] ‘18분의 마법’ TED 사용설명서

TED를 상징하는 수식어가 있다. ‘18분의 마법’이다. 아무리 긴 강연도 18분을 넘기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마법처럼 강렬한 감동을 준다는 의미다. TED는 이를 위해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강연자로 섭외한다. 올해는 개막 전 참석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올해 콘퍼런스는 우리가 꿀 수 있는 가장 큰 꿈을 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인류 앞에 놓인 가장 험난한 도전을 확인하고 우리에게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강연자 가운데 ‘이 시대의 꿈’에 대해 얘기할 사람을 딱 한 명만 꼽는다면 개막 첫날(15일) 무대에 오르는 애스트로 텔러를 들 수 있다. 그는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에서 가장 ‘엉뚱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명함에 쓰여 있는 직함은 ‘달 쏘기 대장(Captain of Moonshots)’. 텔러는 ‘달에 대해 알려면 망원경 성능을 개선하기보다 달에 직접 탐사선을 보내는 게 낫다’는 이른바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을 실천하는 구글의 비밀연구소 엑스(X)의 책임자다.



‘문샷 싱킹’은 한마디로 남들이 생각지 않는, 혹은 불가능하다고 믿는 엉뚱한 꿈에 도전하는 혁신적 사고를 가리킨다. 엑스는 이런 ‘문샷 싱킹’을 통해 10%의 개선보다 10배의 혁신에 도전하는 조직이다. 엑스란 이름 자체가 그리스 숫자로 ‘10(X)’을 의미한다.



운전자 없이 혼자 달리는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 안경 ‘구글 글라스’, 당뇨환자의 눈물을 모아 자동으로 혈당 검사를 하는 ‘구글 콘택트렌즈’, 아프리카에 풍선을 띄워 무료로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는 ‘룬 프로젝트’ 등이 ‘꿈의 공장’ 엑스가 세상에 공개한 꿈들이다. 엑스의 비밀창고에 그 외 또 어떤 꿈들이 영글고 있는지 다 아는 사람은 없다.



텔러가 ‘미래의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16일 강연자 두 사람은 과거의 꿈을 오늘 현실로 이룬 사람들이다. 숙소 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의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Uber)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그 주인공이다.



에어비앤비는 2014년 6월 사용자 15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현재 기업가치 255억 달러(약 30조6000억원)로 세계 최대 호텔체인 힐튼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우버는 한 술 더 뜬다. 지난해 말 누적 탑승횟수 10억 회, 기업가치 680억 달러(약 81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자동차업계의 ‘공룡’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혼다를 이미 앞질렀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와 우버는 호텔방 한 칸, 자동차 한 대 갖고 있지 않다. 단지 수많은 개인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자신의 집과 차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도록 장마당을 열어주고 이런 실적을 올렸다. 게비아와 캘러닉은 옛날이라면 ‘개꿈’이라고 손가락질 받았을 이런 ‘꿈의 기업’을 일군 이야기, 공유경제의 미래에 대해 얘기할 예정이다.



TED는 혁신적인 ‘꿈의 기술’이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무대로도 유명하다. 애플의 첫 매킨토시 컴퓨터, 소니의 콤팩트디스크(CD)도 과거 TED 무대를 통해 데뷔했다. 올해 TED에는 SF영화에서 막 튀어 나온 것 같은 혁신적인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장비들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처럼 허공에 뜬 홀로그램을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AR안경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첫 머리 착용형 디스플레이(HMD) 홀로렌즈(HoloLens) 등이다. 16일과 17일엔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메런 그리베츠, MS 엔지니어 앨릭스 키프먼이 강연 무대에서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3D를 두 단계 뛰어넘는 5D VR장비를 착용하고 가상의 고대 사원 등을 탐험하는 ‘가상현실 테마파크’를 개발 중인 ‘보이드’사도 TED 기간 자사 제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활동 중인 앤드루 윤.



“미국 실리콘밸리와 ‘헬조선’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17일 앤드루 윤의 강연을 주목할 만하다. 윤씨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산다. 가난한 농부들에게 좋은 씨앗과 농기구를 제공하고 농사기술을 가르쳐 자활을 돕는 ‘원 에이커 펀드(One Acre Fund)’를 이끌고 있다. 그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동포 2세다. 명문 예일대를 우등(magna cum laude) 졸업하고 노스웨스턴대(켈로그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한때 경영 컨설턴트로 고액 연봉을 받았지만 학생 시절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받은 충격을 잊지 못하고 2006년 사회사업에 뛰어들었다. 윤씨의 ‘원 에이커 펀드’는 공짜 원조를 하지 않는다. 대신 농부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와 스스로 대출금을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 대출금 상환율이 85%가 넘어 아프리카에선 드문 성공사례로 꼽힌다. “아프리카의 악몽을 희망의 꿈으로 바꿔나가고 있다”는 게 TED의 평가다.



 



 



밴쿠버(캐나다)=김한별 기자?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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